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과다 책정’수천억원 폭리 드러나

알리안츠·AIG 사업비 차익 3년간 300%이상 증가
설계사 수당 부풀리기로 '실적 올리기'만 급급
고객들 보험료 대비 혜택 갈수록 줄어'불만증폭'

외국계 생명보험사 계약자가 국내 생보사 계약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김영주 의원(열린우리당, 정무위 소속)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2003년 이후 최근 3년간 생보사 차익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외국계 생보사 시장점유율 4.2% 증가하는 동안 생보사 전체 사업비차익에서 외국계가 차지하는 비율 3배, 사업비차익규모는 97.7% 증가했다”며 “외국계 생보사 계약자가 상대적으로 사업비 과다책정으로 인해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비 차익이란 생보사들이 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전 책정하는 예정사업비와 실제 사업비와의 차이로, 이 규모가 클수록 보험료가 과다 책정돼 생보사 수익이 늘어난다.

국내 생보사들은 2003년 2조 7,589억, 2004년 2조 578억, 2005년 1조 8,418억원의 사업비 차익을 거뒀는데, 표면상으로 사업비 차익 규모가 줄었지만, 지난 해 회계기준 변경에 의한 것으로 보험사 자체적 보험료 인하나 효율적 경영의 결과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국내 전체 예정 사업비 증가율인 평균 13.1%보다 높은 45~85%인 것으로 드러나 높은 보험료 부과에 다른 막대한 사업비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 생보사 '고객은 봉'

그동안 막대한 사업비 차익으로 사회적 비판의 중심이었던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의 대형 3사의 시장점유율은 2004년을 기점으로 70% 고지가 무너지고 지난 해에는 65.9%를 차지했다. 반면에 외국계의 시장점유율은 2003년 13.1%, 2004년 15.6% 지난 해 17.3%로 올해는 20%에 육박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의 사업비 차손익은 2003년 2,778억원에서 지난 해 5,493억원으로 2년동안 무려 97.7%가 증가됐다.

이러한 외국계 생보사의 사업비 차익규모는 시장점유율에 비해 외국계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과도한 보험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년간 사업비 차익이 증가한 생보사는 전체 23개사 가운데 7개사로 금호와 LIG생명을 제외한 알리안츠, AIG, ING, 메트라이프, 라이나 생명은 외국계다.

외국계는 2003년 시장 점유율 13.1%에 비해 사업비 차익은 전체에서 10.1%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17.3%의 시장점유율에 사업비 차익은 29.8%를 차지해 판매 상품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최근 외국계 보험사의 급격한 성장에는 종신보험 상품이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보험 아줌마'의 이미지 대신 대졸 남자 출신들을 전문 설계사로 투입하면서 모집인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나 경비지출의 상향 조정을 통해 전문성을 부각시키면서 적극적인 종신보험 상품으로 유도했다.

지난 2003년에 외국계 종신보험을 든 이광국(33)씨는 “재무진단을 하면서 그동안 들었던 보험을 모두 해약해 하나로 통합해야한다는 설계사의 권유를 받았다”며 “당시에 든 종신 보험의 특약은 요즘 상품에 비해 질적인 부분에서 크게 손해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특징 중 하나가 모집인들의 계약 체결을 위해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적에 따라 고급 외제차에서 수백만원대의 시계 및 사치품도 모자라 카리브해 크루즈 상품까지 내 놓고 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창욱(42)씨는 최근 외국계 보험사들 때문에 먹고 사는 여행사가 생길 정도”라며 “돈 씀씀이에서 국내 보험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물량 공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계 생보사 계약자가 예정사업비율이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종신보험을 들면서 생보사는 사업비 과다책정으로 연결돼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집인들의 각종 수당과 이벤트성 행사 등으로 지출돼 소비자는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감독에도 문제있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이번 자료에서 최근 3년간 사업비 차익이 가장 늘어난 곳은 알리안츠로 489.9%의 증가율을 보이고 그 뒤를 AIG 343.6%, 금호 137.2%, 메트라이프 106.8% 등 4개사는 100%를 넘었다.

예정사업비 증가율 역시 AIG 85.5%, 금호 70.9%, 메트라이프 70.9%, 라이나 48.2%, ING 45.7%, 알리안츠 16.6%로 나타났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생보사 전체 예정사업비 증가율은 13.1%에 불과하지만 사업비 차익 이 증가한 회사는 예정사업비 증가 규모의 몇 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AIG생명은 지난 2005년 유지비에서 2,061억원을 책정했지만, 실제로 사용한 것은 817억원을 사용해 1,244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메트라이프, ING, 라이나도 유지비와 수금비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많은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알리안츠의 경우, 생보사 전체 증가율 평균과 비슷한 규모로 증가해 사업비 차익의 증가는 경영효율화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의원 측은 “AIG생명의 경우 다른 외국계 생보사가 국내법인을 설립해 영업하는 것과 달리 지점 형태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법인세 납부대상 제외의 세제상 혜택은 물론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의 역외 송출이 수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생보사가 막대한 차익을 올리는 동안 보험료 부담은 가중 되는 현실을 외면한 금감원에도 문제가 있다”며 “금감원이 보험사의 사업비 차익에 대한 정보를 원활하게 공급해 보험료 인하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IG 측은 “본사 차원에서 법인화를 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세제 혜택과 역외 송출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며 “일률적 잣대로 폭리기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종합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사업비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비 책정은 자율화돼 있기 때문에 시장 경쟁에 의해 풀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종엽 기자 lee@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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