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을 앞두고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유권자가 많을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중압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변자 즉 '심부름꾼'을 뽑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하늘이 점지하는 자가 아니라 선거로 민중의 선택을 받는 것인 만큼, 출마자들은 자신이 어떤 심부름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잘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 약속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인지를 보고 한 표를 던져야 한다.

작년 5·31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불기시작한 매니페스토(참공약실천) 바람은 “ 종래의 선거공약과는 달리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즉 구체적인 시책, 실시 기한, 수치 목표를 명시한 '사후 검증 가능한 명확한 공약' ”이라는 그 취지와 맞물려 더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정치문화 변화를 요구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매니페스토에 대선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 매니페스토가 도입돼야…

정치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영국에서는 1834년부터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됐다. 1997년에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집권에 성공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매니페스토는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해 '약속' 과 '계약'으로 맺어지는 새로운 선거문화실험이 한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책정당의 역사와 경험이 취약한 실정이어 한국형 매니페스토의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작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정착되어 있는 부분 보다는 앞으로 개척하고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 더 많다. 따라서 한국형 매니페스토 운동은 보다 가치지향적이고 시민사회의 활동이 강조돼야 한다. 또한 정당보다는 맨파워가 강한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대선후보가 갖는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매니페스토는 단순한 리더의 선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정책결정과정이 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후보자들에게 제시하고, 정책계약의 체결을 통해 정치게임의 룰 설정, 정치사회의 안정성을 높이고 국정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실제 참여정치인은?

실제로 많은 정치인들이 매니페스토에 뜻을 같이하기로 서약했다. 지난 2.1일 매니페스토 물결 선포식에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등 정치권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며 동참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현실정치에서 정치인들이 매니페스토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느냐'이다.

실제 국회의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매니페스토 연구회'를 결성하여 법 제,개정 운동에 나섰다. 5·31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각 지자체별로 이행선포식을 진행하고 주민평가단을 구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입'으로만 하는 매니페스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인기를 얻기위해 그럴듯한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실현가능성은 희박한 경우가 많고 그러한 공약이 지켜진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번 대선과 총선에서 실제 정치인들이 문서화된 정책공약을 내놓고 유권자가 판단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켜지는 매니페스토운동'이 실현돼야 한다.

▲ 2007 대선에 미칠 영향

대선을 앞두고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는 17대 대선 매니페스토의 3가지 기본목표를 내놓았다. 첫째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진 문서화된 매니페스토가 발표되는 것이고 둘째는 후보자들이 작성하려는 대선 매니페스토의 기본요건과 내용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니페스토의 의미와 기본요건을 이해할 수 있는 유권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서는 대선 매니페스토 운동을 국민들이 재미를 느끼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운동으로 전개돼야 함을 표방하고 있다. 재미가 있어야 대중이 참여하게 돼고 대중의 참여가 있어야 제대로 된 매니페스토 운동 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있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제시했던 '한반도 경부운하'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박근혜 전 대표의 '페리열차'정책은 어떠한가. 여론조사의 결과가 그들이 제시한 정책에 의해 꼼꼼히 판단되고 검토된 것이 아닌 단지 인기투표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에 있어서 이미지 선거가 아닌 공약중심의 매니페스토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가장 큰 목적이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유문종대변인<사진>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선을 포함 한국정치에서 극복해야 할 점은 이미지 정치에 맞춰져 선거가 이뤄진다는 점”이라며 “정책을 알려주고 공약하는 매니페스토에 정치인들이 적극 참여하고 유권자가 정책을 보고 판단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인기투표 위주가 아닌 정책을 알려주는 여론조사가 될 것이다” 고 말했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거때마다 '매니페스토'라는 선거공약집을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제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대선을 앞둔 현재 검증공방이니 경선룰 문제로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니페스토 선거 문화정착이 왜 시급한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대선에서는 문서화된 대선 매니페스토 발표를 통한 사전준비와 책임성을 확보해야한다. 개별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비젼과 국정운용의 전략과 핵심목표, 정책의 우선순위,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 등이 더욱 중요하게 토론되고 검증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선때 집중된 목표와 단일한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

아무리 좋은 정책제안을 제시하고 공약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최종선택은 유권자가 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시 되는것이 유권자의 역할이다. 유권자들은 아직도 출마자들의 과거경력과 소속정당 등에 의존하는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진 지역주민들이 출마자들의 정책과 공약들에 대해 합리적 판단 내릴 수 있는 경험과 훈련이 부족하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정책평가지표나 관련 활동들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책을 살펴보고 학습하며 토론하고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이에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선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4.19일 실천대회를 시작으로 5월 가정과 현실정치의 생활화를 위한 계획을 세워놨다. 7월에는 정책제안을 만들어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고 9~10월에는 매니페스토를 발표해 유권자가 판단 분석할수 있도록 해 2007년 대선에서 매니페스토의 역할을 높여갈 것이라고 전했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현실에 적용된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매니페스토 운동이 참공약을 작성하기 위한 정당의 구조개혁, 정치인들의 인식혁신, 참공약을 중심으로 선거과정을 이끌어 나가려는 언론의 노력이 요구된다. 최종적인 선택을 하는 유권자들의 성숙하고 세련된 의식 또한 빠질 수 없다.

책임있게 매니페스토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검증받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실천되고 이를 살펴보고 토론하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우러진 2007 대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