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처벌 인권침해등 해묵은 논란 해결 시급

지난 2일, '긴 이름'의 법 하나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의 공식명칭은 '특정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이 법의 특징은 긴 이름만큼이나 논쟁거리를 '줄줄이 달고' 세상에 태어났다는 점이다.

이 법의 요점은 성폭행범죄자에게 국가가 '전자 팔찌'를 채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법이 모든 강간사범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습 성폭력 사범이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은 몸에 전자팔찌 등 감시장치를 붙이게 된다.

그간 긴 논란의 소재가 되어 왔던 전자팔찌 제도가 일단은 명시적 법률 근거를 마련해 첫발을 뗀 셈이다.

이 법안은 첨단기기를 이용해서라도 성폭력을 막자는 여성단체,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주장에 기반을 둔다. 상습강간범들이 저지르는 일련의 사건들, 또 용산 어린이 강간살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범죄에 몸서리치던 일반국민들도 찬성 의사를 많이 밝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권운동가들이나 법학자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감시장치 부착으로 인한 개인의 명예감정 손상, 개인정보의 신상공개위험성, 사생활 감시, 이중처벌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인권의 중요성' 논리에 대해서는 "고상한 당신들만의 논리"라는 재반박이 가해진다. 유치원 교사 A 양(만 25세)은 "아이들을 상대로 몹쓸짓을 저지르는 경우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게 학부형들과 유치원 교사들의 일반적 분위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는 위헌적 요소 같은 중요한 그러나 너무도 이상적인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네버엔딩 스토리 입씨름 탓일까. 이 법안은 2005년 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부터 2년만에야 세상의 빛을 봤으면서도 출생 직후부터 축하와 동시에 많은 우려의 소리를 듣고 있다.

▲상습범, 미성년자 상대 범죄자가 대상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전부 전자장치를 채우는 것은 아니다. 전자장치는 원칙적으로 검사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받아 법원이 부착명령을 내려야 집행할 수 있다.

검사의 영장 청구가 없으면 법원이 '임의로' 영장을 발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결국 한 기관에서 임의로 행정처분을 과하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 공익을 대표하는 기관인 검사가 공익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나서 법원 판단도 다시 한 번 받는 이중 구조를 택했다고 요약가능하다.

검사는 범죄자가 성폭력 범죄로 2회 이상인 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울 것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13세 미만의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파렴치범도 전자팔찌를 채울지 검토 목록에 올라간다.

또한 성폭력 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기 전에 가석방될 때, 법원이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할 때도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

▲형기 마치고 출소해도 '전자감시' 시작, 이중처벌 아닐까

이 법은 지금부터 1년 6개월 후부터 시행한다. 다시 말해, 2008년 10월에야 '시범 케이스'가 나올 수 있는 것. 이런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덕에 세부사항은 아직 완성이 안 된 상태다. 즉 지금까지 마련된 추적기계, 운영시스템과 관리체제 등 '세부사항'은 앞으로도 관련 공무원들의 부단한 재점검을 거쳐 더 개선될 전망이다.

그런데 세부적인 시스템상 문제보다 정작 더 많은 우려를 사는 부분은 '우리의 전자팔찌는 이중처벌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도 전자감시제도가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미국은 범죄자를 죄가 가벼운 경우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 집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다만 집 밖으로 범죄자가 나가지 못하게 하는 제한수단으로 전자팔찌나 발찌를 채운다. 혹은 보호관찰 기간에 이를 채우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로버트 김 간첩 사건'에서 로버트 김 씨는 출감 후에도 보호관찰 기간 내내 발목에 전자장치를 차고 생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은 원래의 형기를 마친 다음에 재범방지를 위해 다시 일정한 기간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다.

보호관찰의 경우에 채우기도 하지만, 주로 출감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중처벌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자팔찌법 찬성파에서도 익히 인정하는 것 같다.

황석근 한나라당 부대변인(교육학 박사)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비록 인권 침해의 여지로 논란이 되더라도,"라는 단서를 붙인 가운데 이 법의 효과에 대한 기대와 앞으로의 시행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법을 도입했을 때 공익이 더 크다"는 것이 황 부대변인의 설명이다.

모 사무관(서울 **보호관찰소 근무 보호관찰관)도 강력 찬성파. 그러나 그도 논쟁 여지가 있을 것은 예상한 가운데 찬성 논리를 펴는 쪽이다. 보호관찰제도를 운영하고 직접 참여해도 본 관록에서 볼 때 보호관찰관이 붙어 집중관리하는 경우 재범 예방에 확실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이 베테랑 공직자의 기본논리다.

즉 이 법이 일부 논쟁이 있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의 인사들이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나오는 제 3의 논리

그래서 인권침해 우려를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는 보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제 막 국회를 통과한 현행법은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제3조)고 규정하고 있고, 또한 전자장치의 수신자료는 수사, 재판 외에는 공개할 수 없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료를 폐기하는 등 인권보호 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상자 명단이 유출이라도 되는 경우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느니만큼 각별한 보안의식이 요구된다. 아울러, 명단이 유출되지 않아도, 팔찌를 차고 다니는 자체가 이미 남들의 눈에 띈다는 문제가 남는다. 즉 '주홍글씨'나 다름없어 망신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게 팔찌 아닌 발찌 제도 논의다. 또 착용범위를 좀 줄이자는 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 법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제 3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이다.

박민숙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이 법이 앞으로 끊임없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박 위원장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성범죄 중독증을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했다.

"인식전환을 통해 사회 전반에 성폭력을 뿌리뽑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이야기다. 전자팔찌 제도도 나름대로 의미가 깊으나 전반적인 인식 전환 같은 큰 그림도 이제 그려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모 간사도 본지 기자에게 상습범에 대한 당장의 규제도 중요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성범죄자의 절대 다수가 면식범에 의해 저질러 지고 있는데, 이 법이 주로 감시하는 일부 상습 성범죄자가 생면부지의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경우는 비율이 적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법에서 대처하고자 하는 상습 성폭력사범에 대한 규제도 분명 중요하다"고 그녀도 인정한다. 지난 번 성범죄상습범에 의해 일어난 용산여자어린이 강간살인 사건처럼 참혹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고 그런 고민의 차원에서 이 법이 탄생한 것을 폄하할 생각은 절대 없다는 것.

그러나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분석이다. 상습강간 등 문제도 분명 큰 논점이지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성적 농담, 직장 내 성추행 등 부분도 상습강간, 유아대상간음 등 강력 성범죄와 함께 추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칫 전자팔찌 같은 큰 건에 가려져 일상의 작은, 그러나 해당 여성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되는 점에서는 다른 여타 강력사건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성폭력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사그라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은 분명 의미가 새롭다.

언제까지고 문제가 터지고 나서 그 뒤를 법이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자팔찌 같은 초강수를 두는 것도 전술적으로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성범죄가 줄어드는 확실한 전기를 마련하는 전략을 이제 세워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자팔찌 제도는 탄생의 울음을 터뜨리면서 우리에게 이런 무거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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