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금융기관 감사직 10명중 7~8명 꼴 장악

13개 시중 은행 중 10개 은행 '낙하산 부대'
금융권 검사·감독업무등 독립성 훼손 우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검사·감독을 받을 각 금융기관 '감사'의 대부분이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애실 의원(한나라당, 정무위 소속)은 지난 21일 각 금융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확인된 13개 시중 은행 중 10개 은행(우리, 하나, 외환, 신한, 시티, 대구, 부산, 광주, 전북, 경남은행)의 감사가 금융감독원 출신이었다.

전체 은행에서 76.9%에 해당하는 수치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재정경제부, 중소기업은행은 감사원 출신인사가 감사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기관의 감사로 이동한 것은 최근 감사원 출신들이 유관기업 및 단체로 재취업한 것과 맞물려 검사·감독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모럴해저드(Moral Hazard)현상이 만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매년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

금감원, 재경부, 감사원, 공정위 등 소위 핵심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자는 사실상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무 능력과 경험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는 기업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특히 민간인 신분의 금감원의 경우 금융권의 요청이 오히려 쇄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지난해 강상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금감원 낙하산 인사에 대해 발언한 것은 금감원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강 부원장보는 “오히려 금융회사가 금감원에 요청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낙하산 인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절대로 감독당국의 권위를 빌어 임직원을 내보내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금융기관 감사와 최근 2년 간 근무했던 직원이 이직할 금융사의 감사에 나가지 않도록 하는 제척제도와 감사기간 중 해당 금융기관 감사와 금감원 직원과의 접촉 금지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시중 은행은 물론 증권사, 생보사, 손보사 등에도 금감원 출신들은 '전방위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권사의 경우, 확인가능 한 31개사 가운데 22개사(교보, 굿모닝, 대우, 서울증권 등)의 감사가 금감원(구 증권감독원 포함) 출신이었으며(71.0%), 생명보험사는 확인된 15개사 중 금감원 출신이 8명(53.3%), 손해보험사는 확인된 13개사 중 4개사(30.8%)였다.

결국,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경우, 금융회사 내부감시자인 '감사'를 면전에 두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할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어 현행 법망의 개정·보완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제한 관계법령 개정에 관심

현재 김애실 의원 측은 금감원의 본연의 임무인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확립'을 위해서 취업에 대한 심사과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 전 3년간 근무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에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부서가 이에 해당되지만 조사국, 공시 감독국, 국제 협력국 등은 금융회사 직무와 관련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돼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김 의원 측은 “현행 공직자 윤리제도는 퇴직 당시 소속기관의 장 및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검증이 끝나면 윤리위원회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기 식구를 내칠 기관장이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형식적인 윤리위원회의 기능에 제동을 걸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낙하산 인사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해야 한다”면서 “이원화된 자체 판단 심사기준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관련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 관계자는 “이번 통계는 이미 보도된 과거 자료까지 끌어다가 붙여서 만든 것”이라며 “은행·증권·보험 등 해당 분야의 검사 관련 업무를 하다 대부분 금융회사 감사로 옮기기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낙하산'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퇴직 후 금융회사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면 외부 우수인력이 금감원 취업을 기피하게 된다”며 “외국의 경우와 같이 금융 감독 당국과 금융회사의 출입을 자유롭게 해, 업무경험과 지식 등이 충분히 교류 및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엽 기자 lee@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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