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다.

[투데이코리아=전철세 기자]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라는 말이다.

고려 말의 유명한 학자인 이규보(李奎報)선생께서 몇 번의 과거에 낙방하고 초야에 묻혀 살 때 집 대문에 붙어 있던 글인데 유래는 이렇다.

어느 날 임금이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이규보 선생 집 대문에 붙어 있는 이글을 보고 개구리가 없는것이 무슨 인생의 한이 될까 하고 궁금증이 발동한 끝에 하룻밤을 청하게 되었고 그날 밤 궁금하게 여겼던 '有我無蛙 人生之恨'이란 글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 나쁜 까마귀가 있었는데 3일 후에 두루미를 심판으로 노래 시합을 하자는 내기를 하였답니다. 자신 있는 꾀꼬리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열심히 연습을 하였고, 반대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온종일 논두렁의 개구리를 잡아서는 두루미한테 가져다 주었답니다. 뒤를 부탁한 거였지요. 약속한 3일후 시합의 승자는 결국 까마귀가 되었다는 일화이지요.”

이규보선생의 인품에 반한 임금은 임시과거를 열었는데 시제가 바로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란 여덟 자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이규보선생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한 번 올리고 답을 적어 냄으로서 장원급제하여 차후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는 일화다.

우리나라 60년 정치 헌정사를 돌아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호남 지역정치와 계보정치의 벽을 극복하고자 일찍이 고향을 떠나 부산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출마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다 민선 대전 시장에 출마하였으나 또다시 낙선, 보통사람이면 엄두도 나지 않았을 일을 여섯번씩이나 도전했던 정치역사속 한사람을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유쾌한 돈키호테 같은 한 정치인의 삶이 아름다운 인생 도전의 역사인 듯싶어 조심스레 그를 찾아 나섰다. 현재 대전대덕대 평생교육원에서 맑고 향기로운 시심으로 꿈을 퍼 나르는 사람들을 양성하고 독서에 전념하고 있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한여름 뜨거움을 넘은 폭염의 날씨였다.

이열치열이라던가. 어찌 보면 불꽃처럼 뜨겁게 도전하고 살아야 할 인생의 이유를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으며 그의 사무실을 노크했다.

정치 초야에 묻혀있는 사람답게, 시를 쓰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눔의 삶을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그를 만나보니 참 편안하고 다정다감하다.

오랜 정치인생의 경험과 함께 독서가 취미라는 그의 해박한 지식이 어우러져 그와의 인터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훌쩍 두 시간이 흘러갔다. 마치 이규보와 임금의 대면처럼 염화미소랄까. 정치에 대해서는 몇 마디 말은 없었지만 문득 문득 내비치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시적이고 추상적인 그의 말들 속에서 그이의 가슴 큰 속내를 만날 수 있었다.

정치판 솔직대담 리얼 토크 한판을 기대했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지난 00당 정치인 시절의 환한 미소속에 감춰진 도전과 역경의 세월들

정치란 무엇인가?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와서 쉰다. 자연과 한 몸이 되니 이 얼마나 평화롭고 자유스러운가. 물 파서 물마시고 밭갈아 배를 불린다.

생업이 자유롭고 기회가 균등하니 얼마나 정의로운 사회인가. 요임금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대전 시장 출마하면서 출마의 변으로 내걸었던 말을 전한다. “ 내가 대전시장이 되려고 했던 이유는 굽은 것 펴고, 눌린 자 쳐들고,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 편에 서서 돕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일이 최고의 가치이고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소임이며, 또한 정치의 기본은 잘 듣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하면서 유쾌하게 말을 주도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희망과 시대를 아우르는 신선함의 정치를 본다.

냉엄한 정치현실에서보면 실패자일 듯도 싶은데 미래에 대한 희망도 비전도 제시해 주지 못하는 요즘의 정치현실앞에는 외려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로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치철학에 대하여.

정치가 잘못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정치는 최소한 100년앞을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 국민을 하늘처럼 알고 사랑해야한다며 목소리가 높아간다.

갈등과 투쟁과 이념만 있지, 아직도 계보정치, 지역정치, 일신의 영달을 바라는 현실정치만 있는 작금의 현실에 기자도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역시나 지역감정의 제물로써 연 다섯 번의 낙선을 경험하고도 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봉사하는 그의 정치 철학은 확고하다.

모든 정치는 정의와 국가와 국민이 기준이 되어야 한단다. 역시 초야에 묻힌 보석 같은 재야 정치인답다. 기분까지 상쾌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은 국가적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감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사람다운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의 도전의 역사는 어찌 보면 더욱 바른 정치, 큰 정치로 나아가는 우리나라 정치사의 거대한 도전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시민 정서함양을 위한 계룡산 시화밸리 조성행사간 지역대표들과 환히 웃는 모습(왼쪽에서 다섯번째)

행동하는 로댕, 생각하는 돈키호테가 되어…….

대한민국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재향군인회 부산시 부회장과 대전충남 해병장교회장을 지낸 경력에서처럼 거침없이 말하는 그는 남자답다. 그러나 그가 시를 쓰는 이유와 그의 시 in wine(거나하게 취한)의 모습들을 읽어 보노라면 초야에 묻힌 고독한 거인의 울부짖음을 보는 듯만 싶어 그의 시 두 편을 소개한다.

in wine(거나하게 취한) “四季를 돌아 황금빛 태양을 안주 삼고 흙에 취해 익어 버린 알몸 오크 통속에 갇혀 달디단 울음을 운다.

숨 막히는 통증을 견디며 적갈색으로 잘 익은 꿈 지쳐 버린 붉은 세월 짓이겨진 아픔이야 탄생을 위한 서곡 이제 휘몰아치는 분노를 삭이며 투명한 유리잔 속을 맴돈다. 익사를 유혹 한다.

응어리진 시선에 머문 설익은 삶 어차피 溺死가 꿈인 것 을” 시를 쓴다는 일 “혼을 부르는 일이다.

살아온 날의 좌표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쓸모없이 박힌 길가의 말뚝을 잡고 들어 주는 이 없는 말로 푸념하는 일이다. 골똘한 사유의 벽에 낙서를 하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일은 초췌한 영혼이 골머리를 싸고 의식 없이 살고 있는 미물들의 소리 없는 아픔을 울어 주는 일이다. 천인단애의 절벽위에 누운 만취 한 취객의 허밍이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먹고 살기가 바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정치적 무관심에 이를 수 있고 결국은 개구리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할수밖에 없는 아쉬운 정치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깨어있는 의식으로 행동하는 로댕, 생각하는 돈키호테적 국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무한의 정의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만이 승리하는 길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미물까지도 사랑하는 아름다운 정치인의 한 모습을 보았다.

그의 가는 길이 대한민국 60년 정치사에서 흔치않은 도전인 만큼 미래의 정치학도들에게 진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그의 새로운 도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친다.

◇최기복 약력
▲1946년 충남 서천 출생, 1970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부산 서구 지구당 위원장역임(13대~16대)▲대한민국재향군인회 부산시 부회장 및 대전 충남 해병장교회장 역임▲2006년 대전 시장 출마 ▲범충청 하나로 연합 상임의장 역임▲충남대 경영대학원 총동창회 수석 부회장▲대덕대 겸임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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