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당 공천특위원장 이상열 의원

김홍업씨의 민주당 전략공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김씨는 이권청탁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그가 공정한 경선룰을 따르지 않고 민주당 공천을 받은 것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민주당은 무겁게 입을 닫고 있다. 이유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지역당'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대선을 위해 호남민심을 잡아야 하는 현실적 고민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전남도위원장과 당내 공천특위 위원직을 맡고 있는 이상열 의원<사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를 전략공천한 것은 원칙과 정도에서 벗어났다”며 공천철회를 촉구했다.

그러한 그도 공천반대가 'DJ와의 선긋기'는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다른 분들도 내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에 모두 인정했다. 다만 현실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략공천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며 당의 고민을 전했다.

◆ 다음은 이상열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김홍업씨의 민주당 전략공천에 반대했는데?
-크게 두가지 이유다. 첫째는 민주당에서 김씨를 전략공천한 것은 원칙과 정도에서 벗어났다. 원래 민주당에서 지난 3월 공천심사위원 회의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공천하기로 하고 지난 18일까지 후보 공보를 마쳤다. 무안 신안에서는 4명의 후보가 공천 신청을 했다. 공천후보 신청조차 하지 않은 김씨를 언급한 것 자체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둘째는 당원이나 지역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지역에서는 (김씨의 전략공천을 두고) 부정적 의견이 많다. 지난 공특위 회의때 무안신안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장시간 토론이 있었다. 당시 전략공천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결론을 못 내리다가 어제 다시 모인 것이다.

공특위 의원 중 혼자 반대한 것인가?
-혼자 반대했다. 그러나 다른 분들도 내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에 모두 인정했다. 다만 현실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 공천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공특위에서 전략공천을 하기로 결정을 한 뒤 중앙위의 인준을 거쳐 확정됐다. 어제 중앙위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표결을 통해 전략공천을 인정하자는 쪽으로 간 것이다.

현실적 고려라는 것은 무엇을 두고 말하는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다.

지역민들의 반발이 있다고 했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한 것인지?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전남도당위원장이기 때문에 지역에 자주 가고, 당원들과도 빈번히 연락한다. 지역민이나 당원 사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무척 강하다. 서울 경기 지역으로부터 항의 전화도 온다. 민심이라는 것이 적절히 표출이 안 돼서 그렇지, 잠재돼 있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이는 공특위원 대다수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번 공천에서 민주당 중진들이 김씨의 영입에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가 있다. 당의 분위기는 어땠나?
-김씨가 처음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발표할 때 (열린우리당, 민주당)일각에서는 이 지역에 후보를 안 내고 무소속인 김홍업씨를 도와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당내에서는 '무슨 소리냐. 민주당에서는 당의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 점을 분명히 당의 입장으로 발표하고, 개인적 소신으로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공식적으로 당에서 얘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전략공천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암묵적 동의나 압력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가 부적절하다.

이번 김씨 공천반대 발언이 'DJ와의 선긋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 차원은 아니다. 당의 결정이 원칙과 정도, 당원과 지역민의 의사에 배치되지 않은 결정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반대한 것이지, 김 전 대통령과 선긋기는 아니다. 모든 당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미 공천 신청을 마친 4명의 예비후보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개인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도당위원장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이 공정한 룰을 적용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열린우리당이 대통합신당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전략공천을 '서포트'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위해 우리당과 탈당파가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당의 입장을 알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 당의 존립목적과 근거에 비춰 도저히 성립될 수 없다. (우리당은) 현실적으로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면서 합리화, 미화하기 위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김홍업씨가 통합에 기여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합, 중도통합이라는 것은 국민의 지지없이 성공하기 힘들다.

최근 DJ의 정치 참여가 눈에 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정치나 남북화해를 비롯해 여러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분이다. 본인도 국가의 원로이자 지도자로 남겠다, 현실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그분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신DJP 연대' 호남과 충청의 연대가 또다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가?
-지역간의 연대를 통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야 한다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들이 용납도 안 한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생활정치철학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향후 대선을 위한 정계개편이 어떤 그림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선 정계개편, 중도대통합이라는 것의 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중도개혁세력의 분열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실패가 결국은 정계개편의 시발점이었다. 따라서 분당의 주도세력, 국정 주도 참여 세력은 정계 개편에서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도로 노무현당'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중도세력의 대통합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민주당이 '지역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민주당이 호남에 한나라당이 영남에 지역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민주당의 자산이다. 대통합은 '도로 민주당'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도로 민주당'이 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 정권 재창출, 남북화해 기틀을 만들어냈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4.25 재보선에서 국중당이나 우리당과의 연합공천을 고려하고 있나?
-대전과 서울 지역 후보 공모를 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 공모기간을 연장했다. 국민중심당이나 우리당과의 선거연합이나 후보연대를 당차원에서 논의한 바는 없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런 의견을 내는 의원들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우리당과 후보를 같이 내는 데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전당대회를 단일지도체제로 가는 데 합의했다. 이를 두고 한화갑 전 대표의 독주체제를 굳히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나는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지만 중앙에서 단일체제로 결정했다. 한 전 대표의 독주체제는 아니고 정계개편을 앞두고 당이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정계 개편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단일지도체제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을 뿐이다. 한 대표가 오랫동안 당 대표를 했기 때문에 인사를 통해 한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직에 많이 있다.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말 하기는 어렵다.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한말씀 해 달라.
-한나라당의 상황에서 탈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제 옷을 찾아야 하지 않겠다. 손 전 지사가 중도세력의 대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중도 대통합에도 힘을 보태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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