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았다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6.2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패라는 예상밖의 결과로 귀결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의 강세로 나타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

민주당은 6.2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에서 21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이로써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싹쓸이 당했던 굴욕을 되갚았다.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환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

이번 6.2지방선거는 54.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임과 동시에 '투표'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도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그 어느 선거때보다 지역색깔이 다수 완화된 것도 주목할만 하다. 야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당선되는가 하면 충남의 보증수표당인 '자유선진당'을 누르고 민주당의 안희정 후보가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가장 큰 부동층으로 여겨졌던 젊은 층이 결집해 그 위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이번 지방선거에선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두드러졌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의 투표가 늘면 야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 젊은 투표층을 더욱 투표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고, 진보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위기감을 느끼고 막판에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한나라당의 후보공천의 실패에 있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의원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직 구청장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프리미엄을 무시한 채 공천 대상에서 아예 배제시켰던 것. 그러나 계속된 공천 잡음에도 자기 사람 심기를 고집하면서 상대 민주당 후보는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구청장과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세 번째로는 야당 후보들의 막판 단일화 바람이었다. 인은 야권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표결집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완승의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경합 지역이 확대되면서 관심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선거의 참패를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선거 막판 초경합 지역이 늘었다는 점은 선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기폭제가 됐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표가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야당 후보의 약진을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네 번째는 '천안함 북풍'이 오히려 '역풍'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가 여당의 강력한 무기로 예상되었지만 선거를 열흘 앞두고 나온 천안함 조사 발표는 유권자들의 안보 심리를 자극해 '여당 압승'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와 남북긴장 고조가 '안보 피로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북풍'은 여당에 역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등에 업은 이른바 '노풍'도 야당 승리에 힘을 보탠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록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가 박빙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지만, 이광재, 안희정, 김두관 후보가 모두 승리해 건재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전국지방선거의 후폭풍은 정정길 대통령 실장,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의원 등 지도부들이 대거 사퇴했고 삼호개발, 특수건설, 이화공영, 홈센타 등 4대강 관련 주식들이 급락하고 있어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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