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尹, 지난해 총선 직후 ‘계엄’ 언급···무릎 꿇고 軍 상황 설명”

2025-11-24     김유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6.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유진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당시 비상대권 조치와 계엄을 언급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공판을 열고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여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졌는데 헌법이 대통령에게 보장한 비상대권 조치, 그런 말도 했다. 그 와중에 계엄도 나왔다”며 “제가 속으로 통수권자이신데 계엄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 있고 인식을 갖고 있고, 훈련이 준비돼 있고 이런 걸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이 전시이든 평시이든 어떤 상태인지를 일개 사령관이지만 정확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잘못 알고 계시면 안 되겠다고 해서 제가 군의 실태를 말했다”며 “군은 전시든 평시든 제가 군 생활을 삼십 몇 년을 했는데 계엄 훈련 한 번도 안 해봤다, 군이 왜 안 하냐면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군 30만명 중에 계엄에 동원될 사람 없다, 다 전방 가서 전투하기 바쁘다, 사회 질서 유지? 누가하느냐, 그런 실태를 말했다”며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령 선포 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첩사 요원을 보내 서버를 확보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또한 지난해 5월경 총선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식사 자리에서 비상대권 이야기가 나오자, 무릎을 꿇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 전 사령관은 “내가 왜 무릎을 꿇었을까… 일개 사령관인데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하는 생각했다”며 “술도 한두 잔 마시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든 평시든 군은 계엄 훈련해 본 적 없다”며 “이 문제는 여러 번 곱씹을 만해서, 저에게도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계엄을 한다 안한다’ 구체적 말을 한 것은 아니다”며 “본인이 ‘이런 것도 있다’고 하길래 군의 상태를 말한 것이다. 제가 반대를 하고 그럴 계제도 아니고 정확하게 보고드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이재명 대통령 등 유력 인사 14명의 이름이 담긴 메모 등을 복원해 공개하며 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변명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메모를 누구에게 보내거나 지시했다는 기억은 없다. 공식 보고서도 아니고 그냥 혼자 끄적거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각난 메모를 취사선택해서 멋대로 스토리 라인을 만든 것”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특검의 여러 질문에서도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진술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