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 ‘최대한 보장’이 ‘무제한 보장’ 의미는 아냐

▲한나라당 국회의원 조원진
[투데이코리아] 작년 9월 헌법재판소는 집시법상 야간옥외집회금지 규정이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2010년 6월 30일을 개정시한으로 못박고, 일단은 잠정적용하되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실효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나라당에서는 밤 10시에서 새벽 6시까지의 옥외집회· 시위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야당의 논의 거부로 법안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개정시한을 넘겨 야간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 과정에 기여하는 필수적이고도 중요한 기본권이며,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적 권리이다. 하지만 '최대한 보장'이 '무제한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억울함과 의사표현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무려 16시간 동안이면 충분하다. 과유불급, 더 이상의 표현은 민폐다. 모자라면 다음 날 또 하면 되지 않는가.

옥외집회는 그 특성상 열린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어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 타인의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간에는 집회참가자들이 감성적으로 민감해져 자제력을 잃기 쉽고, 집회가 본래의 목적을 이탈하여 폭력화할 개연성도 높다.

행정관서 입장에서도 야간 집회는 주간에 비해 질서유지가 어렵고, 예기치 못한 폭력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야간집회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경우, 경찰력이 야간집회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민생치안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야간은 인근 주민, 상인들의 사생활 평온이 주간에 비해 더욱 보호받아야 할 시간대이다. 뿐만 아니다. 인근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도 참고 지켜만 볼 수준은 넘어섰다. '08년 100일간의 촛불집회기간 중 인근 상가주민 등의 민간 피해만 36억 7500만원에 달했다. 사회?경제적 손실을 종합하면 3조 7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보장해주기 위해 어느 정도 감내해야할 부분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국민들, 특히 인근 주민들의 인내와 희생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결국 야간옥외집회에 대해 일정범위의 법률적 제한은 불가피하며,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미연방대법원이나 일본최고재판소의 판례, 독일연방법 조항에서도 집회의 자유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타당함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현행 해뜨기 전, 해가 진 후로 정해져 있는 규정을 명확하게 손질하여,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에 주어진 임무다. 한시가 급하다. 집시법이 4월까지 개정되지 않는다면 정치일정상 6월말까지의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5월 말에는 원구성과 상임위 위원들의 교체가 있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조속히 집시법 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합의된 공청회도 의견을 수렴하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개정시한을 넘겨 대규모 야간옥외집회가 넘쳐 날 경우, 그 사회적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00년 서울 ASEM회의와 '05년 APEC 정상회의 당시 대규모 집회가 벌어져 해외 언론에 보도되고 그로 인하여 국가 이미지도 실추되었는데, 올해 말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오류를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미 FTA반대론자들이 시위차 미국에 가서는 폴리스라인을 철저히 지켰지만,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부터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야간옥외집회의 무제한 허용을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집회의 자유의 광범위한 확대에 앞서 먼저 평화적 시위 문화 정착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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