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수원-성남-전북, K-리그 4팀 모두 AFC 챔피언스리그 16강행

▲ K-리그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포항-성남-수원-전북 엠블렘.
[투데이코리아 = 심재희 기자] 유럽리그가 종료되면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0남아공월드컵에 축구팬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월드컵 16강 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들이 모두 8강 고지에 오르면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웠다.

K-리그 팀들은 조별예선에서부터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동시에 보였다. 지난 해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던 포항 스틸러스를 비롯해,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 전통의 강호인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이 모두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일본, 중국, 호주 팀들과의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면서 참가한 모든 팀들이 1라운드를 통과했다.

8강으로 가기 위한 외나무다리 진검승부인 16강전. 단판승부인 16강전에서 K-리그 팀들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우선, 조 선두를 차지한 성남과 수원이 동반 승리를 거뒀다. 성남은 감바 오사카를, 수원은 베이징을 무실점으로 꺾으면서 8강에 선착했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전북과 포항은 부담스러운 원정길에 나서야 했다. 전북은 호주의 복병 애들레이드와 격돌했고, 포항은 일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를 상대했다. 하지만 우려는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전북은 연장 승부 끝에 이동국의 결승골로 펠레스코어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포항은 조별예선에서 6전 전승을 기록했던 가시마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경기력을 뽐내며 1-0으로 승리했다.

20승 2무 6패 58득점 25실점. 16강전까지 K-리그 4팀이 거둔 성적이다. 승률이 7할을 훌쩍 넘고, 평균 득점은 실점의 2.3배를 상회한다. 무승부가 존재하는 축구에서 70%가 넘는 승률은 경이로운 것이다. 아시아 최고 팀들이 겨루는 무대에서 득실률이 2배를 훨씬 넘는다는 것도 대단하다.

일본과 중국 팀들의 도전이 위협적이다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의 압도적인 성적표다.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하던 J리그 팀들이 14승 3무 9패 44득점 31실점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K-리그 팀들의 선전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 수 있다.

J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들을 중계하면서 느낀 것이 K-리그 팀들의 강인함이다. J리그 팀들은 기술적인 면이 우수하다. 세트 오펜스에 강하고 아기자기한 맛을 낼 줄 안다. 중국 팀들은 투박하지만 신체조건이 좋아 앞으로의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K-리그 팀들이 전체 경기력에서는 우위를 점한다. 선수들의 투지와 특유의 승부근성, 그리고 선수 개개인부터 팀 조직력까지의 밸런스 면에서 K-리그 팀들이 일본과 중국 팀들을 앞서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 느낌과 생각들이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혹자들은 K-리그 팀들의 경기력에 대해서 심한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유럽의 클럽들과 비교하면서 수준이 낮다고 혹평을 내리는 이도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고, 톱 클래스 팀들은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멋진 팀들이다. 아시아 챔피언 포항이 지난해 클럽월드컵에서 북중미 챔피언 아틀란테를 꺾고 3위를 차지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K-리그의 저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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