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6호기'복수기 부식'알면서도 1년 넘게'쉬쉬'

검증안된 공법 고집"한수원 금품 오간게 아니냐"
한수원"기술적으로 문제 없어 뇌물설 음해" 주장

핵발전소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결함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핵발전소 안전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핵발전소 안전 사건·사고가 벌써 4차례나 발생해 인근 주민은 물론 관련 시민단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울진 핵발전소 6호기의 복수기가 심각하게 부식된 사실을 알고도 일 년여 동안 방치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각종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원전 신고리와 신월성 1?2호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부터 복수기 선정에 따른 시공사들의 반발과 한수원이 고집한 공법으로 인한 피해 사례, 그리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공법에 대해 한수원 임원에 대한 로비 의혹 등 숫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4차례 사고 '안전불감증' 원인

이미 지난 7월 알려진 울진 핵발전소 6호기의 복수기가 심각하게 부식된 사실을 한수원이 알고도 이를 1년여 넘게 방치한 사건이외에도 올해만 해도 총 4건의 핵발전소 안전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첫 번째 사고는 지난 3월 8일 고리 핵발전소 4호기에서 원자로가 있는 핵발전소의 핵심 구역에서 불이 난 화재 사고다. 증기발생기의 수분분리기 교체작업을 할 때 설치했던 송풍기가 과열되어 발생한 이 화재 사고는 과부하 차단기능 없이 송풍기를 설치해 발생한 사고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기설비를 다루는 기초상식에 어긋난 전원설계가 화를 부른 것이며, 핵심구역 안에서 작업하면서 얼마나 안일한 태도를 취했는가를 보여준 사례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사건은 지난 3월 18일 과학기술부가 불시에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리 영광 월성 발전소에서 비상 상황 시 소집 응소율이 저조한 데다 비상대응 조직의 가동능력 및 비상대응 시설의 유지 관리 등이 미흡한 것이 지적됐다.

세 번째 사고는 지난 2월 25일 제6차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월성3호기를 정상가동한 직후 원자로 건물 내 삼중수소 농도가 평상시보다 4배정도 높아져 원인규명에 나섰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채 계속 원자로를 가동했다.

그러나 지난 4월 4일 삼중수소 농도가 평상시 농도의 50배까지 증가하자 긴급하게 발전을 멈추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1차 냉각계통의 밸브 용접부위에 약 4.5cm의 선형결함을 확인한 사고이다.

특히, 월성3호기 사건은 가동을 중지하고 정밀조사를 실시하여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1달 넘게 가동을 계속해 왔다는 것에 '눈앞의 이익만 급급하게 쫓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는 울진 원전 6호기의 복수기 부식을 알면서도 1년여 넘게 쉬쉬해 온 사실에서도 입증됐다.

◇안전성보다 이익을 택한 '한수원'

한수원이 건설하였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복수기가 누수되는 문제점은 한수원의 고위 임원들이 뇌물을 받고 원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되는 공법을 고집한 결과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 일각에서는 원전 신고리와 신월성 1?2호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앞서 원전의 설계를 담당한 한전기술에서는 복수기를 결정하면서 세계적으로 통용하고 있고 안전성이 담보된 AL6XN로 채용하기로 했는데, 당시 이중재 사업본부장이 한전기술에 SR50A 공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설계 담당자들이 “SR50A 공법이 신기술로 특허를 받기는 하였으나 실제 원전에 적용된 적이 없고 누수 우려가 있는 등 신뢰성이 의문시 된다”면서 “변경을 거부하여 결국 설계담당자를 3차례나 갈아치운 후에 SR50A 공법으로 결정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지난 2002년 9월 복수기의 누수 등 기술상의 문제가 있다는 소송이 제기돼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SR50A의 특허가 취소되자 원전 건설에 참여를 준비하고 있던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 SR50A공법은 문제가 있다면서 안정성이 검증된 AL6XN을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한수원에서는 SR50A방식을 고수하면서 공법 변경을 거부한 삼성을 탈락시키고 SR50A방식을 채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400억원에 계약을 채결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은 “복수기 누수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한수원의 강요에 의한 것이고 시공사의 잘못이 아닐 뿐 아니라 추가비용을 지급 한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혜와 금품 수수 의혹'

현재 한수원의 사장인 이중재 사장이 과거 사업본부장 시절부터 SR50A 공법 개발자인 박모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국감을 앞 둔 여의도 일대에 돌고 있다.

이 사장이 재직하는 동안 박 교수가 SR50A 공법 판매를 위해 설립한 메테크리서치의 대표는 박 교수의 부인인 안 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메테크리서치(www.superstainless.com)는 소재 관련 엔지니어링 중에서 화력ㆍ원자력발전소의 해수 및 탈황설비, 석유화학설비, 정유공장 등에 기술 및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메테크리서치가 의혹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영광 및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영동, 서천, 여수, 울산 및 태안화력발전소 등에 공급하면서 한수원과 '은밀한 거래가 있지 않는냐' 것이다.

이와 관련, 한수원의 관계자는 “공법 변경관련해서는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이 주장하는 냉각기 부식의 원인은 제작 상 결함에 의한 것이지 소재자체로 인한 문제는 없으며 보완이 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수원 임원들의 특혜와 관련해서 “메테크리서치와의 관계는 사업상 관계 일 뿐”이라며 “금품 수수와 특혜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음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단체들은 “올해는 체르노빌 핵 참사가 발생한지 20주기가 되는 해이다. 체르노빌 핵 사고는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인재였다”며 “안전관리 부재로 인해 더 이상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종엽 기자 lee@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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