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칭 플레이-강한 압박-집중력, 대한민국 16강 진출의 열쇠!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허정무호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벽 앞에 서 있다. 그 동안 전력의 안정화를 위해 여러 부분에서 노력했고, 상대들에 대한 대비책도 충분히 준비했다. 이제 실전만이 남았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들이니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음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죽어서도 안 되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을 잘 새긴다면,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 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는 색깔이 확연하게 구별되는 팀이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부터 다르다. 경기 스타일과 강점 및 약점도 확실히 구분된다. 전체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상대에 따라 다른 전략과 전술로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리스. 유로 2004에서 보여준 그리스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안티풋볼', '극단적인 수비축구'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그들은 챔피언에 오르면서 그런 비판을 잠재웠다. 당시 그리스가 보여줬던 환상적인 수비조직력과 끈질긴 승부근성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하지만 이번 그리스 대표팀은 유로 2004 때와는 달라 보인다.

중앙수비수들의 스피드가 느리다는 것이 그리스의 가장 큰 약점이다. 뜀박질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반응속도, 협력 플레이, 1-1대결 능력 등 수비 모든 부분에서 매우 처져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청용-박지성-박주영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스위칭 플레이'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뻣뻣한 그리스 수비진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서,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그리스 수비진을 혼란시킬 필요가 있다.

조 수위가 유력한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에서는 '압박'이 중요한 키워드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카를로스 테베스, 세르히오 아게로, 디에고 밀리토, 앙헤 디 마리아, 곤살로 이과인 등이 버티는 공격의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서 중원에서 강한 프레싱을 걸어야 한다.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플레이메이커 후안 베론의 패스줄기를 압박으로 차단한다면, 아르헨티나의 공격전개속도와 공격수들의 활동반경을 좁힐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분명 한 수 위의 전력이지만,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무승부 작전을 펴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위에 언급한 공격수들은 상대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을 때 더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개인전술과 부분전술을 모두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중원의 압박과 더불어 빠르고 정교한 공격으로 과감하게 맞불을 놓으면서 아르헨티나의 엉덩이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미친 듯한' 아르헨티노의 공격본능을 제어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전 승부의 관건은 집중력이다. 최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치른 북한 대표팀의 정대세는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은 야생 동물 같았다"라는 발언을 했다. 신체조건이 매우 좋고, 유연성과 스피드까지 겸비하고 있어 동물을 연상케 한다는 내용이다. 순간적인 반응과 찬스 포착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다소 거친 플레이를 펼치면서 그들의 동물적인 본능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나이지리아는 공격의 파괴력은 뛰어나지만, 수비 집중력은 낙제점이다. 북한전을 포함해 여러 경기에서 수비가 집중력을 잃고 실점하는 약점을 노출했다. 공격일변도적인 팀 컬러를 갖추고 있는데, 수비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것도 단점이다. 미드필드 싸움을 적극적으로 펼치다가, 공격으로 빨리 전환해 빈 공간을 노리면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 수비가 집중력을 잃고 당황할 때 놓치지 않고 득점을 성공한다면, 경기를 보다 수월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을 먼저 경험했던 선배들과 국내 지도자들은 한결 같이 이런 말을 한다. "지금까지 준비한 부분들을 떨지 않고 실수 없이 발휘하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 준비한 모든 부분을 경기 속에 녹일 수 있다면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을 것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줬다. 허정무호가 '승리 키워드'를 잘 활용해 멋진 승부를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