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태혁 편집부국장
"절대 당을 사수 하겠다"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함으로써 그동안의 의혹 행보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손 씨는 그동안 경선 참여와 승복 여부를 놓고 세간의 의혹이 일 때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봐라. 내가 한나라당의 수문장“이라는 말로 한나라당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수없는 다짐을 했었다.

손 전지사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70년대 학생운동권의 상징으로 6,3 한일회담 반대를 주도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나라당내에서는 개혁적인 인물로 꼽혔었다.그런 그에 걸맞게 손 전지사는 한나라당 탈당 기자회견장에서도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난다. 특히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고 울먹이며 비판했다.

또한 손 지사는 “문제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다.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상태에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며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말았다”고 분개했다.

어차피 탈당의 명분이 필요했겠지만 손 지사는 걸어온 길이나 평소 언행에 비춰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1993년 한나라당의 전신 격인 민자당 입당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옷을 입고 14 15 16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14년여에 걸친 보수정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이력이 자못 화려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당을 폄훼하고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워 당을 박차고 나가는 게 과연 정치도의에 맞는 일이며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처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손 전 지사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박정희 시대 한국의 '지니 계수'가 동아시아에서 일본ㆍ대만 다음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방적인 성장 위주, 재벌 특혜의 정책만 한 게 아니라 꾸준히 분배에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칭송한 적도 있다.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광주학살의 책임은 면할 수 없지만 중화학공업 투자의 후유증을 치유해 지금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전자ㆍ조선 등의 기틀을 튼튼히 했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도 내놓았던 인물이다.

이런 손지사가 개발독제, 군정의 잔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자신이 십 수년 몸담았던 한나라당 정치를 부정 한 것이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과 경기지사를 지낸 사람으로 '손학규 정치'의 전부가 한나라당이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정치 실패를 자인했다.

어제까지 한나라당의 주인을 꿈꾸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한나라당을 극복하는 새정치를 말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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