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 법을 설할 자격없다"가르침 대로
석가탄신일을 한주 앞둔 일요일 오후, 뿐냐산또 스님을 만나기 위해 연락도 없이 불쑥 태종사를 찾았다. 햇살이 약간 뜨겁지만 선선한 바닷바람 덕에 그리 덥지 않은 날씨. 마침 경내를 거닐던 스님을 발견, 인터뷰를 청했다. 별것 아니라는 듯 흔쾌히 승낙하는 스님. 다만 한 시간 후에 열리는 '부산연등축제'에 가야한다는데…. 구덕운동장으로 향하는 8번 시내버스. 스님의 옆자리에 앉아 첫 질문을 던졌다.
▲뿐냐산또(86) 스님은 얼마 전 불교계에서 불거진 재산권 관련 분쟁을 꼬집는다. '무소유'를 논하는 말이 법정스님의 글과 꼭 닮았다.
[투데이코리아=김태현기자]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습니다. 낮은 자리에 있으면 손해 볼 일이 없지요.”
뿐냐산또(86) 스님은 얼마 전 불교계에서 불거진 재산권 관련 분쟁을 꼬집는다. '무소유'를 논하는 말이 법정스님의 글과 꼭 닮았다.
“스님의 소유물은 몸에 걸칠 가사(袈裟)와 좌복(참선할 때 쓰는 방석), 밥그릇, 거처할 방사(坊舍)가 전부입니다. 계(戒)를 잘 지키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며 끝이지요.”
그는 한국의 권위적인 '큰스님'들의 행태에도 일침을 놓았다.
“큰스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큰스님 바쁘십니다. 큰스님 편찮으십니다. 이런 말들이 하나하나 모두 계에 어긋난 것이지요.”
'아무나 만나주지 않는 스님'은 돈이나 권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기에 잘못됐다.
“보시(布施) 중에 가장 으뜸은 '법보시'입니다. 법을 설하는 것보다 스님에게 중요한 일은 없지요.”
'바빠서 만나주지 않는 스님'은 신도의 일과 스님의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바쁜' 것인 셈이다. 이 역시 잘못이다. '아파서 만나주지 않는 스님'은 자기 몸도 다스리지 못하는 수행자다. 법을 설할 자격이 없다.
부처의 가르침을 원형 그대로 … 한국테라와다불교
이처럼 뿐냐산또 스님이 '계'를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부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테라와다불교(남방불교)의 선구자다. '뿐냐산또'라는 독특한 법명은 1973년 태국 스님으로부터 테라와다 비구계를 받으면서 얻었다. 한국 법명은 영공 또는 도성이다.
테라와다불교는 2500년 전 부처의 가르침을 팔리어 경전에 따라 원형 그대로 전한다. 대승불교의 '화두법' 대신 부처가 했던 '위빠사나 수행법'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한다. 그래서 '근본불교'나 '초기불교'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승불교'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테라와다불교가 갖는 의미를 축소 폄하하는 용어로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위빠사나(vipassana)' 수행법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은 내 수행이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내 마음을 찾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지요. 과거에 대한 집착은 망상이요, 미래에 대한 생각은 공상입니다. 수행이란 지금 이 순간 내 마음 간 곳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뿐냐산또 스님은 '알아차림'이라는 말로 '위빠사나 수행'을 설명한다.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의 첫걸음이다. 외부 자극도 내면에서 떠올리는 것도 모두 '느낌'이고 '마음'이다.
그는 “누구든 즉시 실천할 수 있고, 결과도 곧 나타나는 것이 법”이라며 “이 수행법이 국내에 널리 보급되고 수행 도량(道場)도 늘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인터뷰의 막바지, 스님은 기자더러 더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했다. “대화란 힘들이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빠사나 수행의 팁을 덧붙인다.
“떠오르는 마음들 중 판단을 통해 버릴 것은 얼른 버리고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행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많은 고민들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쓸데없는 고민'은 버려야 할 잡념인 동시에 스트레스다.
내 마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위빠사나 수행 도량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뿐냐산또 스님
뿐냐산또 스님은 한국테라와다불교계의 '상가라자'다. '상가라자'는 종단의 최고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를 일컫는 말. 2003년에는 스리랑카 상가로부터 '삼붓다 사사나 조띠까 마하테라'라는 최고의 칭호를 받기도 했다. 한국 테라와다불교의 살아있는 역사인 셈.
태종사
부산 영도 태종대에 있는 이 아담한 절은 뿐냐산또 스님이 창건한 정진 도량이다.
전립선과 담석 치료에 좋다는 금전초가 지천으로 깔렸다. 스님이 직접 수십 그루의 수국을 심고 삽목(꺾꽂이)해 꽃이 만개한 7,8월이면 '수국축제'를 열기도 한다. 밤에는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 스님이 주석하는 태종사는 팔리어로 조석예불을 봉행해 태국이나 스리랑카 스님들의 수행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전국 주요 위빠사나 수행처
서울: 한국 명상원(02-512-5255), 홍원사(02-2658-3100), 연방죽선원(02-3463-3480), 미얀마선원(02-762-5302),
경기: 과천 보리수선원(02-517-2841), 남양주 봉인사 한길정진원(031-574-5585), 동두천 제따와나(031-868-3684)
인천: 바른길선원(032-465-2841)
충남: 천안 호두마을(041-567-2841), 붓다선원(041-868-3119)
광주: 마하연선원(062-676-2840)
대구/경북: 대구 여래선원(053-744-9009), 경주 마하보디선원(054-745-9750)
부산: 부산 태종사(051-405-2626), 부산 붓다의길따라선원(051-582-9988)
울산/경남: 울산 지혜선원(052-211-2837), 김해 다보선원(055-331-2841), 양산 가람사(055-383-3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