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의 과도한 섹시 어필과 이를 부추기는 분위기의 문제점

▲사진=MBC '세바퀴'
[투데이코리�=유정선 기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주말 오후,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민망함을 느꼈다. 지상파 정규 프로그램에서 보기에는 부적절한 듯 보이는 춤과 반응들에 적잖은 실망감이 밀려왔다.

이날 방송은 '포미닛' 현아, 가윤 그리고 '제아' 동준, 광희 등이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진행됐다. 평소대로 설문퀴즈가 끝나고 MC들의 개인 질문이 이어질 무렵, 갑자기 이휘재가 현아에게 특기인 골반댄스를 주문했다. 평소 걸그룹 멤버들 중 현아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구라도 옆에서 골반춤을 노련하게 이끌어냈다.

현아는 뜨거운 호응(?)을 거절하지 못하고 무대로 나갔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골반춤을 췄다. 근데 갑자기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짧은 핫팬츠에 민소매 차림으로 격렬한 춤사위를 벌인 현아도 그렇지만, 남성 게스트들의 원초적인(?) 반응이 진한 아쉬움을 남게 했다.

현아의 춤은 누가 봐도 다소 민망하고 선정적인 느낌까지 들게 했다. 그런 무대가 끝나자 김구라는 "바로 이거야!"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조형기 등 몇몇 출연진들은 과도하게 상기된 모습을 지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언뜻 봐도 아버지 뻘로 보이는 남성 출연자들이 그런 몸짓에 열광하는 것은 무슨 심리일까.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들 표정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이른바 '삼촌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걸그룹 멤버의 섹시댄스를 '단순한 눈요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사진=MBC '꽃다발'
이런 상황은 얼마 후 또 목격됐다. 25일 방영된 MBC '꽃다발'에서도 남성 MC들은 게스트로 출연한 현아에게 골반춤을 주문했다. 현아와 또 다른 게스트였던 '시크릿' 징거의 골반댄스 대결이 펼쳐졌다.

신인들에게 주어진 춤 대결이기에 둘은 보란 듯 격렬한 춤을 선보였다. 무대가 끝나자 MC김용만, 정형돈, 신정환 등은 눈을 떼지 못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출연진 이계인도 앙코르를 요청하며 섹시댄스를 부추겼다.

방송 후 게시판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부분 "민망했다"는 반응. 특히 미성년자인 현아에 대한 선정성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거북함이 있었던 춤에 대해 MC들은 왜 그리 관대, 아니 열광했던 것을까?

게스트 개인의 특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MC의 몫이다. 이는 시청률과도 연결되기에 MC들은 다각도에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요구와 태도가 여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결혼한 유부남 MC들이 걸그룹의 섹시 몸짓에 열광하는 모습이 '청소년 시청자들의 눈에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질까' 하는 염려가 생기기도 했다.

무조건 섹시한 무대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시원한 춤과 노래 등은 비판이 아닌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선정적인 몸짓과 이에 원초적으로 반응하는 남성 출연자들의 모습은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섹시'의 겉옷을 입은 선정적인 몸짓보다 '건강함과 발랄함'을 잃지 않는 걸그룹의 모습에 더 많은 환호성이 울려퍼지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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