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요기관들 이어 경제 부총리도 4%대 성장 예상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 주요 경제 예측 기관들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잡고 있는 가운데 경제 부총리도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4% 중반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내년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출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기의 둔화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내수가 하강할 수 있다는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4%대

권오규 부총리는 28일 한경 밀레니엄포럼 초청 강연에서 "내년 교역조건은 올해보다 훨씬 나을 것으로 예상돼 체감경기는 좋아지겠지만 성장률은 4% 중반 정도로 예상돼 금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4.8%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씨티그룹도 최근 한국 경제의 둔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였던 4.7%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 국제통화기금(4.5%), 도이치뱅크(4.0%), 미쓰비시(4.0%) 등도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이 4%대 중반을 기록하거나 하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수출.내수 동반 부진

내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세계 경기의 둔화에 기인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발 글로벌 경기 하강이 가시화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적 구조와 내수 경기 부진 양상을 고려할 때 내년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그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내수 부문의 성장세가 고유가와 부동산 경기 하강 등으로 크게 둔화돼 UBS,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 3%대 중반에서 내년에는 2.5% 이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도 과열 경기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의 효과가 점차 나타나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9.5%에서 내년에는 8.8%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현재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각각 지난 2월과 5월을 정점으로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꺾인 상태다.

결국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가 둔화돼 두자릿 수를 유지하고 있는 수출 증가율이 내년에 한자릿 수로 둔화될 수 있고 이는 내수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 적극대응 시사

이에 따라 정부가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 "단기와 중장기 정책을 구분해 집행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추가 금리인상을 자제해야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좋지 않을 것으로 염려되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수해복구와 수해예방 차원의 토목사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적절한 수준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정책금리와 공공요금 인상 등을 자제하면서 종합투자계획(BTL)을 조기 집행하고 선진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부총리도 "내년에 거시경제 툴(정책수단)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혀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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