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청소년월드컵 나이지리아전, 극적인 역전승 수훈갑 역할

▲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골잡이로서 골을 못 넣었으니 할 말이 없을테고, 자책골 불운까지 겹쳤으니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력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정말 지독히도 운이 없다.

박주영 이야기다. 가장 믿음이 가는 간판골잡이가 불운을 겪고 있기에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주영의 '월드컵 불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성'이었던 그는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스위스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전반 막판 미드필드 진영에서 파울을 범했고, 이때 내준 프리킥이 필립 센데로스의 결승골로 연결되어 분루를 삼켰다.

4년 뒤 아르헨티나전. 박주영은 이제는 당당한 주전 원톱으로 경기에 나섰다. 허정무호가 수비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전반 중반 또 한 번의 불운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자책골. 리오넬 메시가 프리킥 한 볼이 박주영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한국 골문을 가르고 말았다.

박주영이 '통한의 자책골'을 기록한 후에 팬들은 비판보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격려의 글을 남기는 등 힘을 불어넣고 있다. 박주영이 있기에 한국 공격이 있고, 박주영이 살아나야 나이지리아전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주영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기는 했지만, 박주영의 움직임은 한국 공격의 큰 힘이 되어줬다. 상대 거구 중앙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면서 공중 볼을 따내주고, 좌-우-전-후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동료들에게 공격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리스전 선취골 상황에서 상대수비와 헤딩경합을 벌이면서 숨은 공을 세웠고, 아르헨티나전 만회골 상황에서도 헤딩 공중볼을 따내면서 추격전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제 박주영이 겨냥하는 것은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는 박주영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나라다. 2005년 청소년대회에서의 '3분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상대가 바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다.

당시, 박주영은 0-1로 뒤지던 후반 초반 페널티킥을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끌려갔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박주영은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이 때부터 박주영의 공격본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후반 44분 박주영은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작렬했다. 그리고 3분 뒤 나이지리아 수비수들 사이에서 절묘한 오른발슛을 때렸고, 볼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백지훈에게 연결되어 결승골로 이어졌다. 한국의 2-1역전승. 이 승리가 그 유명한 '3분의 기적'이다.

당시 박주영은 왼팔이 탈골되면서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다. 페널티킥까지 놓쳤으니 몸과 마음이 모두 흔들렸을 터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면서 '3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상대가 다름아닌 나이지리아였기에 묘한 느낌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원톱은 박주영이다. 박주영이 '3분의 기적'처럼 또 한 번 나이지리아를 제물로 다시 일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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