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더딘 방식으로 노크를 하는 법이 맘에 들어요"

김언(좌)시인과 오은(우)시인과의 인터뷰
[투데이코리아=김승희기자]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던 날 시인 두분을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방선거 투표소 현장을 찍고 난 후 급하게 홍대로 넘어갔다. 아뿔싸! 난 죄송스럽게도 시인들을 기다리게 한것이다. 미안한 마음 반 설레이는 마음 반으로 카페에 도착했다.

두 분 모두 공동 인터뷰는 처음이었다.이렇게 시인 김언,시인 오은의 국내최초 공동인터뷰가 이루어졌다.하하

카페에 들어서니 시인 오은은 노트북으로 선거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시인 김언은 전날 과음한 탓에 조금은 피곤한 표정이었다.두 시인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기에 편안한 분위기로 시작했다.기자 또한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인 오은과 시인 김언,詩로 수다떨기

:가볍게 커피 한잔 하면서 수다떠는 기분으로 인터뷰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오늘 지방선거 날인데 두 분은 투표 하셨나요?

오은:오늘 아침 투표를 하고 나왔답니다 (웃음)아침이라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이 많으셨어요.

: 요즘 칸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이야기가 자주 언급이 되는데요 .시인 두분은 그 영화를 보셨는지요 ?

김언 :시사회때 보려고 했지만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김용택 시인님과 황병승 시인님이 영화에 출현 하셨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은이랑(오은)같이 한번 보고 싶어요.

:거기서 황병승 시인님의 음주연기는 꽤 리얼하던데요?

오은:김언(시인) 형이 시인 황병승의 시를 좋아하세요.

:거기서 여주인공은 '시상'을 찾으려고 애쓰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요 평소 시상은 어떻게 떠올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오은 : 평소 따로 시상이 떠오른다는지 그런 것은 없어요 평소 그때그때 느낌을 핸드폰 메모함에 저장을 해둔다던지 미리 적어놓는 편이에요.

<시인=오은>
문: 김언 시인님은 어떤 시를 좋아하시는지요 ?

김언: 좋아하는 외국 시인 이름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를 가장 좋아해요.
나이 들어갈수록 힘이 빠지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더해가는 시인의 모델인 셈이죠.모든 전쟁문학은 결국, 전후문학이라는 말도 했던 것 같네요.

시가 감정을 해결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항상 격정이 지난 다음에, 겨우 몇 마디 알갱이처럼 튀어나오는 말이 시인 것 같아요. 당연히 저한테 위로가 되려고 시가 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위로 없이 견딘 다음에 나오는 말이 시라는 말을 덧보태고 싶네요.


오은: 쉼보르스카는 나이 80세가 되서까지도 그 냉철함을 잃지 않는 '시'를 쓴다는게 부러워요.

김언 :블로그(기자) 에서 여행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여행 어땠나요?

문 :네 좋았어요 스웨덴에 머무를때 한적함이 맘에 들었어요.

오은: 아 이번에 김언 형이 9월에 미국에 가게됐어요. 그래서 영어 회화 학원 다닐 예정이라구 하세요(웃음)

김언:한국문학번역원에서 운영하는 <작가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고 그중에서 저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가는 거구요.

:아 축하드립니다! 좋은 경험이 되셨으면 합니다. 오은 시인님의 시를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오은:시를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구요 우연히 김정란의 '매혹, 혹은 겹침'이라는 시집을 보면서 말 그대로 독특함이 맘에 들었어요 아 이런 것도 시가 되는구나 하고요.

김언:대학시절에도 종종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 직장에 다니지 왜 시를 쓰냐는 말을 들었죠 .하지만 어쩔수 없는 힘에 의해 무조건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

: 평소 시인들과도 교류를 자주 하시는지 그리고 시인들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한데요.

김언 :사실 시인들과 만나면 오히려 시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됩니다. 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서로 찌르게 되고 민감해지다보니 안하게 되더라구요

오은 :저는 사실 워낙 사람 만나는걸 좋아해서 시인들과 수다떨고 이야길하면서 자극이 되고 힘을 얻게 됩니다.

<시인=김언>

: 아웃오브 아프리카 영화의 원작소설가인 카렌 블릭센은 "슬픔은 그것이 이야기로 만들어지거나 이야기 할 수 있음으로서 견뎌 질 수 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두 분은 혹시 시로 슬픔을 견딘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세요?

김언: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괴로울땐 시가 잘 나올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슬픔을 견디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슬픔을 이야기로 견디어 진다는 것은 공감하지는 못해요.제 시가 감정을 호소하고 위로받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은: 예술가들 중에 괴로울때 창작으로 고통을 이겨낸다고 하는 분이 있는데 저는 슬플땐 글을 써본적이 없어요(웃음)

오은:등단을 위한 글들 너무 비슷비슷한 글들이 많고 잘 쓴 글들도 많아요 하지만 정말 자기 자신이 담겨져 있는 시, 자기 것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만의 언어로 말이죠.잘 씌여진 시는 많은 데 기억에 오래 남는 시는 별로 없어요.

: '시'가 주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오은 :일단 '시'는 지는 싸움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예를 들면 영화는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 사람 맘을 금방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달체계가 더디다 보니 과정자체가 어렵게 사람 맘을 움직이죠 단번에 사람을 잡지 않는데 더딘 방식으로 '노크'를 하는게 좋아요 조금은 더디지만 세련된 느낌이 좋아요.

:'노크'라는 말 좋은데요(웃음)

: 이창동감독도 그런말을 한적이 있으신데요 잊혀졌던 '시'를 사람들이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하는 소망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일반 사람들은 '시'가 조금은 어렵다 낯설다 이런 생각 문학중에도 소설보다는 '시'가 조금은 대중적인 면에서 멀리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언 :물론 대중적인 시인 예를 들면 김경주 시인들은 대중화가 된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인을 보면 대중을 울렸다는 부분에 있어서 놀랍기는 해요.각자 가는 길이 틀리다고 생각을 합니다.

: '시'를 지망하는 지망생들이 가끔은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서기도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언: '시'로 상업적인 성공을 할려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꺼에요.어떻게 참 희한한게 돈을 없을때도 술도 먹게되고 근근히 살아가게 되요 굶어 죽지는 않더라구요 돈을 벌어야겠다 이런 기대감이나 효과는 어느정도 포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 시인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김언: 자기재능을 의심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그사람에게 어떻게 잘해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잖아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기 보다는 계속 전진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런말들을 해주고 싶어요 .

김언씨의 시를 평한 정재학 시인은 '김언의 시는 감정적으로 흐트러진 적이 없다 그는 지적이면서 치열한 뼛속까지 모던한 시인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오은님 시인의 시집 뒷면에 이런말들이 있다. 연인의 입술에 몰입하던 순간의의 아름다움이 준 힘으로,그대는 입이 피투성이가 될때가지 이렇게 버티고 있다.피 철갑한 입으로 느낀 고통의 맛을 "쓸 것이다"그리고 그대는, 그 쓴맛을 기억하는 성난 입술로,계속해서 "쓸것이다"-허윤진 문학평론가

인터뷰 시간 동안 "소설을 쓰자"에서 보여지는 이성적이며 냉철한 이미지와는 달리 시인 김언은 쑥쓰러은 표정을 자주 지었고 매너가 좋은 남자였다. 그리고 시인 오은은 인터뷰 내내 명랑한 목소리을 가진 유머스런 남자였다.

마지막으로 인터뷰가 끝난 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어놀이'를 즐기는 그들이 있기에 독자들은 쉽게 '詩'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력소개: 시인 김 언

1973년 부산에서 출생
1998년<시와 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숨쉬는 무덤> <거인>
2006년 대산창작기금
2009년 미당문학상 수상
2009년 동료가 뽑은 올해의 시인 선정
2009년 '소설을 쓰자'시집 출간

약력소개: 시인 오 은

1982년 전북 정읍 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학위
2002년 <현대시>등단
2009년 '호텔타셀의 돼지들'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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