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전통악기, 월드컵 응원도구로

[투데이코리아=양만수 기자] 11일 오후(현지시간) 남아공월드컵 대회 개막전이 펼쳐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한 마디로 '굉음의 도가니'였다.

엄청난 소음이 스타디움을 온통 휘감았던 것. 개막전이 펼쳐지기에 앞서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경기 내내 `부부젤라'(Vuvuzela)가 뿜어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악기의 소리는 이미 '소리'의 수준을 넘어 '소음'에 가까울 정도다.

수천 개의 부부젤라가 한꺼번에 소리를 내면서 원래 `부우우∼'하는 소리가 `웅웅웅웅∼'하며 고막을 찢을 정도로 굉음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남아공의 전통악기인 부부젤라가 응원도구에서 '소음'으로 전락해 버렸다.

고함을 질러야 겨우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인 것은 물론이고, 청각 보호를 위해 귀마개를 한 관중마저 상당수 눈에 띄었다. 특히 개최국인 남아공이 멕시코 골문을 위협할 때에는 관중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더해지면서 스타디움이 떠나갈 듯 했다.

부부젤라는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 나팔 모양의 전통 악기로, 길이가 60∼150㎝로 다양하다. 단순히 마우스 피스에 입술을 갖다대고 세게 바람을 불어넣으면 마치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뿜어낸다.

지난 2001년 한 업체가 플라스틱 재질로 이를 대량 생산하면서 남아공 축구팬들의 응원 도구로 보급된 부부젤라는 지난해 6월 남아공에서 개최된 컨페더레이션컵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당시 과도한 소음에 민감해진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부부젤라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FIFA와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는 부부젤라 응원을 아프리카를 특징짓는 전통 문화로 규정해 규제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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