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나라당 노동委 초대 위원장 배일도 의원

한나라당이 노동자를 위한다고? 혹시 대선용 이벤트 아냐?

의혹의 눈빛을 뒤로 하고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출범식이 지난 10일 열렸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배일도 의원은 “한나라당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 아니다”며 서민과 노동자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고?

배일도 의원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꼭 민노당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내용을 어떻게 채우는지는 국민들에게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나라당의 유쾌한 반란을 즐길 차례다.

◆다음은 배일도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반노동적 정책을 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노동위원회 발족이 한나라당의 노동정책 변화에 계기가 될까?

▲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러 한나라당 로고 앞에 '뉴'자를 붙였다. 새롭게 해보자는 의미다. 우리가 왜 국민들로부터 지지 못 받았는가. 한나라당은 지나치게 기득권에 집착하고, 지역주의에 매몰됐다. 우리에게 부패정당, 차떼기 정당, '딴나라당'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이렇게 되면 집권도 못할뿐더러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정당이 된다. 한나라당은 조금씩 스탠스를 옮겨 왔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뀐 것이 아니다. 노동위 출범도 그 연장선에 있다. 서민과 노동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당헌 당규까지 고쳐서 노동위원회를 발족하고 출범식을 국민들에게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앞으로 내용을 어떻게 채우는지는 국민들에게 평가 받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노사가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유럽식 '노사정 위원회'를 만들 생각인가?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있는데 서구에서 진행 중인 대화기구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이 있다.

한나라당도 이런 것에 주목한다. 특히 현재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거의 한나라당 출신이다. 지자체 시대의 대회기구를 노동위가 만들어 낼 것이다. 난 지하철 노조 시절 갈등을 조절하는 대화기구를 만든 경험도 있다. 노동위원회 계획에 다 포함된다.

-한나라당은 최근 대북 기조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국가를 움직여나가는 데 있어 관치라는 방식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런 통치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보수가 무엇인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다.

조건이 변한 상황에서 과거의 것을 사수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수구다. 남북문제의 경우 북한 내부의 변화나 6자회담 성사도 조건의 변화다. 변화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 여기에 우려할만한 변화는 없다고 본다.

-이미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이 원내 진출을 한 상황이다. 민노당과의 차별화를 둔다면?

▲정당의 목표는 국민 전체의 삶을 낫게 하는 것이다. 특정 대상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노동자당, 자본가당 식으로 만들었는데 목표설정은 좋으나 국민이 이해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근로 계층이 1500만 명인데 실제 경제활동인구는 2800만 명이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정당이 정당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노사관계에 중점을 두었다. 노사는 전체 노동자 중 10%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노동조합도 없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대변하는 정당이 꼭 민노당이어야 하는가. 스탠스를 바꾼다는 측면에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도 노동위원회 만들어야 한다.

-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동위원회가 만들어졌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내가 2004년에 한나라당에 온 뒤부터 줄곧 주장했던 것이다. 작년 10월에 당헌당규를 고쳤다. 다만 하부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출범식을 4월에 한 것뿐이다.

-김성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축사에서 조직 구성의 80%가 한국노총 소속이라고 했다. 사실인가? 만일 그렇다면 전체 노동단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그 분이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여기에는 민주노총도 있고, 장애인 직업생활 상담원도 있다. 과거 전태일 노조위원장도 조직본부장 맡고 있다. 양 노총 말고 순수 노동자가 40%, 민주노총이 30%, 한국노총이 30% 정도 된다. 그런 것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노동위원회는 '일자리 창출'이 최대목표라고 했다. 일자리의 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말하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의 개념이다.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상이 돼야 되고 계속근무가 가능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는 '사회적 일자리' 한마디로 임시직이다. 내용을 보면 월급이 70만 원 이하다. 이것은 속임수다.

FTA로 농업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 중 농업선진국이 아닌 나라가 없다. 일본도 농가소득이 더 높다. 돈 많은 중동 산유국을 선진국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우리도 전라도 지역을 농업배후지로 해서 가격경쟁력만 갖게 해주면 농사지을 사람 많아진다.

현재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높다.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경쟁력에 차이가 난다. 이유가 뭘까? 바로 토지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인건비, 물류비. 보관비용 등, 생산량은 높아도 가격경쟁력에서 게임이 안 된다. 선진국은 이런 것을 해결해 줬다. FTA가 농가 다 망쳐 놓고, 농민들 빚쟁이 만든다.

-한나라당 노동위원회는 '노동유연성'에 대해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안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사회 뜨거운 화두다. 비정규직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 생각인가?

▲기본적으로 유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론으로 모아지지는 않았지만 노동유연성을 채택할 경우 국가적인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정규직만 양산할 뿐이다. 해고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지 대책이 없다면, 그 부분을 우리 한나라당이 만들어야 한다.

-책임당원 가입 사업도 노동위원회의 업무인가?

▲조직과 정책 두 영역을 담당한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벌써 T/F 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책임당원도 앞으로 3만 명 이상 가입 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위원회가 3천 500명 가입시켰다.

-혹시 KTX여직원 문제와 관련한 논의도 위원회가 하게 될까?

▲당연하다. KTX 문제는 국가 정책의 부산물이다. 이철 사장을 철도공사에 임명하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철 사장은 다를 방법이 없었다고 하는데, 인력을 줄여서 부실을 해결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다. 공사 서비스 다 용역주고 빚 갚았다고 하면, 그건 경영도 아니다.

인원을 줄일 것이 아니라 정원을 늘려야 했다. KTX 방식으로 하면 어느 노동자가 일하고 싶겠는가. 근로 의욕이 안 생긴다. 철도공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설득했어야 했다. KTX문제는 원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철 사장에게도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노총이 대선후보와 '정책연대' 혹은 '정책연합'을 하고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노총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중 한명을 지지할 가능성은?

▲정책연대 여부를 조합원에게 물어 현재까지 50% 찬성했다. 향후 어느당의 누구와 연대를 할지는 2차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11월쯤 끝날 것이다. 단 민노당은 제외 한다. 다들 한나라당과 하자고 그러지 않겠나. 한나라당이 국민적 지지가 높은 상황이니까. 조합원들도 이제는 바뀌었으면 하는 그런 정서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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