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린우리당 전략통 '민병두' 의원

대통합, 하긴 하는 겁니까? 열린우리당의 통합 논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논의는 있는데 실체는 없다.

탈당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남은 의원들로서는 우선 로드맵이라도 제시해 주길 기대하지만, 당은 일단 숨을 고르고 외부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민병두 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민 의원은 “무엇이 되고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 “위·아래로부터 변화의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우리당에 “힘을 빼라”고 주문한다.

최근 굳었던 살에 피가 돌듯, '정체' 됐던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종교계 원로들은 범여권 '원탁회의'를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장외에서 정치와 담을 쌓던 이른바 제3후보들에게도 결단의 시점이 다가왔다.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통합의 바다'로 흐르고 있다.

어쩌면 우리당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은 민병두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민 의원은 “범여권 통합작업이 5월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면 지금 우리당의 통합과정은 '정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차원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로드맵이라도 있는 것인가?

▲정치는 결과를 가지고 얘기해야지 과정을 말해선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무엇이 되고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분명 위·아래로부터 변화의 압력이 있을 것이다. 위로부터는 최근 종교계 원탁회의가 있을 수 있다. 꼭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종교인뿐만 아니라 이시대가 역주행하면 안 된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저쪽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사회가 역주행 한다고 보는 사람들. 나는 저쪽이 (정권) 잡으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역주행 한다고 본다. 특히 연고주의가 심화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계심을 갖고 있다.

밑으로부터는 국민의 압력이 마지막에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쪽이 무능하다고 보지만. 아직까지는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는 감정이 남아 있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노력한다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면 안 된다.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제3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정치권을 부정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다. 옛날에는 정규군이 있고 의병이 있었는데, 나는 의병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이 통합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총선도 있고, 그래도 당을 기반으로 해야 공천 받기가 쉬운 게 사실이다. 제3지대에서 통합은 곧 우리당 붕괴인데 의원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겠느냐는 말이다.

▲정세균 의장에게도 3주전에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의장도 무기력한 상황까지 가야 한다고. 힘을 계속 빼야 된다. 정운찬, 문국현 같은 사람들에게는 (대선출마가) 원희룡, 고진화 의원들처럼 (정치)경력을 쌓는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들은 실제로 결단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거는 것이다. 이들이 제3의 공간에서 페어플레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당은 모든 걸 포기하고 다 희생하겠다는 치열한 자세가 필요하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180여명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다.

-'종교계 원탁회의'가 통합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종교계 원탁회의가 백그라운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후보들 개인의 결단이다. 정치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처럼, 다시 국민에게 종이 되겠다는 각오로 행군해야 한다.

기존 정치 안에서 지지율 쫒으면 죽는 거고, 새로운 정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서 모든 걸 비워야 된다. 국민들은 원탁회의가 '당신이 필요합니다. 와주십시오' 하는 것 보다 후보들 스스로가 결단하기를 바란다. 국민들은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

-국민들은 손학규에게 그런 것을 느꼈을까?

▲손학규에 대해서는 비판여론이 높지 않다. 보통 탈당하면 90퍼센트가 비난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진정성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작년에 민생탐방 할 때 결단했으면 손학규는 독립적인 별이 됐을 것이다.

-대선은 결국 '인물'이다. 설사 제3후보와의 통합을 이룬다고 해도 이들의 지지율이 현재 1%에도 못 미치는 데 이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잠재력만 놓고 보면 저쪽에 비해 굉장히 좋다. 저쪽은 피케이 목장의 결투, 삼공세력 대 정경유착 세력 간의 결투로 축소되는 것 아니냐. 문국현 사장도 애널리스트들이 볼 때 가장 바람직한 대통력 상위에 올랐다. 정운찬 전 총장도 경제와 교육에 국민들 소구가 가장 높다는 백그라운드 갖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만 해도, 우리나라에 평화협정과 군축회담이 이뤄진다면 53년 체제가 끝나는 것이다. 평화대통령 만들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를 위한 정치를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는 다르다. 과거 박해를 받던 피해자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화합과 통합의 정치인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회고투표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다. 그러나 대선은 전망투표로 갈 가능성이 크다. 내 삶의 5년은 앞으로 어떻게, 누구에게 투자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이쪽의 포트폴리오가 훨씬 낫다고 본다.

-한명숙 전 총리는 자신이 '흥행카드'는 아니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한 전 총리의 역할을 어디에 두고 있나?

▲흥행카드가 되겠다고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명숙 전 총리는 '페이스메이커' 그 이상도 되는 사람이다. 잠재력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통합과 화합의 정치에 대한 소구는 50% 이상 된다. 그런 면에서 엄청난 자산이 있는 사람이다.

-현재 범여권에서 거론하는 정치세력들(예를 들어 '미래구상' '전진코리아' 등)이 너무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정치세력화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이들은 앞으로 우리가 연대할 세력들이다. '의병이 정규군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의병이 의병다웠으면 좋겠다. 의병도 차이가 있다. 미래구상은 민주노동당과 우리 쪽을 다 엮어서 연합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전진코리아는 중도 쪽이다. 이런 것들이 필요에 따라서는 함께 묶일 수도 있고 제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 이후, 대선후보간 '각개전투' 양상으로 번져(각자 세력을 구축하려는) 범여권 통합에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시각이 있다.

▲열린우리당에 도움이 된 것은 맞다. 한나라당의 보수색이 강화됐으니까. 다만 통합에 도움이 되는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우선 손학규 전 지사는 중도블록, 이쪽은 중도 좌파 블록을 만들어가는 것이 당장 연대하는 것 보다 낫다. 다만 흐름이 중요한데 손학규 탈당이 흐름을 재촉한 측면은 있다.

-원희룡 의원에 대해서는 당을 나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난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난 “한나라당에 지금 '소장개혁파'는 없고, '소장수구파'만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와라”고 했던 것이다. '당신이 필요하니 나오라'는 말은 아니었다.

-민 의원께서는 이 전 지장이 추진했던 뉴타운 문제 등을 검증 시리즈의 일환으로 다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왜 이 전 시장의 '저격수'로 나선 것인가?

▲난 '저격수'가 아니다. 난 근거 없이 공격하지 않는다.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논리적인 충돌을 야기하는 것이지 감정적이거나 허위사실에 기초한 공격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나. 이명박 전 시장이 선글라스 하고 다닌 걸 비판했는데, 금방 중단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것이 칼럼에 인용까지 됐다. 왜 우리시대 담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모를 닮는 것으로 가야하나. 왜 선거의 담론이 '박근혜 전 대표의 허리가 26.5인치다'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선거운동전이 치열할수록, 검증이 치열할수록 훌륭한 대통령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담론이 과거로 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저격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비둘기' 발언을 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질문 드리겠다. 정동영 전 의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해서 북핵이 해결되지 않더라고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의원들이 북핵문제를 정상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생각하지 않았나.

▲남북관계는 '저기대·고효과'로 가야한다. 더 이상 부풀려서는 안 된다. 현재 구도가 '평화 대 반평화', '낙오자 없는 세계화 대 개발중심의 신성장주의'로 간다. (남북정상회담이) 우리 쪽의 입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정도로 사고하면 되지, 여기에 모든 것을 다 걸고 남북정상회담이 모든 판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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