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북구의원 이승희

4.25 보궐선거가 한창이다.

작년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원 중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아 의원자격이 박탈 된 지역에서 진행되는 선거이다. 선거운동 과정에 있는 후보도 주민의 대표인 의원이라는 마음가짐과 도덕적 투명성을 누구보다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리라.

각 지역 후보군들은 모두 결사항전의 자세로 뛰고 있을 것이다. 모두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리고 선거판에 뛰어 들었을 터이다.

작년 이맘때였다. 두렵고 떨렸다. 그리고 수없이 되물었다. 내가 주민들 앞에 설 자격이 되느냐고, 왜 나설려느냐고. 2006년 5.31일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기초의원 후보로 최종 확정되기까지 밤잠을 설쳐가며 나에게 되물었었다.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었다. 민주노동당은 중앙위원회에서 전지역구에 후보를 낼 것과 여성강제할당 20%를 결정한 상태였다.

당시 나는 광주광역시 당 부위원장과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타 당이라면 기회일 수 있었으나 당선가능성이 적은 민주노동당으로서는 강제할당이 부담스러웠고, 주변의 이목 또한 따가웠다.

결국은 출마를 결심하고 다짐했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로 출마해서 죽을 만큼 뛰어보고 진심을 보여주리라. 나 자신을 속이고, 주민을 속이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진심을 담아서 눈빛을 건네고 손을 내밀었다. 당선되어서 관행과 특권에 맞서 싸우는 의원이 되겠노라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했다.

2006년 지방선거는 역대 지방선거와 다르게 책임정치의 구현을 위해 정당공천제를 실시하게 되었고 기초의원은 선거구당 2인에서 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했다. 인물 위주로 뽑던 기존의 토박이 정치에서 당의 정책과 이념을 보고 지방의원도 소신 있는 정치를 하라는 말일게다.

다른 후보보다 나이어린 여성후보가 수행원 없이 홀로 시장으로 식당으로 가게로 종횡무진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애처로워 보이셨을까, 아니면 진심어린 선거운동이 통했던 것일까, 5.31 선거에서 나를 당당히 당선시켜 주셨다.

지역 인지도가 전혀 없었던 나를 민주노동당이라는 선명성을 보고 뽑아 주셨음을 잊지 않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라던 당부의 말씀도 챙겨주셨다. 민주노동당 여성의원으로 별다른 지역기반도 없이 당선된 나를 보고 다를 믿기지 않는 눈치시다.

그러고서 10개월이 지났다. 의회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맞닥뜨린 '관행'이라는 괴물과 싸우느라 10개월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정치현실이 서글프다.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만큼 중요한 구정질의와 행정사무감사를 끝내고 연장선상으로 문제제기한 업무추진비의 부당한 지출문제로 집행부와 씨름하느라 마음이 무겁고 편치 않다.

하지만 주어진 임기 4년 동안 해야 할 일이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민들께 드린 약속이기에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주민 분들은 뽑아놓고 어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정치하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먼저 떠올리고 그놈이 그놈이라는 정치적 불신과 무관심 속에서 지방자치의 의미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중요하다. 국가행정의 마지막 시행처가 기초자치단체고, 직접적으로 주민들에게 정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기초자치단체이다. 기초의원의 기본임무는 이러한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을 감시, 견제하고 예산을 다루는 일이니 두 눈 부릅뜨고 잘 뽑아야 한다.

흔히 보궐선거는 조직선거라고 이야기 한다.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학연, 지연이 탄탄하고 지역연고자가 많을수록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소중한 한 표는 공무원사회와 대충 타협하며 자신의 요구나 관철시키려는 퇴행과 구태를 바꾸는 의미에 행사되어야 한다. 제3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후보를 판단해야지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어느 시인은 4월을 '갈아엎는 달' 이라고도 했다. 실망하지 않을 정치, 불신하지 않을 정치, 책임질 줄 아는 정치를 위해 주민들이 나서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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