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새 대표 체제 출범…중도정당 건설론 무게

민주당이 지난 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대표로 박상천 전 대표<사진>를 선출했지만 정작 당의 진로를 놓고 아직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회의원 11명을 보유한 군소정당 민주당이 다가올 대선과 맞물려 범여권 통합의 중심으로 지목되면서 세간의 큰 관심속에 성황리에 전당대회를 치렀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정치권 밖의 진보세력 모두 그럴싸한 통합의 밑그림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민주당에 쏠리는 관심은 예상 밖이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양대정당이었던 시절로의 화려한 복귀를 주장했다. 이날의 관심사는 새 대표가 누가되든 민주당이 통합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였다.

▲민주당의 고민?

민주당이 당의 진로를 놓고 우왕좌왕이다. 원내의석 11석으로 올 대선과 내년 4월 18대 총선을 치르자니 너무 왜소하고, 열린우리당 붕괴 과정에서 탈당파들을 영입해 원내교섭 단체라도 만들자니 당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으로 들어오겠다는 탈당의원들도 없는 실정이다.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열린당우리 탈당파들과 제 3지대에서 통합신당을 만들자니 당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진다.

민주당은 당내에 '중도개혁통합특위'까지 구성했지만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중이다. 자칫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에는 어떤 경우도 민주당을 해체해서는 안된다는 소위 민주당 사수론이 대세인 것 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내 인사들의 생각은 소수당을 탈피해야 한다는 논리가 거세다.

▲ 새 대표에 박상천…통합 어려움 겪나?

박상천 새 대표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신당세력 모임과의 통합문제에 대해 “중도세력을 통합하여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열린우리당과 당대당 통합은 없을것이며,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이뤄냈다”고 범여권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박 대표체제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측에 거부감을 줘 오히려 통합작업에 난항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의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국민중심당, 정치권 밖의 중도개혁주의자등을 결집해 중도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강론'은, 무리하게 통합을 서두르기 보다는 독자 대선후보를 낸 뒤 대선이 임박한 12월에 우리당 후보와 단일화 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지부진했던 범여권 통합논의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장상 전 대표측의 지지했던 원내 의원들과 통합 방법론을 둘러싸고 노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박 당선자는 4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선거라는 것이 지지파가 있으면 반대파도 있다”며 “반대파가 있다고 항상 문제가 되면 당대표의 민주적 경선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것 아니냐”라고 밝혀 통합과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포용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열린우리당과 통합하거나 열린우리당 주도의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이상, 통합논의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 열린우리당, 통합신당측 반응은?

열린우리당 정세균의장은 민주당의 새 출발에 대해 “새 지도부의 출범으로 민주당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며, 아울러 대통합 추진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장영달 원내대표는“대통합신당 문제에 있어서 합리적 정치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열린우리당측은 대통합 추진과정의 기대감을 표시하며 박 당선자에게 범여권 대통합이 무난히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신임대표가 통합논의에 껄끄러운 파트너라고 보고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어 범여권 통합을 둘러싸고 정파간 주도권경쟁 과열양상이 보일 조짐이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대통합의 중요한 파트너이기는 하지만 자기 운동장으로 다 들어오라는 식의 통합은 안된다”며 민주당중심 통합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범여권일각에서는 민주당도 '상반기내 대통합신당 창당'이라는 범여권의 일정표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 중심론'만을 고수하기는 힘들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은 기대감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그동안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대통합신당이라는 큰 배에 함께 타기를 기대해본다”고 발표했으며 최용규 통합신당모임 원내대표는 “전당대회를 통해서 통합에 대한 의지가 하나로 뭉쳐져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의 기폭제 역할을 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측은 조만간 박상천 새 대표를 만나 본격적인 통합협상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도정당'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5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자신들만이 강고한 중도정당 결성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 새 대표도 취임연설을 통해 “민주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이 결집 해 강력한 중도정당으로 출범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중도정당에 대해 “지금은 중도정당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며“종래의 좌편향 정당으로는 경쟁력 배양이 어렵워 중도정당이 필요하다” 며 중도정당 당위성을 주장했다.

덧붙여 “민주당은 '진정한 중도정당'이 목표이며, 단순히 현역의원 숫자 늘리는 정계개편이 아니라 중도정당의 양대정당 진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라며 중도정당 성공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주당의 입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다. 중도정당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범여권통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중도정당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어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중도정당으로의 성공을 비롯, 원내세력들과의 조화,민주당 내부의 통합문제는 출범하는 박 대표체제의 민주당이 가진 일차적인 과제이다.

또한 새로운 체제가 들어선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원내 11명인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 강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민주당 정통모임 대표를 역임했던 박상천 대표가 민주당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할 수 있지만, 역으로 구 시대 정당의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 대표 체제가 민주당 중심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계개편과 통합문제는 민주당 진로에서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차기 총선 이전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상천 대표체제의 출범이 구 시대 민주당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비전을 주는 정당으로 재탄생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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