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탓하고, 학교 교육을 비판하기에 앞서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

▲사진/ 정 우 택
[투데이코리아=정우택] 며칠 전 사석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그 놈들이 알몸 뒤풀이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할까? 이 못된 놈들. 학교 선생들은 뭘 가르치고 있는지 몰라.” 중학생들이 알몸으로 졸업식 뒤풀이 한 것을 보고 화도 나고, 걱정하면서 한 말이다.

중학생들의 알몸 졸업식 뒤풀이 사진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중학교 졸업식에서 남녀 학생들이 알몸으로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떠돌고 있다. 한 두 장도 아닌 40여장이 떠다니고 있다고 한다.

졸업식이 끝난 후 중학생 15명과 고교 선배 20여명이 속옷도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뒤풀이 한 것이다. 알몸으로 피라미드를 쌓고, 신체의 중요 부분만 가리고 한 줄로 서 있는 모습, 계란을 뒤집어 쓴 모습 등으로 사진을 찍고, 웃으면 뒤풀이를 했다.

사건이 터지자 경찰은 즉각 조사를 벌이고 있고, 당사자는 무겁게 처벌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나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할 정도가 됐다. 일반 시민들도 한 마디씩 했다. “어린 학생들이 벌써 그런 짓을 하고, 참 큰일 이야.” 이렇게 걱정을 한다.

많은 경우 졸업식 뒤풀이 사건의 책임을 학교 교육에 돌리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 지도가 시원치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말한다. 언론도 그렇고, 교육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 못 읽은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1차적으로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다. 학생의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다음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자녀의 인성과 성격을 키우는 곳은 가정이다. 부모들이다.

다음에 책임이 있다면 학교보다 사회에 있다. 학생들이 옷을 벗고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사회에서 어른들이 하는 짓과 비슷하다. 어른들은 얼마나 이런 짓을 많이 하는가? 세상을 이처럼 음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은 것이 어른들이다.

얼마 전 영국의 한 언론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음란에 빠진 나라라고 보도한 일이 있다. 인터넷의 음란 사이트에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트는 어른들이 만들었고, 이제는 학생들도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그 다음에 책임이 있다면 학교다. 사람들은 학교에서 왜 아이들을 똑바로 가르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학교도 똑바로 가르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건은 똑바로 가르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집에서는 왕이고, 학교에 가면 왕 중의 왕이 된다. 학생들이 집에서 잘못을 하면 부모가 회초리를 든다든지 꾸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로 불가능하다. 무슨 짓을 해도 말로 해서 듣지 않으면 그냥 두는 수밖에 없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졸업식 뒤풀이는 3년간 다니던 학교생활을 끝내면서 친구나 선후배간에 석별의 정을 달래는 것인데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한때는 밀가루를 뿌려 그런대로 애교로 봐주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계란을 던지고, 멀쩡한 교복을 찢고, 술을 먹고, 친구들을 물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알몸 뒤풀이까지 오고 말았다.

이제 어른들은 옷을 벗게 시키고, 옷을 벗은 학생들을 걱정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걱정해야 한다. 자신들은 술집에 드나들면서 갖가지 음란한 행동을 다 하면서 학생들을 비판하고, 학교 교육을 문제 삼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알몸 뒤풀이는 거울에 우리 얼굴을 비춰 보는 것과 같다. 거울 앞에 섰을 때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 죄책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거울 속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찔리는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단지 무슨 행동으로 얼마나 찔리는 지가 문제일 것이다.

중학생들의 알몸 뒤풀이 사건은 사회의 잘못된 모습을 통해 어른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학생과 학교를 비판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잘못을 고쳐나가는 게 훨씬도 교육적이다.

정우택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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