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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고용 대란의 주범
  • 김성기 부회장|2018-06-22
  • 올들어 취업자수 증가폭이 뚝 떨어져 고용시장에 대란을 불러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취업자수가 2706만4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7만2000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들어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급감했고 3월 11만2000명, 4월 12만600명으로 10만명대에 머물다가 5월 다시 크게 떨어졌다. 우리 경제규모와 인구 등을 감안해 전년 대비 30만명 정도 증가해야 정상 수준임을 고려하면 쇼크를 넘어 대란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통계상 수치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고용 대란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부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종업원을 가급적 줄이느라 애를 쓰고 건설 노동자들도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편의점 등 유통업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10대 20대 젊은 층과 중.장년 퇴직자들이 경합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만들기 독려를 했지만 성적표는 참담하기만 하다. 2년간 연달아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 세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행정과 사회복지서비스 등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실업률은 4%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올라 18년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실업자 수는 112만명을 넘어서 2000년대 들어 최다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10.5%까지 뛰어 5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에 대해 스스로 “충격적”이라며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한데 고용지표가 이렇게 악화된 요인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사정이 이토록 악화된 것은 경제운용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기업은 사업을 더 벌여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몸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지만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내수 부문은 제자리걸음이나 후퇴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시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기업 등 민간에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책을 경제 실정에 맞게 조율해가며 추진하는 게 아니라 과장된 당위성을 내세워 흑.백 대결구도로 끌고 가는 성향을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으로 포장된 빠른 최저임금인상이 기업과 자영업, 농업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 보완책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식의 당위성 주장을 앞세워 강행했다. 그로 인해 당장 일자리를 압박하고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애써 외면했다.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앞뒤 가리지 않고 주택시장을 반드시 잡겠다는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각종 규제에 세금폭탄을 쏟아 붓는다면 이를 못해낼 정부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도 정상적으로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운용과 균형발전에 일조할 분야로 인식한다면 연착륙을 유도할 대책이 필요했다. 거래규제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내수 기반이 허약한 마당에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건설시장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면 누가 뒷감당을 해야 할지 아득할 따름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부터 경기가 후퇴해 기업이 압박을 받고 건설분야의 일용직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경제시책의 무리한 추진이 불러오는 부작용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주목할 일이다.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기보다 혁신성장을 내세운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7월 시행 근로시간단축을 앞두고 위반시 처벌을 6개월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우선 시행해보고 임시방편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지 않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은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재검토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념 성향이 강한 참모진에 맡기기보다 그래도 현실감각이 있는 직업 공무원들을 중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전문가포커스]농업과 먹거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중남미여행
  • 류석호 교수|2018-06-20
  •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얻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시각)을 갖게 한다.” (칠레 마푸체족 속담) 최근 한 달 가까이 중남미 8개국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까지 5대주(大洲)의 수 많은 나라를 가보았지만, 나머지 한 대륙 남아메리카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었다. 그래서 중남미여행은 나에겐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의 첫 번째 항목이었다. 무려 15차례나 비행기를 갈아타는 장거리 여행에다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를 넘나드는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다녀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다. 멕시코 일대의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 페루에서의 잉카문명 유적을 보면서 우리와 닮은 원주민(인디오)들의 찬란했던 문명과 삶의 흔적들을 반추해보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인류가 중남미지역과 원주민들에게 크게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이처럼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농업과 식량자원 등에 빚진 게 많다는 점이다. 뭣보다 중남미는 식량작물과 채소, 과일의 보고(寶庫)였다. 수 많은 먹거리들의 원적지(原籍地)기 바로 이들 지역인 것이다. 세계 1위의 식량작물인 옥수수를 비롯, 퀴노아, 감자, 고구마, 토마토(채소 소비량 세계 1위), 고추, 호박, 파인애플, 파파야, 아보카도, 땅콩, 강낭콩, 카카오 콩(초콜릿의 원료), 얌, 아콘(땅에서 캐내는 배), 파프리카(피망), 해바라기 등등... 심지어 담배와 고무나무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무나무는 동남아시아 원산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고향이다. 특히, 현재 세계 4위의 식량작물인 감자의 경우, 페루에서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감자혁명(Potato Revolution)’이란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감자의 원조인 페루의 감자연구소에서는 현재 4,000여 종의 감자를 실험 연구 중이고, 수도 리마의 농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감자의 종류만 300여 종에 이른다.) 유럽인들의 식단을 확 바꾸면서 영양분 공급(비타민 C가 사과의 6배, 식량작물 유일의 알칼리성 건강식품)과 함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 다양한 식단 개발과 인구증가의 숨은 공로자가 바로 감자라는 얘기다. 추위 등 불리한 기상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는 어떤 종류의 먹거리와도 잘 어울려 가히 ‘신(神)이 내린 선물’로 통할 정도다. 또한 주식은 물론, 패스트푸드의 프렌치 프라이, 감자칩 과자 등으로도 이용이 활발할 뿐 아니라, 백신 등 다양한 의약 소재로도 활용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당초 감자가 처음 유럽에 건너갔을 때는 식용 보다는 관상용으로 더 인기를 끌었는데,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는 열렬한 ‘감자꽃’ 애호가 였다고 한다. 잉카인들의 실험농장 ‘모라이(Moray)’는 어떤가. 해발 3,500m 석회암 고원에 마치 원형경기장처럼 생긴 동심원 형태의 계단식 밭인 ‘모라이’는 날씨와 고도에 따라서 농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연구하는 농작물 재배 실험지. 잉카인들이 감자, 옥수수 등의 품종 개량을 위해 조성한 일종의 농업기술 연구단지인 ’모라이‘는 총 24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바닥에서 꼭대기 까지 높이가 자그마치 140m에 이른다. 층 간 간격이 일반 성인 키 크기로 일정하게 고도를 유지, 층 간의 온도차를 이용해 옥수수와 감자 등 농작물의 적응력 등을 실험했다고 한다. 잉카의 농업기술이 뛰어난 이유도 이러한 연구 결과, 온도차를 이용해 따뜻한 곳에서는 옥수수 같은 농작물을 계단식 밭의 맨 아래에 심고, 감자와 같이 추위에 강한 농작물을 위쪽에 심은 데서 엿볼 수 있다. 이런 농업기술과 관개(灌漑)시설 기술에 힘입어 척박한 고산지대에서도 잉카제국은 찬란한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16세기 ‘대항해시대’ 스페인·포르투갈의 중남미지역 정복으로 이들 작물과 채소, 과일이 유럽으로 전파되지 않았다면 인류의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유럽인의 중남미정복을 미화하려는 뜻이 결코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람.) 그럼에도 오늘날 현대인들은 중남미지역이 선사한 이 같은 먹거리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합당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다. 아울러, 비록 여러 요인으로 인해 현재 우리 보다 경제 사정은 좋지 않지만, 농산물을 비롯한 각종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중남미국가들에 대한 연구와 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가일층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류석호 강원대 외래교수> 필자 약력 △강원대 외래교수 △전 조선일보 취재본부장 △변협 등록심사위원
  • [이상무의 촌스러운 명상록]향약(鄕約)과 두레, 주민자치와 협동의 빛나는 전통
  • 이상무 회장|2018-06-19
  • ‘향약’은 ‘조선시대 농어촌 마을 단위의 자치 법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주된 내용은 양반 계층의 지도아래 하층민을 통제하면서, 유교적 예절을 보급하고 미풍양속을 진작시키는 동시에 질서를 확립하고 상부상조하는 관습을 조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북송(北宋) 말기에 산시(陝西)성에서 행해졌다고 알려진 ‘여씨향약(呂氏鄕約)’의 4대 강목(綱目), 즉 덕업상권(德業相勸, 좋은 일은 서로 권함), 과실상규(過失相規, 허물과 실수는 서로 규제함), 예속상교(禮俗相交, 예절풍속은 서로 나눔), 환난상휼(患難相恤, 우환과 재난은 서로 보살핌)을 벤치마킹했다고 할까요. 이 여씨향약이 남송시대 주희(朱熹)가 증보하여 그의 저작 전집인 ‘주자대전(朱子大全)’에 수록된 것이 주자학의 영향으로 조선시대 향약에 채택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향약이 단순히 중국 것을 모방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습적 법규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공동체적 상규·상조(相規·相助)의 자치제도’가 발전된 형태라고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삼한시대 씨족사회의 ‘마을 계(洞契)’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동제(洞祭)를 위시해서 마을 운영과 농사에 필요한 집단행사를 위해 서로 규제하고 감찰하는 동시에 길흉사에 부조하고 환난에 공동대처할 목적으로 결성된 마을단위의 원시적 자치조직이 이미 그 당시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니까요. 신라의 향도(鄕徒), 고려시대의 유향소(留鄕所) 등을 거쳐서 조선 중종 때 조광조, 김안국 등 개혁파가 공식 조직으로 향약을 시행했다가 기묘사화 이후 폐지되었는데, 이후 시행과 폐지가 반복되면서 향촌사회의 자생조직과 중앙의 통치방책이 적당히 결합된 형태로 정착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율곡 선생은 일생을 향약과 관련, 시골마을 주민 계도에 진력한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분이 제정했던 ‘서원(西原)향약’은 양반, 양민, 천민이 모두 참여한 계(契) 조직으로서, 당시의 행정조직과 연계하여 과실상규와 환난상휼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요. 향촌의 사족, 향족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상부상조의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향촌권익활동’으로서, 특히 지방 관속의 중대범죄에 대비한, 여론을 통한 ‘관권(官權) 견제와 향권(鄕權) 수호’라는 주민자치, 지방자치의 성격까지 지니고 있었답니다. 1938년에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마을 단위의 자치조직은 480종, 3만여 개에 이르며, 조직원 수가 90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불문율과 관습으로 전승되어온 이 조직은 연 1~2회의 마을 제사(洞祭, 村祭)를 지내는 데서부터 제사 후의 축제인 당굿과 풍악놀이를 비롯한 주민의 친목과 상규·상조의 마을회의(洞會)를 주관하는 주민자치 조직이었지요. 그런데 이 조직의 핵심역할을 한 것이 바로 ‘두레’였다고 합니다. 신라 향가 ‘도솔가’에 ‘두레놀애’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오래 전부터 농경사회의 공동경작 관습이 점차 공동작업과 함께 상부상조의 자주적 협동조직으로 발전한 것이 두레라고 생각됩니다. 마을의 15~55세 남자 전원으로, 대개 30명 내외로 구성되었고, 이는 의무이자 권리였습니다. 두레에 가입하는 것이 일종의 성년식과도 같았다고 하지요. 상부상조의 엄격한 규율로 전투력까지 갖춘 이 조직은 ‘두레기’ 깃발 아래 농번기의 공동 작업을 비롯하여 동제와 풍물놀이, ‘두레싸움’ 등을 주관하는 원초적 협동조직이었습니다. ‘두레꾼, 두레패, 두레밥, 두레상’ 등의 말이 아직도 남아있지요. 이 두레는 노약자와 병자는 노역을 면제해주고, 어려운 이웃은 힘을 모아 거들어주었답니다. 향약과 두레, 우리가 지키고 더욱 키워야 할 주민자치와 협동의 빛나는 전통유산이 아닐까요?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43
  • 조은경 작가|2018-06-18
  • 오늘은 날씨가 좀 흐렸다. 덕분에 어제처럼 덥지 않았다. 하늘엔 엷은 회색빛 구름이 깔려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6월에 딱 어울리는 날씨다. 오전 중에도 산보를 갈 만 했다. 어제는 태양이 떠오르자마자 불붙은 것처럼 뜨거웠었는데. 부산 댁에게 전화를 해서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다. 그 부부는 우리보다 일 년 전에 귀촌한 잉꼬부부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마침 얘기할 사람을 잘 만났다는 듯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 친구 한 사람이 서울에서 대구로 직장을 옮겨 내려왔는데 부인은 따라오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아이들 돌본다고 서울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 하긴 그런 얘기는 한두 번 듣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 중에 자식 공부 시키는 것이 최상위가 된 지 오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 가족 보내고 혼자 일해서 돈 보내는 기러기 아빠가 많았는데 이젠 한소끔 수그러들었다는 것이다. 스펙을 위해서 아이 혼자 외국에 연수를 가는 것이라면 이해할 만하다. 대학생 정도,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반 정도쯤 된다면 혼자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이젠 정상이 되어간다는 생각이다. 부산 댁 친구라면 아이가 대학생 이상은 되었을 텐데. 기숙사 보내는 셈 치고 아이를 서울에 두고 남편을 따라 내려갈 여자는 여전히 많지 않은가 보다. 내가 그런 의미로 말하자 부산 댁은 아이들 때문만이 아니란다. 부부 두 사람이 시골 출신으로 겨우겨우 서울에 자리 잡았는데 어떻게 지방에 도로 내려가겠느냐는 것이다. 하긴 옛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시골 출신일수록 다시 시골에 유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내 친구들이 대표하는 서울 출신자들은 어떨까? 서울 출신자들은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끔 외국여행 중에 보는 프랑스의 프로방스나 독일의 작센 지방의 풍광은 좋아해도 한국의 시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시골도 이젠 풍족한 생활을 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조금은 생겼다. 또 환경이 좋아진 것은 인정하지만 사람이, 맘에 맞는 사람이 없어서 시골에 오기를 꺼리는 사람 또한 많다. “지금 나이에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겠어?”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 남편이란 친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를 일주일에 몇 번이나 만날 리는 없고 한 달에 몇 번 정도 된다면 영천에서 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올라가면 된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또 그리운 마음으로 편도 3시간 반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런 흥분이, 그런 기쁨이, 내게 젊음을 주고 타성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하지만 도시인에게 현실은 도시에서 떠나면 뒤쳐진다는 생각, 병원 가까운 데에 있어야 급할 때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 등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 마을엔 나나 부산 댁 같은 사람도 있다. 아직도 철없이 남편을 좋아해서 함께 있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우리네 같은 사람 말이다.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꼼짝없이 바보로 몰린다. 딸 바보가 아니라 남편 바보 말이다. 근데 남편들은 은퇴 후에 왜 혼자라도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할까?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많은 부인들은 왜 남편을 따라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 역시 모를 일이다. 따라온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와서 보니 좋더라는 것인데........ 오늘도 바람 살랑살랑 부는 마루 그늘 한켠에 누워 뜨거운 땡볕에 익어가는 하루를 반추한다. 시간을 빠르게도 느리게도 보내는 방법이 이 한가로운 시골 생활에 있네요. 시골에서 살아보실래요? <작가>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 [박현채 칼럼]점차 본격화되는 세계 통화긴축
  • 박현채 주필|2018-06-15
  • 전 세계가 통화긴축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이 올들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유로존도 금년말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양적환화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국채 매입 축소를 통해 속도조절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0.25%p 인상했다. 올들어 두 번째 인상이자, ‘제로(0) 금리’ 이후 7번째 인상이다. 이에따라 한국과 미국간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0.5%p(상단 기준)로 확대됐다. 특히 연준은 연말까지 두 차례 더 올려 올해 모두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 통화긴축을 가속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양적완화 중단을 사전 예고했다. 앞으로 자산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 연말에 이를 완전히 종료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일본도 3~5년 만기 국채 매입 규모를 3300억엔에서 3000억엔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점차 통화긴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바야흐로 전세계에 통화긴축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로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3년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사로 신흥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긴축발작'이 재연되지 않을 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등 문제를 안고 있는 브라질 등 일부 신훙국에서는 이미 수개월전부터 자본 유출이 일어나기 시작, 이젠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는 자본유출과 페소화 가치 급락을 견디지 못하고 17년만에 또다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 3년간 500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도 환율 방어를 위해 최근 정책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앞으로 일부 신흥국의 통화 위기가 이탈리아발 유럽 경제 불안 및 미국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전쟁 위험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파장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미국의 잇단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부담을 고려, 올들어 한번도 기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꾸준히 인상돼 왔고 미국의 이번 인상으로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 까 우려된다. 이에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에 편승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거나 취약 차주들에게 높은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행태를 단속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경고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자본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4개월이나 지속되고 있는데다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역전 폭이 커지거나 역전 기간이 길어지고 ECB 마저 긴축을 시사하면 자본 유출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젠 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의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부터 한.미간 금리가 역전됐는데도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다. 금리역전 폭을 줄이거나 없애야 하나 경기침체를 비롯해 가계부채와 소득, 고용 등 제반 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5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득 증가율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문제다. 대출금리가 0.5%p만 올라도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는 4조7000억 원이나 늘어난다. 저축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부실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도 불길하다. 은행권 연체율은 개선되고 있으나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양호하나 가계대출, 특히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생활이 어려운 계층이 저금리때 돈을 빌려 썼다가 금리가 오르고 가계소득이 감소하자 연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들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 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한.미금리가 1%p나 역전됐는데도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은 선례가 있다면서 낙관론을 펴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빼가게 되면 오히려 유동성과 펀더멘털이 좋은 한국이 현금 자동지급기 노릇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이 9월에 또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한국도 테이퍼 텐트럼에 맞닥뜨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혹시 경제규모 세계 8위와 9위인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위기설이 현실화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될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우리도 3분기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게 대두되고 있다. 금리 정상화를 미리 해둬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저성장 환경 하에서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만을 추구하다 보면 금융불균형이 누적돼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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