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철거작업에 석면공포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이 결국 기업이미지 훼손의 주범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전국에 불기 시작한 재건축 과열현상은 결국 대형 건설사들의 ‘비리 온상’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대검찰청 형사부는 올 상반기까지 경찰과 합동수사를 벌여 전국적으로 건설업체 임직원과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등 127명을 입건, 이 중 37명을 구속기소, 82명 불구속 기소, 8명은 지명수배 했다.
검찰은 8·31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것에 대형건설사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판단, 건설비리에 대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수천 개 건설 현장에서는 정부의 시책과는 다른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심의, 업체선정, 분양까지 건설사들과 협력업체 조합원들까지 총체적 담합으로 인한 비리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롯데의 건설 현장은 각종 비리와 건설사고 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건축 과열수주로 업무 중단 사태

최근까지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재건축 과열수주의 선두주자로 롯데건설을 지목했다.
롯데는 그동안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에 열을 올려 상당히 높은 실적을 유치했지만 그 이면에는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 제공은 물론, 도시정비업체를 통한 비자금 마련, 하도급 업체와 이중계약 등 비정상적인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 대연2지구의 경우 시공사로 선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K기획사의 ‘아줌마 부대’를 이용, 조합 위원 및 주민들에게 무차별 금품살포가 이뤄져 결국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에 의해 뿌려진 금액은 대략 10억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한 롯데 측 관계자는 “입지여건이 우수한 사업장 일수록 많은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대연 2지구는 경쟁사보다 공사비, 마감재 등 훨씬 유리한 사업 조건을 제시했다”며 “건설사들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간혹 과열 수주의 부정적인 의미로 비춰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실”이라 전했다.
이와 맞물려 롯데는 조합 내분과 사기 분양 의혹, 추가 부담금 징수 등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업무 중단 및 분양 해약이 속출하는 지역도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다.

석면피해, 발병 5년 후 ‘생존율 3.7%’에 불과

최근 롯데 건설 현장에서 지속적인 석면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에서의 피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대구시 서구 중리동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철거작업 시 장소 밀폐, 습식 작업, 방진마스크 및 보호의 착용 등 관련법 규정을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주거시설물에는 석면사용이 금지되었지만 노후 건축물에는 상당히 많은 석면 자재들이 상존해 있으며, 철저한 분리 폐기가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석면으로 인해 발병되는 대표 질환인 악성중흉막중피종은 보통 흡입 후 30~40년의 잠복기간을 거쳐 발병하며, 발병 5년 후 생존율은 3.7%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역은 분지라는 지역 특수성 때문에 이와 같은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현장 인근에 사는 문상록(33)씨는 “당시 피해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며 “철거 작업에서 나오는 분진이 구름처럼 생길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으며, 바람에 따라 대구 전역에 석면 가루로 뒤 덥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석면문제연구소 박영식(60)소장은 “당시 중리동 현장을 비롯한 불법 철거현장을 노동청에 신고하자 재개발·재건축현장 5곳의 철거공사가 모두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며 “철거현장은 건축현장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전했다.
박소장은 “지난해 일본에서 대기업의 석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반경 1km 내에서 3년간 50가구가 중피종으로 사망했다”면서 “일본 환경성은 앞으로 40년 간 10만 명이 석면으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한 점을 우리 건설사들도 항상 염두 해 둬야한다”고 밝혔다.
롯데 건설 관계자는 “철거는 조합에서 발주한 것으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사고 발생 후 철거업체에서 석면전문 처리업체에 맡겨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상 관련 부분에서 롯데건설이 피해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며 “일부 시민단체에서 이야기가 잠시 나왔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종엽 기자 lee@dig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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