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원탁회의' 제3후보 정치참여 시금석 될 듯
-문국현·박원순, 한명숙과 만찬 회동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사진1>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사진2>는 25일 한명숙 전 총리와 서울의 한 호텔에서 2시간여 동안 만찬을 가졌다. 이날 식사자리에서는 민주개혁세력의 통합방법, 대선과 관련한 시민사회의 역할, 남북 및 북·미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체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 자리가 '친선'의 목적임을 강조했지만 범여권 통합신당 논의가 대선의 핵으로 떠오른 지금 그들의 만남을 예사로 넘길 이는 없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한 유력일간지와 인터뷰 가졌다. 이번 인터뷰가 지난 7일 총리직을 퇴임한 뒤 처음 갖는 언론접촉이라는 점, 25일 만찬이 종교 원로들의 '대통합 원탁회의' 제의와 맞물려 있다는 점 등은 이 만찬이 다분히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말해준다.
-한명숙, 제3후보 '통합' 나서나
한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정치인의 목표를 흥행카드에 두는 사람은 없다”며 자신이 대선후보가 아닌 '여권의 경선 흥행카드'로 분류되는 데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 누군가 대선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스스로를 '흥행카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 순간 흥행카드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자신을 대선후보로 포장해 몸값을 높인 후 최후에 유력 후보를 미는 방안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이다.
이번 만찬을 통해 한 전 총리는 제3세력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에게 범여권 통합을 위한 '역할'을 제의했을 수 있다. 이 자리에서 크게는 두 가지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제3후보의 범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 여부다.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으로 범여권의 통합이 '각개전투'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며 오픈프라이머리 성사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우리당은 통합시점으로 제시한 5~6월은 고사하고 10월 이전까지도 후보를 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때 한 전 총리가 '총대'를 메고 이들의 오플프라이머리 참여를 성사시킨다면 우리당의 통합 논의도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국현 사장은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모임인 '민생정치'의 이계안 의원과도 친분이 있다. 이 의원은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사장은) 정당중심이 아니라 시민사회, 경제사회 단체가 개혁세력이 다시 살아나기 위한 매개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그의 의중을 전한 바 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번 원탁회의는 우리당에 속한 대선후보 뿐만이 아니라 우리당을 탈당한 세력과 시민사회단체에 까지 열려있다. 때문에 제3후보들로서는 특정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등 '부담'도 덜하다.
-정운찬 '특강정치' 두드러진 행보
정운찬 전 총장<사진3>은 현재 '빅3' 중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이른바 '특강' 정치를 통해 기존 정치권과 참여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서울대 특강에서는 “아직도 민주화 세력, 산업화 세력 운운하는 분들이 있지만 다 지나간 얘기”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당분간 종교계가 제안한 원탁회의가 범여권 제3후보들의 정치참여 여부를 점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