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현충일 추념사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독선과 아집, 배제와 타도는 민주주의의 적이자 역사발전의 장애물"이라며 "우리 정치도 적과 동지의 문화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 경쟁의 문화로 바꾸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 51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기업들이 시장에서 상품의 질과 서비스로 경쟁하듯이 정치도 정책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과거 대결의 역사로부터 비롯된 감정의 응어리도 풀어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지난날 애국하는 방법을 놓고 적대했던 분들을 이곳 현충원은 물론, 4.19, 5.18 민주묘지 등 전국의 국립묘지에 함께 모시고 있다"며 "우리는 이 분들의 공적을 다같이 추앙하고 기념하고 있어, 그 점에서 이미 우리는 제도적인 화해는 이루었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화해와 통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아직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념적 색채를 씌우려는 풍토가 남아있고, 또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분노와 원한이 다 풀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이마저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지난날의 잘못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화해해서 하나가 되고 힘을 모아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100년전 망국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상기하며 "이땅의 권력자들이 나라의 힘을 키우지 않고 서로 편을 갈라 끊임없이 싸우다가 당한 일이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나라를 일으켜야 할 때 오히려 백성들을 억압하여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게 한 결과"라며 "사리사욕때문이라고도 하고,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독단적인 사상체계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아마 그 두가지 다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제 이 같은 불행한 역사를 마감해 분열을 끝내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그러자면 상대와 상대의 권리를 존중하고 의견과 이해관계의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대화로 설득하고 양보로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끝내 합의를 이룰 수 없는 경우라도 상대를 배제하거나 타도하려고 해서는 안되며, 이제 절대반대, 결사반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규칙에 따라 결론을 내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밝히고,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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