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이 구로구 지역의 취약한 교육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하기로 했던 신도림 고등학교 부지에서 관련행정기관의 무분별한 철거로 인해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석면가루가 휘날리면서 인접지역에 극심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 일대는 3만이 넘은 인구가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인문계 고등학교가 없어 교육인프라가 심히 불균형을 이루었던 지역이다.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학교 수급계획에 의거해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3월까지 신도림 고등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계기관은 학교 부지를 매입해 불법 철거만 해놓은 채 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철거현장에서 나오는 석면분진으로 인근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바람 심하면 밖에도 못나간다.

지난 15일 구로구 신도림동 271-40번지 일대 신도림고등학교부지 철거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철거현장 일대에는 여전히 자동차 학원과 수많은 공장들이 둘러싸고 있을 뿐 아니라 인근에 교육을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 역시 없어 학교가 들어 설 부지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학교부지 내에는 기존에 있던 공장들이 마구잡이로 철거되면서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및 텍스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학교부지에 바람이 불자 대기 중으로 석면 분진이 마구 날리고 있었다.

학교 부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교육청은 석면분진으로 인해 인근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최근 검은색 차광막을 사용해 건축폐기물을 덮어 두었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학교 부지 인근에 사는 문 모씨(33)는 “공장들이 철거되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며 “철거 작업에서 나오는 분진이 구름처럼 생길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으며, 바람에 따라 인근 전역이 석면 가루로 뒤 덥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있는 주부 양 모씨(44)는 “요 며칠 사이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밖에 나갈 때 마다 꼭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혹시 석면 때문에 몹쓸 병에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공사부지에는 현장관리소나 관리 인력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부지의 관리를 맡은 서울시 교육청에 전화해 보았지만 관련 담당자는 “매일 매일 현장을 찾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 30~40년 잠복기간, 발병 5년 후 생존율 3.7%

서울시 교육청은 관할 구로구청에 신고해야할 지장물 철거 및 멸실 신고도 안한 상태에서 철거작업을 했다.

교육청 담당공무원은 “일부 건축물에 화재도 났었고 원래 있던 공장들이 이전을 하는 과정에서 공장 내 설비를 빼내기 위해서는 건물을 부숴야 했기 때문에 노동부 석면해체 신고 없이 임의로 철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폐기물이 반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지장물철거가 완료되면 절차를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건축물 철거 전에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및 텍스는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제 38조에 의거하여 당해 장소를 철저히 밀폐하고 습식으로 작업하고 음압을 유지해야 한다.
근로자에게는 전면형 이상의 방진 마스크 및 보호의를 착용하도록 하여 해체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철거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건물을 마구 부순 후 건물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며 더욱이 3개월 전 철거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철거해야 할 건물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이 일대에는 산더미처럼 쌓여진 건축폐기물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석면분진이 대기 중에 흩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석면으로 인해 발병되는 대표 질환인 악성중흉막중피종은 보통 석면을 흡입 후 30~40년의 잠복기간을 거쳐 발병해 그 피해여부를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발병 5년 후 생존율은 3.7%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공사관계자는 “석면이 그렇게 나쁘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며 솔직히 관련법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자연사랑 석면안전연구소 관계자는 “정확한 처리기준에 맞는 석면 해체 및 처리비용을 추가 책정하여 건축폐기물 속에 마구 혼합되어 있는 석면함유 슬레이트 및 텍스 등 지정폐기물을 철저히 분리 배출하는 완벽한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도림 고등학교는 당초 부지 선정에 들어가면서부터 지역민들의 민원이 수없이 제기 됐었다. 지역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신설 고등학교가 들어서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구로구에 사는 권 모씨는 신설 신도림 고등학교 주변 환경문제에 대해 “신도림 주민의 숙원인 고등학교가 설립된다. 그런데 주변 환경을 한번 둘러 봐라. 그게 학교 면학분위기인지, 수 많은 공장들과 청소차량 차고지, 자동차 학원 등 그 상태에서 학교만 생기면 그걸로 끝나는 건가?”라고 물었다.

구로구청 측은 이에 대해 “주변지역의 정비에 관한 사항은 수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는 사항으로 청소차량 차고지 이전 및 학교주변 도로개설 등 주변지역에 대한 정비를 검토하고 있으며, 학교설립과 함께 좋은 면학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정은 그에 한참 못 미치고 있어 향후 신도림 고등학교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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