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많은 두산, 밀어붙이기 한판승

두산중공업 박용성 전 회장과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부회장이 각각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두산의 경영체제가 '비상경영'에서 '형제경영'으로 사실상 돌아섰다.

지난 16일 소피텔앰베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경제개혁연대는 박용성 전 회장 등의 횡령·수감 등을 제기하며 복귀를 반대, 주주총회가 오전 9시부터 7시간 가깝게 계속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두산의 뜻대로 됐다.

이로써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 △3남 박용성 두산중공업이사회 의장 △4남 박용현 두산산업개발 회장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 일선에 서게 돼 박용오 전 회장을 제외한 '형제'들이 모두 나선 셈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박용성 전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이외에도 이성희 두산중공업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이건웅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이부식 교통개발연구원장 △김종상 세일세무회계법인 대표 △박정규 박정규법률사무소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박용성 등기이사의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두산일가의 경영복귀 장애물은 모두 제거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벌가의 형제경영과 밀어붙이기식 경영방식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족쇄 풀린 박용성 前 회장

<사진=박용성 두산중공업 등기이사>
박두병 초대회장의 3남인 박용성 전 회장은 2005년 7월 '형제의 난'으로 같은 해 11월 그룹 회장직과 두산중공업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월 9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 사면에서 '형선고실효 특별사면'을 받아 묶였던 족쇄가 풀린 것.

당시 정부는 특별사면의 명분으로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내세웠으나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경제를 살리기는 경제범죄자들을 용서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밝혔고, 법조계도 “재벌과 비리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통해 온정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 관계자는 “최근의 기업지배구조는 지난 2005년보다 사외이사제도 도입 등으로 크게 투명해졌다”며 “박 전 회장이 어떠한 경영을 펼칠지는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불투명'한 두산의 기업 투명성

한편, 박 전 회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 이번 경영복귀는 구속 1년 4개월, 특별사면 1달여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너무 서둘렀다는 것.

재계관계자는 “특별 사면을 받자마자 곧바로 경영복귀를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밝히는 한편, “자칫 국민적 반감, 나아가 재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의 복귀 경영진의 도덕성 및 자격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박용성 전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지난 2005년 두산건설과 두산산업개발 회사자금 230억 원을 횡령하고, 2800여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각각 징역 3년 등 유죄판결을 받았었다.

또, 박용성․용만 형제는 두산중공업의 주식을 한주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책임'을 지겠다며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해임권고안을 받은 사람을 이사에 선임하는 것이 두산 중공업 윤리강령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앞서 8일에도 주주총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산중공업의 주식을 한주도 보유하지 않은 박용성 전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경영복귀명분으로 대주주 책임경영론을 제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성희 두산중공업 부사장도 당시 경리담당이사로서 대주주일가와 함께 두산건설을 분식한 혐의로 징역 8월의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금융감독원의 조치로 이사취임이 불가능하며, 사외이사로 내정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두산그룹 형제의 난 관련 소송을 대리한 김엔장 법률사무소에 소속돼있어 감사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증권거래법 제 54-5조 제 4항 7호 및 9회에 따르면 '당해 회사와 사업상 협력관계에 있는 법인 임직원이거나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는 사외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돼있으며, 관련 시행령 제 37-6조 제 3항 2호은 '당해 회사와 법률 자문, 경영자문등의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기타 자문용역을 제공하고 있는 자'를 사외이사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기업구조투명성, 행동으로 보여줘야…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법이 말하는 원칙과 정의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권과 사법부는 자본의 하수인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판치고 있다”며 두산의 투명성에 의문을 표했다.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반대의견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재벌기업의 지배구조의 투명성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50%가 넘는 ㈜두산의 내부지분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결정을 감행했다는 것.

얼마 전에는 두산중공업이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 회사와 총수를 비판한 게시물 470여 건을 올린 직원을 권고 사직해 논란마저 일고 있다.

두산그룹의 중심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을 저지른 박용성 전 회장 등을 비난했던 직원 김 모 씨(39)에 대한 발표를 두 달 반이나 미뤄오다 지난 26일 중앙인사위원회의 재심 결과 '권고사직'을 확정한 것이다.

2005년 당시 두산 비리사건 사과에 대해 '회장님, 사과가 뭐 이래요'라는 제목의 글과 같은 해 12월 '황우석과 검찰 그리고 박용성과 노동자성'이란 글을 올렸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월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이를 고발했다가 글을 올린 사람이 직원이라는 것을 알고 취하했다.

이로써 두산은 전문경영 약속을 내팽겨졌다는 것에 더해 인사관리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저버렸다는 죄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잘하면 보상하고 못하면 패널티를 가하는 것이 정상임에도 총수일가라는 이유로 쉽사리 복귀하는 것은 현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회사 자체적으로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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