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강기갑 |
한미FTA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오늘로 14일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뜻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방편이 늘 이렇게 외롭고, 목숨을 건 투쟁이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참여'정부라는 이 정부의 간판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민중이 고통 받을 때, 그 사회의 여성이 겪는 고통은 그보다 더 질기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국사회의 척박한 농촌현실에서 힘든 노동과 견고한 관성을 대상으로 힘겹게 싸우고 있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 여러분들께 새삼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먼저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한달은 의원실에서도 분주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한미FTA의 마지막 협상이라고 회자됐던 제8차 협상이 지난 3월 8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열렸고, 이어 고위급 회담이 3월 19일부터 양국에서 개최됐습니다. 최근 나오는 언론보도를 보면, 곧 한미FTA '끝장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드러난 협상결과만으로도 우리나라는 농업은 물론 전(全) 산업분야에서 득(得)되는 것은 없는 협상으로 판단되는데, 20일(현지시각)에 미국의회에서 열린 한미FTA 청문회에서 미하원 세출위원회 무역소위의 레빈 위원장은 오히려 “미국의 자동차와 쌀,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을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 행사에서 "농업문제도 시장원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식량안보와 환경문제까지 고려해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농업을 살려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농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저는 제8차 협상이 개시되던 지난 8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가 마련한 버시바우 미 대사 초청 간담회장에서 “쌀, 쇠고기 등 민감품목에 대한 미국의 무차별적 시장개방 요구와 예외없는 관세철폐 주장은 농업실정에 맞지 않다”며 “농업은 FTA협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공개질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어 여야의원 33인과 전여농 회장님도 포함된 농민단체대표 41인이 공동서명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협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FTA협상의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광화문 거리에서 소를 몰며, 광우병위험이 제거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졸속적인 한미FTA협상의 즉각적인 중단을 호소했습니다. 문성현 대표의 단식과 여러 동지들의 동조단식이 이어지는 동안 저 역시 지역 곳곳의 영농발대식 현장과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중앙의 소식과 한미FTA의 부당함을 알려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월 18일 특히 오는 3월 29일부터 30일에는 한명숙 총리에 이은 새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익히 알고 계시는 바로 그 2002년'마늘협상' 이면합의의 주인공, 한덕수 전 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저는 국회가 구성한 '국무총리(한덕수)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한덕수 총리임명자는 참여정부에서도 재경부장관 및 경제부총리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한미FTA체결지원위원외 위원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이 정권이 한덕수 총리임명자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한미FTA 타결을 위한 고집스런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케 됩니다. 저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그 어느 때 보다 꼼꼼하고 면밀히 준비하여 임할 예정입니다. 회원여러분들께서도 많은 격려와 관심, 그리고 의견을 잊지말아 주십시오.
한미FTA ks대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탄압을 저지르고 있는 정권의 이름이 '참여정부'라니 그 어이없음에 웃음이 납니다. 여성농민여러분, 그러나 세월은 유수같아 어느덧 4월, 봄이 성큼 다가옵니다. 대지는 씨를 받아들일 채비를 하고 있고, 여성농민들의 일상도 보다 분주해질 시절이 옵니다.
밟히고 밟혀도 따뜻한 봄이 오면 더욱 굵고 왕성히 쏟아나는 보리처럼 농촌을 지탱시키는 힘이 여성농민에게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다시 돋아나는 새싹처럼 한미FT의 투쟁도, 우리의 농사도 새로운 힘을 받아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하며 이글을 맺을까합니다. 여성농민의 현실과 희망, 그리고 좌절과 성과를 언제나 들려주십시오. 의정활동의 소중한 밑거름으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