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주=김정 특파원]지난 17일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범행을 일으킨 '조승희'의 범행동기가 여자친구문제일 가능성이 많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승희씨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평소 주변사람과의 친분이 적었으며, 범행동기를 알려주는 단서를 거의 남기지 않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정확한 범행동기를 결론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캐빈 코스터 FBI(연방수사국) 팀장과 킴벌리 크래니서 버지니아 경찰서장은 이날 최승현 주미대사관 워싱턴지역 영사와의 면담에서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사건의 동기는 치정이나 이성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혀, 치정과 관련한 참사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수사당국은 조승희가 쓴 것으로 보이는 독설 등으로 가득한 노트를 발견했다고 지난 17일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했다.

또한, ABC방송에서는 조씨가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지른다(You caused me to do this))”는 기록이 남아 있는 노트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트리뷴은 한국 국적이며 영주권자인 23세의 조승희의 기숙사방에서 수사당국이 발견한 노트에는 독설과 불만으로 가득한 어수선한 내용의 글들이 담겨있었으며, 조승희의 팔에도 붉은 잉크로 써놓은 'Ismail Ax' 라는 단어들이 노트속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소식통에 따르면 조승희는 최근 기숙사방에 불을 지르고 일부 여성들을 스토킹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과 폭력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뷴은 조승희가 쓴 것으로 보이는 노트에는 캠퍼스의 '부자집 아이들(rich kids)' '방탕(debauchery)' '기만적인 허풍쟁이들(deceitful charlatans)' 을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학생들과 외신들은, 그가 기숙사 자기 방에 남긴 '혼란스런' 심경을 담은 장문의 노트 메모 등을 종합하면 조씨의 첫 총격을 받아 사망한 여학생 에밀리 제인 힐스처(18)가 범행동기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범인 조씨는 지난 17일 오전 7시 15분 남녀공용 기숙사 건물인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홀 4층 기숙사에서 에밀리와 대학원생 리얀 클라크(22)에게 총격을 가해 현장에서 사망케했다.

목격자들은 범인 조씨가 한 여자친구와 기숙사에서 논쟁을 벌인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권총을 휴대하고 기숙사 건물로 되돌아온 뒤 에밀리와 클라크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증언했다.

대만 출신의 첸 치아 하오학생은 대만케이블TV와 인터뷰에서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홀에서 심한 언쟁이 있었고 그후 그녀에게 총격이 가해졌다”고 말하고, 첸은 이어 “그후 기숙사 사감인 클라크가 다가왔고 조씨는 그에게도 총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연인관계인 에밀리와의 심한 언쟁으로 잠시 격분을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클라크에게도 총탄을 발사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범인 조씨는 평소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으며, 조승희의 가족들은 센터빌의 2층짜리 흰색 타운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이웃 압둘 샤쉬는 “조승희는 아주 조용했고 언제나 혼자였다. 농구를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냈지만 누군가가 인사를 해도 답례를 하지 않았다” 며 그의 가족들도 조용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미 수사당국은 이르면 18일 조씨의 범행동기 등 정확한 수사결과를 다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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