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의 이상한 행정조치 ‘눈가리고 아웅’

똑같은 불법, 그러나 업체별 다른 잣대 적용

2008-05-16     서경환 기자

-“통영시, 특정업체만 면죄부 적용”-
-직원 21명 징계, 업체 '솜방망이' 처벌만-

경남 통영시가 주택가에 들어설 수 없는 제빙제조시설 공장의 불법 영업에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반면 영세업체의 동일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해 일부 '힘있는 업체'만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통영시는 동호동에 위치한 수산업체인 '금성냉장(주)'이 불법신축, 공유수면불법매립, 불법제조공장가동 등의 행위를 오랜 기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법 건축물에 대한 강제철거와 허가권취소 같은 조치 없이 일부 시설에 대한 철거와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처분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통영시는 금성냉장이 동호동 주거지역 내에 불법제빙공장을 설치하고 수년간 불법영업행위를 한데 대해 일부 관련 업체와 주민들의 민원과 진정이 있어왔지만 그동안 '적법하게 허가받고 영업하고 있다'며 금성냉장 감싸기로 일관해 왔다.

이에 몇몇 업체들이 시민단체에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 1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위법사실이 있다'는 심의 결과를 경상남도 감사관실에 통보하자 그때서야 금성냉장에 문제가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시는 금성냉장의 불법 신축 건물에 대한 시설 철거와 허가취소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건물자체는 놔두고 리프트시설 등 공장가동에 별 지장이 없는 시설물에 대해서만 이전과 철거를 명령하는 것으로 “적법한 처리를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은 '새동원냉장'에 대해서는 법대로 조치하는 등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 논란을 가중시켰다.

통영시의 이 같은 조치는 “시가 본질적인 문제는 간과한 채 지엽적인 문제만 거론해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법을 '방조'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면죄부를 주려한다”는 의혹만 더욱 부풀리고 있다.

 

◆수년간 특정업체 불법 '묵인'=

금성냉장은 통영시 동호동 294-2·3, 300-2·3, 300-5번지 등지에 공장을 두고 연근해어업을 통해 수산물제조업, 냉동냉장업, 제빙업 등을 하는 대규모 수산회사로 '해리원(海利元)'이라는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금성냉장이 운영하고 있는 얼음제조공장과 수산물 동결공장이 실제로는 기존 허가를 받은 공장은 얼음제조에 필요한 동력 제조시설 없이 무허가로 운영을 해왔으며 정작 창고로 허가받은 곳은 얼음제조에 필요한 냉매를 허가권 이상으로 생산해 옆 공장에 공급하고 있었다.

또 이들 공장이 들어서있는 지역은 제조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1종과 2종 일반주거지역인데도 시로부터 얼음제조허가를 받아 버젓이 영업을 해오고 있었던 것.

현행법상 일반주거지역 내에는 냉동창고나 냉장창고 등 창고시설은 건축이 가능하지만 주거지역이라는 주변 여건을 고려해 공장은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들어선 공장에 대해서는 양성화법에 의해 기존 공장의 시설 면적에 대해 허가권을 주기도 한다.

300-5번지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애초 300-5번지는 기존의 제빙공장 허가권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얼음제조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를 받아 공장을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또 지난 2001년 증축허가를 받았으나 증축이 아닌 신축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공장건물은 증축을 하게 되면 공장의 허가권은 살아있지만 원래 면적 외에 제조시설면적을 신설하지는 못하게 돼 있고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한다.

예를 들어, 주거지역 내 기존에 들어서있던 숙박업소가 시설확장을 위해 증축을 하더라도 확장된 면적은 객실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사무실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초 공장가동 시설도 갖추지 않고 영업을 해온 300-5번지 공장에 대해서는 무허가 영업에 따른 허가권취소라는 행정처분이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통영시는 지난 2월 내린 행정처분을 통해 다른 공장의 제빙동력시설을 신축 공장으로 옮겨서 사용토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신축공장의 허가권을 인정해주고 공장시설로서 가동하도록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에 따른 문제는 또 있다. 신축공장에 옮겨 사용토록 한 제빙동력시설의 규모가 워낙 커서 실질적으로 신축공장 안으로 옮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시가 금성냉장에 형식적인 처분만 내리고 예전과 같이 사용하도록 묵과할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금성냉장은 동호동 300-2·3번지와 300-5번지 앞의 약 2000㎡ 상당의 공유수면을 점용허가를 받은 후 불법매립해 사용하고 있는 점, 공장의 조경면적과 주차장 면적 등이 건축법에 맞지 않게 조성돼 있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통영시 “아무 문제 없다”=

금성냉장이 주거지역 내에서 불법으로 가동하고 있는 공장들로 인해 인근주민들은 공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암모니아 가스 등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또 주택지보다 몇 배가 비싼 공장용지 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지역영세업체들은 싼 용지 내에 불법으로 들어서서 버젓이 제품을 생산하는 금성냉장으로 인해 업체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금성냉장이 영세업체에 비해 보다 싼 원가에 얼음을 생산해 저가로 공급하게 되면서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관련 업계에서는 “21명이나 되는 공무원이 징계조치를 받은 큰 사건인데도 솜방망이 처벌만으로 넘어가려는 통영시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통영시 관계자는 “금성냉장에 대해 민원이 제기돼 경남도 감사과에서 감사를 실시했고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예전부터 영업해오던 공장이어서 공장양성화법에 따라 신고만 하면 공장으로 허가가 날 때 공장등록이 된 곳이고 창고로 허가 난 곳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설계도면도 있고 감사도 받고 있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증축허가 내줄 당시 공장도 있었고 창고도 있었기 때문에 허가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하는 한편 “다만 300-2·3번지에서 300-5번지로 냉매를 보내는 파이프를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부지내 조경과 주차장 등 문제는 원상복구 처리됐다”면서 “건축법에 안 맞는 부분은 전부 다 시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간 금성냉장에 대해 '위법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통영시. 결국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지적과 경상남도의 감사를 거치면서 스스로 위법성과 불법이 있다고 인정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행정조치와 관련 공무원 21명에 대한 '훈계' 등의 가벼운 징계조치만을 내려 관련 업계의 불만어린 목소리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통영시가 금성냉장의 불법 건축물에 대해 원상회복 또는 철거 등 시정조치를 내린 기한은 이달 말까지이다. 그때까지 금성냉장이 철거조치를 제대로 따를 것인지 여부와 근본적으로 공장허가권을 취소해야 하는 문제 등에 대해 통영시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투데이코리아 이은영 기자 young@todaykorea.co.kr 서경환 기자 skh@today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