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간 무료결혼식 해준 마산 신신예식장 백낙삼 사장

[투데이코리아=김남희기자]“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신신예식장 백낙삼 사장(80)이 자신에게 쓴 글귀의 일부다. 아름다운 삶의 근원지를 따라 신신예식장으로 향했다. 그 곳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환한 웃음을 머금은 노신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신신예식장은 지난 1967년 6월 1일 개업해 현재까지 44년간 무료로 운영된 경남 마산 지역의 명물이다. 길거리 사진사로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3층짜리 사진관과 예식장을 차렸다. 사진 값 6,000원만 받고 무료사회봉사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입소문이 퍼지자 돈이 없어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는 부부들이 몰려들었다.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100석 규모의 예식장은 대성황을 이뤘다. 하루에 최고 17쌍의 결혼을 치른 적도 있었다.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예식장이지만 돈은 가장 못 버는 예식장입니다. 그래도 저는 즐겁습니다. 무료로 결혼한 사람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은 전국에서 한 달에 평균 10쌍이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40년 세월 동안 사진 값도 6,000원에서 40만원이 됐다. 사회, 주례, 사진사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진 값만 받고 무료로 결혼식을 치러준 것만 해도 1만 3000건이 넘고 주례만 해도 1만 건을 넘게 섰다.

중앙대 교육학과를 전공했던 백 사장은 전 세계를 교실로 삼아 위대한 교육자가 되겠다는 남다른 포부가 있었다.

"주례도 넓게 해석하면 역시 교육의 일환입니다. 요즘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와 결혼을 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례를 하는 셈이니 제 꿈의 절반정도는 이룬 게 아닐까요." (웃음)

오남매의 자녀 중 두 명의 딸이 국제결혼을 했다. 그의 셋째사위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인 러시아 출신 박노자씨다.

백사장은 가보 제5호인 '신신사기(新新史記)'를 펼치며 자신이 걸어온 삶을 이야기했다. '신신사기'에는 예식장을 거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 각종 언론에 소개됐던 자료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신신사기'의 첫 장에 자리한 개업서문에는 왜 예식장을 개업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적혀있다.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 못하고 있는 분들에 작으나마 도움 될까 하여 개업했다”

백 사장은 지난 2005년 4월 대장암의 일종인 결장암 3기 선고를 받았다. 주치의는 수술 후 생존확률이 5%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로 수술을 결정했다.

6개월간의 항암치료 후 주치의에게 아무 이상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으로 온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술 후 고작 이틀만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 후론 자신의 텃밭에서 직접 키운 케일, 울금 등 무공해 채소들로 식이요법을 하며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백 사장과 동일한 암에 걸린 일본의 '호시노요시히코' 박사의 글을 번역하기 위해 일본어능력시험3급 자격증도 땄다. 책에 적힌 암 투병과 관련된 자료들을 참고하며 암과 싸웠다.

지난 2006년 '암을 극복한 20인의 이야기'(범우사)를 통해 암극복을 위한 자신만의 투병기와 정보를 담은 수기도 썼다.

한 달이 걸려 완성된 '나는 암으로 죽을 수 없다'. 이 글은 이웃에 사는 암 환자들의 지침서가 됐다. 이 글을 바탕으로 한 책을 출간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금년 4월 18일이 수술한지 만 5년이 됩니다. 건강은 수술하기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Never ever give up! The game was mine.(결코 포기하지 말자! 승리는 내 것이었다.) 백 사장이 직접 그린 그림의 문구이다.

황새(암)가 개구리(백 사장)를 삼키려는 순간 개구리가 앞발을 더듬어 황새의 목을 졸라 먹지 못하고 내뱉는 그림이다. 결국 게임의 승자는 개구리가 됐다.

1962년 1월 21일 아내 최필순씨(당시21)와 신부 자택의 초가집 마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1년이 지난 후에야 달세 방을 얻어 신접살림을 차릴 수 있었다.

백 사장은 1년에 2번(결혼기념일, 부부의날) 아내에게 고마움이 담긴 편지를 쓴다. 그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똑같은 주소로 아내에게 되돌아온다.

'금쪽같고 보배 같은 여보여. 당신이 원하다면 무엇이든 드릴게요. 당신은 110살 나는 120살까지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결혼기념일에 썼던 편지의 일부다. 1988년 국민훈장을 수상하고 사회봉사가라고 불리게 된 것도 아내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백 사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90세, 100세까지 예식장을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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