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가게' 서재원 위원장- 23일까지 독거노인 반찬값 마련 행사

이사를 하거나 대청소를 할 때면 먼지 쌓인 창고구석에서 몇 년 만에 재회하는 것들이 있다.

]쓸 만한 물건이라 버리긴 아깝고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줘버리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어 다시 제자리에 두는 그 물건. 지금 생각나는 그 물건이 있다면 이번에는 결론을 내리자. 내겐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보물일 수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기증하러 갔다가 예기치 않게 보물과 운명적인 만남을 하는 곳. 부산 중앙동 '나눔의 가게'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아보자.

[투데이코리아=김태현기자]개점 100일만에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맞은편에는 낡고 허름한 건물, 부산데파트가 서 있다. 이 건물 맨 오른편 작은 열쇠가게 옆 계단에 들어서면 건물의 나이를 짐작케 하는 검버섯이 여기저기 보이고 오래된 건물 특유의 냄새가 콧등을 스친다. 나눔의 가게는 이 계단 바로 위, 2층에서 환하게 불을 켜두고 있었다.

가게를 들어서자 켜둔 형광등보다 환한 표정의 노신사가 반가이 맞이한다. 부산을 가꾸는 모임(약칭 '부가모')의 서재덕(70) 집행위원장.

▲ "별로 특별한 것도 없고, … 그냥 서민적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거랍니다."

나눔의 가게의 첫인상은 '느슨함'이다. 세련미도, 깔끔함도 없다. 구매를 부추기는 높은 톤의 목소리도 없다. 대신 그 공백을 넉넉함으로 채워내는 정(情)이 있다.

이 가게가 매력 있는 이유. 이 느슨함은 편안함이 된다. 때로는 특별한 것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더욱 특별할 때가 있다. 순수함은 포장하지 않았을 때 더욱 두드러지는 법이다.

2004년 1월 문을 연 나눔의 가게는 주로 의류, 그림, 도서 등을 기증받아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전액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된다. 수익을 올릴 목적이 아니기에 이곳의 일손은 모두 부가모 회원들의 몫. 모두가 순수한 마음이라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 위원장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이웃에 나누는 사랑"을 강조한다. 실제로 나눔의 가게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가진 것을 기꺼이 무료로 제공하는 많은 이웃들로부터 나온다.

기증받은 물품을 저렴하게 또 다른 이웃에 나누고, 수익금으로 더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사랑을 전달하는 곳. 가게는 이 모든 이들을 이웃으로 만드는 메신저인 셈이다.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에 전달한 금액만 1억 여원이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부가모'는 28년째 부산지역의 크고 작은 나눔에 앞장서온, 부산을 위한, 부산사람들이 뭉친 단체다. 부산의 봉사단체 가운데는 원로급. 크지 않지만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공공질서를 바로잡는 데 힘써오면서 어느새 부산을 대표하는 봉사단체가 되었다.

현재 6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데 오래된 모임인 만큼 회원의 연령대도 40대에서 80대까지로 높은 편이다. 고령의 회원이 많지만 활동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부가모의 가장 큰 매력. 지금도 매주 거리캠페인이나 학술회 등 스케줄이 빡빡하다.

좋은 일을 하다보면 도움의 손길도 많이 받게 되는 법이다.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주머니사정은 넉넉지 못한 단체이지만 행사라도 열 때면 늘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힘들이 모여든다.

이번에는 '(사)나눔과 기쁨의 부경연합회(상임대표 이종석․최홍준)'와 함께 '독거노인 반찬 마련을 위한 나눔의 장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반찬이 없어 밥을 먹기 힘든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제공하기 위한 행사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 가운데는 몸이 불편하거나 재료가 부족해서, 방법을 몰라서 반찬을 만들어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이웃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쌀보다도 반찬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은 역시 오랜 봉사경험 덕분이다.

이번 행사는 조금 독특하게 미술들로부터 무료로 기증받은 것들이라 저렴하다. 배치는 어설프지만 원로화가 추연근 화백, 故이성자 화백 등 좋은 작품을 시중가보다 아주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어 미술품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기회. 이달 23일까지 진행된다.

이 행사 이후에도 부가모는 또 다른 나눔의 행사를 계속할 계획이니 가끔 근처를 지날 때 들러보자. 손에는 보물을, 가슴에는 사랑을 가지고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휴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051-253-1124
찾아가는 길: 지하철 남포동역이나 중앙동역. 시내버스 5-1, 58-1, 70, 86, 87, 103, 1003번 부산데파트 정류소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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