中·日 갈등, ‘양자 대립’ 넘어 국제 편가르기 확산···러·北은 中, 美·대만은 日
2025-11-21 진민석 기자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대일 비판에 보조를 맞추고,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보복 조치를 당한 일본을 대놓고 지지하면서 외교 충돌의 파장이 국제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중국 관영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태도’를 정면 겨냥하며 중국 측 논리에 힘을 실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일본 군국주의가 초래한 참혹한 대가는 여전히 기억돼야 한다”며 “일본 지도부는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그 발언이 초래할 최후의 결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도 유엔총회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비판에 동조하는 발언을 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조치를 “전형적 경제 위압”으로 규정하며 일본 편에 섰다.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는 전날(20일) 도쿄 외무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 어업인을 지지한다”며 동맹의 연대를 강조했다.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도 “중국 정부의 위압적 수단은 끊기 어려운 악습”이라며 일본 지원을 재확인했다.
대만 또한 공개 지지에 나섰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자신의 SNS에 일본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로 만든 초밥 사진을 올리며 “지금은 일본 음식을 먹기 좋은 때”라고 썼다. 이는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한 직후 나온 메시지로, 대만·일본 간 공고한 우의를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해 집단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특히 중국의 비난과 일본 내부 우려에도 발언 철회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이 같은 대만과 일본의 반중 정서로 인해 중국 내 강경 기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민해방군 계정들은 연일 ‘무력 대비’ 영상을 게시하며 일본을 겨냥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 당국은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 영화 상영 연기, 일본산 수산물 추가 중단 등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단기간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지프 크라프트 로르샤흐 어드바이저리 금융·정치 분석가는 로이터통신(Reuters)에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자살이 될 것”이라며 “중국도 이미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지점(a level where they can not easily back down)까지 사안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