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행정사무소 허위광고 버젓이 게재 물의

이혼율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혼 관련 상담소나 호적 등 행정업무를 대행해 주는 행정사무소도 따라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등장한 행정사무소가 비록 일부이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의뢰인을 속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혼경력을 삭제해 준다는 허위 광고가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증가하는 이혼율, 따가운 시선

보건복지부와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가 공동 발간한 `복지와 경제의 선 순환관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결혼 대비 이혼율은 47.4%에 이른다.

보고서는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 우리 이혼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을 상회하거나, 50% 이상의 높은 이혼율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 경고하고 "우리나라에서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가 주요한 생애 사건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혼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실제로 이혼한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이혼 후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다.

아이디 Now Regret는 “이혼녀라는 것은 마치 주홍글씨 같다”며 “회사에서조차 이혼했다는 이유 하나로 사생활에 의구심을 품는다”고 말했다.

이주명(가명, 38)씨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이혼한 사실은 최대한 숨기게 된다”고 밝혔다.

▲이혼 경력만 삭제할 수 있다면 뭐든 한다.

이주명씨는 “이혼을 하고나서 힘든 것은 이혼했다는 사실 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이혼경력을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적 편견과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이혼경력을 삭제하고자 이른 바 '호적세탁'이나 국적상실 통보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년 전 남편과 이혼한 김모씨(32, 회사원)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혼경력을 삭제해 준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평소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터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했던 김씨는 즉시 연락했다. 광고를 한 곳이 전문 행정사 사무실임을 확인한 뒤 4만원을 주고 이혼경력 삭제를 요청했다. 일주일 뒤 김씨는 자신의 등·초본을 받아보고 자신의 이혼경력이 삭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만족했다.

하지만 며칠 뒤, 김씨는 직장 동료에게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이혼 경력은 삭제가 불가능하고 등·초본에 있는 본적지에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직접 구청에 찾아가 제적등본을 확인한 후에야 자신이 속은 것을 알게 됐다. 이 후 이혼경력 삭제를 요구했던 행정사 사무소에 전화해 따졌지만 당시 냈던 비용은 행정 절차를 대신 해주는 수수료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혼경력 삭제 과장광고 판쳐

최근 김씨와 같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이혼경력을 삭제해 준다는 한 행정사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혼삭제와 관련된 상담이 하루 2~3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넷 상에서 이혼경력을 깨끗이 삭제해 준다고 허위광고를 하고 전화로 상담할 경우에도 삭제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으면 명확하게 답변해 주지 않는다. 광고를 보고 연락한 고객들에게 이혼경력이 영구히 삭제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삭제 과정이 매우 복잡한 절차인 것처럼 꾸며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그 말만 믿고 돈만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이혼경력 삭제를 광고하면서 사용하는 방식은 이혼 사실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호적에 자신의 이혼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다. 전적 신고로 인해 이혼기록이 등본이나 초본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제적부에는 남아 있게 된다.

▲법의 빈틈을 노린 것 뿐, 위법은 아냐

얼핏 보면 불법 행위처럼 보이지만 위법행위는 아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98년부터 이혼이나 입양 등 신분상 불이익을 볼 수 있는 사항이 호적에 올라있는 사람은 본적을 옮기는 전적절차를 통해 이 같은 경력을 호적에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이혼을 하면 호적등본 '전 호적'란에 이혼한 남편의 본적과 호주이름이 남게 된다. 하지만 이혼한 여성이 친정호적에 복적했다가 다시 단독호주로 분가신고를 하게 되면 자연히 '전 호적'란에는 친정호적만 남아 이혼경력이 기재될 공란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호적등본만 보아서는 이혼경력이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이러한 절차는 전문 행정사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행정사들은 일을 처리하면서 4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그러한 방식으로 이혼 경력을 호적상에서 없애려 본적을 옮기는 경우가 하루 2~3건에 이른다”며 “이들 중 대다수는 이혼경력이 정말로 호적에서 삭제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신분등록제 실시… 폐단 사라질까.

2008년부터는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실시된다. 이 새로운 신분등록제는 개인별로 자신의 신분등록표를 하나씩 갖게 된다. 여기에는 개인의 출생 이후 모든 신분변동사항을 기록한다.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실시되면 현재의 호적 내용 삭제와 관련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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