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4월 베이징 회담’ 성사···美中 정상외교 ‘8년만’에 재가동(종합)
2025-11-25 진민석 기자
미중 양국 정상이 같은 해에 서로의 수도를 방문하는 ‘교차 정상외교’가 추진되기는 2017년 이후 8년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이 성사될 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지난 몇 년간 얼어붙었던 정상외교가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시 주석은 (내년) 4월 베이징 방문을 초청했고 나는 이를 수락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하는 나의 손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 측은 아직 방미 수락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통화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처음 대면한 이후, 당시 합의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후속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산 회담 이후 양측은 합의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는 대단히 강력하며, 자주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도 신화통신을 통해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부산 회담 이후 중미 관계는 총체적으로 안정·호전됐다”며 “양국이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 상처 입는다(鬪則俱傷)”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 리스트를 늘리고 문제 리스트는 줄여야 한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다만, 양측이 공개한 통화 내용에는 미묘한 차이도 드러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펜타닐, 대두 등 농산물 문제를 논의했다”며 “농부들을 위한 매우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산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펜타닐 전구체 차단에 협조하는 대신,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p) 인하하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를 재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중국 측은 이번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대만 인식’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글에서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평화에 힘쓰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이견을 좁혀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 협정이 조기에 체결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전날(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발표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그 내용을 시 주석에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통화가 약 1시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도 거론됐지만, 핵심은 무역 협상과 미중 관계의 긍정적 흐름에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최근 조치들에 미국은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이 성사될 경우, 미중 갈등이 고조된 지난 몇 년간 얼어붙었던 정상외교가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이 먼저 전화를 제안한 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하지 않은 대만 관련 언급을 중국 관영 매체가 적극적으로 공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떠보는’ 동시에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원론적 동의 또는 침묵을 확보해 일본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먼저 전화를 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중국이 이번 통화를 트럼프의 대만 인식을 흔들 기회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윌리엄 양 국제위기그룹 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Bloomberg)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을 위해 얼마나 움직일지를 지켜보려 한다”며, 대만 문제를 둘러싼 다른 민주국가들에 대한 경고 효과도 노린다고 짚었다.
제레미 찬 유라시아그룹 선임 분석가 역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부산 회담에서 안보 논의가 거의 없었던 만큼, 중국은 일본·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속내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