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현진기자]사진 동호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부산의 숨겨진 관광명소, 문현 안동네 '벽화마을'. 카메라만 들이대면 전부 예술이 되는 그림벽화가 마을의 곳곳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 '마더'의 촬영지이기도 한 '문현동 안동네 벽화'는 이미 예술적 가치로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2008년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사실 문현 안동네는 노후한 다세대주택지에 불과했다. 역사적으로는 6.25참변 이후 남으로 피신한 피난민들의 주거공간이었고 그 이전에는 공동묘지였다.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이 공간은 도시재생 및 공공디자인 실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벽화거리로 재탄생했다. 지난 2008년 3월부터 6월까지 미술전공 대학생과 시민이 참여해 일궈낸 아름다운 벽화는 삭막한 도시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문현 안동네를 찾아나설 때 필수장비는 역시 카메라. 맨손으로 갔다가는 여기 저기 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을 렌즈 속에 담아 낼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 또 마을의 지대가 높고 골목길이 협소한 까닭으로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문전역 2번출구로 나와 문현2동 주민센터쪽으로 난 큰 길을 쭉 올라간다. 어느 정도 정상이라 느껴지면 또 산으로 향하는 듯한 높은 길을 만나게 된다. 오르다 보면 옥천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그곳을 지난 후부터 그때 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런 길에도 오토바이가 차가 다닐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데, 간혹 오토바이가 쌩하고 앞질러 가면 뒤집히진 않을까 아찔할 정도다.

골목길은 올여름 문현2동의 희망근로 사업단에서 시멘트를 발라 전보다 깔끔하고 걷기에 편하다. 그렇게 등줄기를 흐르는 땀이 촉촉이 러닝을 젖게 할 무렵, 한 템포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부산의 광경, 앞의 부전동과 범천동일대의 빌딩과 복합건물이 군데군데 보이고 도로 위로 또 동서를 가르는 고가도로가 보인다.

특히 언젠가 화제가 되었던 감천동 부산 산토리니 마을도 저 멀리 보인다. 하늘빛과 바다 빛으로 물들은 작은 상자들이 모여 있는 성냥갑처럼 보인다. 여기저기 고개 돌리며 아는 지점을 콕콕 찍다보면 올라왔던 거리가 대견하고 어느새 땀방울이 한껏 달아오른 몸을 식혀준다.

이제 목표는 부성고등학교다. 위로 난 큰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된다. 부성고등학교의 좌측으로 올라서 위로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매일 오르며 살아갈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헉헉거리며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뉴스에서 신문에서 보았던 그 그림 그 벽화가 눈앞에 들어온다. 그리곤 절로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참 이쁘다!'라는 생각.

귀엽고 푸근한 그림들이 가득한 이 골목길을 쭉 따라가면 벽면마다 그려진 위트 있고 개성 넘치는 그림과 그들의 표정 속에서 행복감이 느껴진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장면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 때문에 플래시 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동네 주민들은 엷은 미소로 낯선 여행자의 방문을 환영한다.

문현 안동네의 여행을 더욱 알차게 하는 방법은 먼저 큰 골목길의 중간지점에 세워진 '벽화찾기'안내판을 숙지하는 일이다. 벽면에 그려진 벽화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택의 벽면에 그려진 벽화는 골목골목을 들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2시간을 돌아보고도 다 보지 못했다는 사람과 1시간 만에 모두 돌았다는 사람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군데군데 그려진 그림은 모두 재치덩어리 들이다. 깨진 유리마냥 유리에 그림을 그려놓고 옆에는 야구글러브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표정, 긴 실타래를 집둘레에 둘러 통화를 하는 모습 등 보기만 해도 귀엽고 아기자기한 행복의 그림들이다.

또 문현고개 쪽, 즉 마을 입구 방향으로 걸어 나가면 황령산으로의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혹은 오르는 등산객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벽화마을에는 띄엄띄엄 음식점도 있고 구멍가게도 있다. 시원한 음료수 한 캔 사들고 마을 중앙에 위치한 '전포 돌산공원' 정자에서 아랫마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출출한 빈속에 주변 음식점에서 전 한 접시 하며 막걸리 한 사발을 먹어도 동네 분위기와 사뭇 어우러진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도 문현 안동네의 존재를 알았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부쩍 부산의 과거라는 타이틀을 걸고 문현안동네를 주목하고 있는데 벽화는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낙후된 도시에 산뜻한 새바람을 몰고 왔다. 언젠가는 재개발에 들어가도 이곳은 '허물어진 예술'로 남을 것이다.

[문현 안동네, 벽화마을 가는 방법]
지하철 2호선 문전역 2번출구에서 문현2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200m 도보
산으로 난 길을 따라 부성고등학교 방면으로 오르막길 2km 도보
부성고등학교 정문 좌측으로 난 길300m 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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