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 인터뷰]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선을 도와달라”는 박 전 대표측의 요청이 있었으나 '정치적 소신'으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이 전 시장과 가까웠던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마했다고 박 전 대표에게 갔다'고 말하지 않겠느냐”며 거절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과 각별한 사이였으나,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서 이 전 시장이 당시 오세훈 변호사를 후방지원하면서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후문이다.

3선의 중진인 홍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빅3'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경선의 시기와 방법을 두고 후보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출전하는 선수는 당이 정하는 룰에 따라서 자기 스케줄에 맞춰 주는 게 맞다.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선수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서는 “손 전 지사를 안고 가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경선도 어려워지고 본선도 어려워진다”며 “이 전 시장이나 박 대표 진영에서 가능한 손 전 지사를 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경선을 아름답게 끌고 가는데 도움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그동안 경선룰과 관련해서는 말을 많이 아껴온 것으로 아는데 이유가 뭔가?

▲ 선수가 심판까지 하려고 심하게 대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전하는 선수는 당이 정하는 룰에 따라서 자기 스케줄에 맞춰 주는 게 맞다.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선수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 대선 후보 진영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식으로 경선을 하려고 하는 것은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곤란하다는 측면에서 말하게 됐다.

-손학규, 원희룡 의원이 경준위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중재안으로 가면 손 전 지사가 경선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 원희룡 의원은 언급 않겠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소위 가장 개혁적인 성향을 보이는 주자이다. 손 전 지사를 안고 가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경선도 어려워지고 본선도 어려워진다. 이 전 시장이나 박 대표 진영에서 가능한 손 전 지사를 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경선을 아름답게 끌고 가는데 도움을 될 것이다.

-만일 18일 까지 후보간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경선방식을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가?

▲ 전적으로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다. 후보자 진영에서 자신에 유리한 룰을 만들려고 뛰어 다니는 것은 선수답지 않은 행동이다.

-홍 의원은 “손 전 지사의 의견을 듣고 그와 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경선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손 전 지사의 요구는 경선 시기를 늦추고 방법을 오픈프라이머리로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야 한다는 말인가?

▲ 그렇지는 않다. 손 전 지사도 경선시기를 늦추는 것은 손 전 지사의 주장이 아니라, 당의 상당수 의원의 의견이다.

열린우리당이나 범여권은 경선을 통해 후보 탄생까지 10월 말이나 11월 초로 본다. 한나라당만 6월에 경선하면 우리 후보가 식상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정치적 고려 때문에 후보 선출을 추석 전까지 하자는 데 많은 의원이 공감하고 있다. 2002년도 까지는 여야가 공히 당원에 6월말~7월에 경선 하도록 정해 놨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적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범여권에서 4년간 국정파탄 책임을 면하기 위해 온갖 '정치쇼'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북정상회담 쇼까지 하려고 한다. 한나라당도 9월까지는 밀고 당기는 절차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말하는 것이다.

방법에 문제는 지난번 혁신안 당헌 만들 때에는 유권자의 0.1% 이내의 경선 선거인단 만들기로 했다. 혁신위가 당규는 만들지 않았다. 당규를 만들면서 인원수가 너무 많으면 체육관에 수용할 수 없기에 4만 정도로 축소했다. 그런데 그것을 마치 혁신안에서 그렇게 한 것처럼 일부 의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혁신안이 만든 것으로 의원들이 '착각' 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를 9월로 하자는 데 많은 의원이 공감한다고 했는데, 홍 의원의 입장은?

▲ 추석 전에 해야 한다는 입장에 찬성한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선을 '축구'와 비유해 재밌게 표현했다. 스스로 '스트라이커'로 뛸 생각은 없는 것인가?

▲ 나는 소위 이벤트 정치를 하지 않는다. 내가 나설 때가 되면 나서고, 국민들이 대통령 '감'이라고 인정할 때 나서는 것이 도리다.

-한나라당 각 캠프에서 줄서기가 심각하다고 한다. 실제로 당 분위기가 어떠한가?

▲ 줄서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한가지로 매도하면 안 된다. 정치적·이념적 지향이 같아서 그 사람과 함께 나라를 바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줄서기 하는 것과 200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소신 없이 따라가는 것은 다르다. 두 번째 경우가 문제가 되는데 참으로 정치판에서 취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당내에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공천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 당의 공천과정이 많이 민주화 된 것으로 아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

▲ 과거 계보정치 시절, 계보에 따라 공천을 배분했다. 공천시스템 자체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는 계보와 절대 상관없이 공천이 이루어진다. 일례로 지난 총선에서 김문수 지사와 내가 공천심사를 담당했을 때는 현역의원 탈락률이 43%나 됐다. 거의 절반 가까이 된 것이다. 현재 당내 의원들과 당협위 위원들이 그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착각에 빠져 있다.

-어제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에 현역의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홍 의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초대를 받지 못한 것인가?

▲ 아니다. 다른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원래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다.

▲ 가깝다. 99년도 워싱턴에서 유학을 같이 했다. 그때 친해진 것이다. 당시 손 전 지사는 걸어서 5분 거리였고 저녁마다 만났다. 이 전 시장과는 25분 거리였다. 셋이서 같이 만난 적은 없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전 시장이 오세훈 시장을 지원하면서 관계가 껄끄러워지지 않았나?

▲ 껄끄러운 것 보다 괘씸했다. (웃음) 그러나 이 전 시장과 만나서 다 풀었다.

-홍 의원께서는 “나를 진정 필요로 하는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어느 쪽에라도 갈 수 있다”고 했다. 누구로부터 요청이 있었나?

▲ 박 전 대표를 지난 2월 23일, 약 한 시간 반 정도 만났다. 단 둘이서 만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검증과 관련해서 서로 안 좋았던 일도 풀어버리고, 화해했다.(웃음)

-무슨 얘기를 나눴나?

▲ 경선과 관련한 얘기였다. 박 전 대표가 경선을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박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그때 전심을 다해 돕겠지만 경선은 도울 수 없다'고 했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이 전 시장과 가까웠던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마했다고 박 전 대표에게 갔다'고 말하지 않겠나. 나는 공천을 염두에 두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를 하거나 다른 무엇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감은 있어야 소신도 피력한다.

-스스로 한나라당 대선 주자 중 누구와 코드가 제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 이 전 시장과는 경제 정책, 손 전 지사와는 대북·외교 정책에서 코드가 맞는다. 그러나 얼마 전 손 전 지사의 '햇볕정책 계승'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금기'를 건드렸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연 최근 북미의 해빙모드가 아니었다고 해도 한나라당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 한나라당은 혁신안 만들 때 '호혜적 상호주의'와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 정확히 명시했다. 다만 한나라당 내의 일부 보수 강경파들의 주장에 이끌려 북한과 대결구도를 취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의 대북 기조가 외부에 잘못 알려진 것이다.

-신임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이 최근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 중요 노동사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홍의원의 견해는?

▲ 지금 로드맵 부분은 환경노동 위원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표결 처리 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넘긴 것이다. 시행해보지 않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문제다. 비정규법도 9월에 시행하는 데 문제점 도출되면 그때 가서 검토하는 것도 늦지 않다.

-최근 'HR아웃소싱'에 대해 기업들은 선호하며, 노동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성장이 더딘 이유가 무엇인가?

▲ 이미 선진국에서는 노동유연성이 확보돼 있다. 한국의 노동법은 평생 고용제도를 기본 모토로 한다. 아이엠에프 이후 노동유연성 확보가 안 돼 비정규직이 생겼다. 지금의 비정규직법도 노동유연성을 축소한 법안이다.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아웃소싱으로 도급을 줘 기업의 인건부담 줄이려고 한다. 노동 선진화가 되려면 노동유연성이 확보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노조가입율이 10.6%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향후 노사관계는 어떠한 쪽으로 가야 바람직 하다고 보는가?

▲ 내가 사회대타협을 제기한 적이 있다. 아일랜드는 북유럽 변방국이었다. 그런데 1987년 사회 대타협을 시행했다. 이렇게 20년간 나라를 이끈 결과, 아일랜드는 현재 세계 11위의 부자 나라가 됐다. 한국도 선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일랜드를 따라, 노사정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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