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한미FTA…'도전과 응전] ⑬제약 분야

김씨(38)의 7살 아들 영민이는 '유전성 타이로신혈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영민이는 태어난 지 한 달 째 되던 날 갑자기 코피를 쏟으며 병의 시작을 알렸다. '타이로신혈증'은 10만 명 중의 1명이 걸리는 병으로 발병률이 극히 낮지만 일단 걸리면 치료가 쉽지 않다.

영민이는 현재 FDA의 승인을 거쳐 출시된 오르피단이라는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에 수백만 원하는 약값을 김씨에게 큰 부담이다.

김씨는 최근 복제약이 FDA의 승인을 거쳤다는 소식을 듣고 한 시름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도 잠시, 지난 한미FTA 때 강화된 신약특허권 때문에 복제약의 출시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위의 사례는 한미FTA 타결 이후 벌어질 상황을 가상해본 것이다.

지난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여 신약 특허 절차를 강화했다.

보통 2년 정도 걸리는 식약청의 품목허가 심사기간이 신약 특허기간에서 빠진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복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기도 2년 늦춰지게 됐다. 자연히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독점 판매기간은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이나 신약과 약효나 주요 성분은 같지만 부속 성분이 다른 이른바 복제약 출시가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제약사의 특허 신약이 국내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임상시험 자료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자료독점권'도 문제다.

배경택 복지부 한미FTA 협상팀장은 “이미 1995년 국내에 도입된 재심사 제도를 보면 신약을 품목 허가할 때 제출된 임상시험 등의 자료를 6년 동안 보호해 주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에 있는 제도를 협정문에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료독점권의 개념이 자유무역 협정문에 들어가게 되면 개량신약 출시는 그만큼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 기간동안 다국적 제약사는 판매에 열을 올리고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는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약의 제네릭를 판매해 얻은 수익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따라서 이번 한미FTA의 타결로 우리 제약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스스로 '피해분야'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 12일 FTA 관련 각 소관부처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협상 결과를 보고 했다. 이날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민주노동당 현애자(玄愛子) 의원 등은 의약분야가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며 시민단체 및 업계의 피해 추산액과 정부의 피해 추산액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실제로 의약품 분야 피해액을 두고 정부와 제약회사는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피해액을 '5년 동안 2877역~5007역원'으로 추계했다. 반면에 제약업계는 앞으로 5년간 최소 8873억에서 최대 2조4213억이 될 것으로 예상해 정부 추계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김씨의 경우처럼 돈이 절대적으로 신약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비싼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생명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의 의료부담에 대해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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