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대학, 퍼듀 등 미국 내 유명학교 입학 대신 CPA를 선택한 유아람씨"

[투데이코리아=이승현 인턴기자]유아람씨는 한국 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다. 24살은 어리지만 본인의 진로를 위해 중요한 결단과 책임감이 필요한 나이다. 현재 3학년인 유아람 씨는 공인회계사(CPA)를 준비하기 위해 최근 또 다시 휴학계를 냈다. 회계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CPA에 관련 없는 전공 공부를 잠시 미루고 시험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유아람 씨는 아침 8시가 되면 집을 나서 독서실로 향한다. 그녀가 이용하는 독서실은 종로에 위치한 유명 CPA 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식사 때가 되면 '밥 스터디'를 하는 팀원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팀원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모이게 된 CPA준비생 들.

“매 끼니마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을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스터디원들이 있어 좋아요. 나이나 현재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도 배우고 시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곤해요.”

독야청청 홀로 공부에 집중하기를 선호하는 학생도 있지만 '밥 스터디'나 '출첵(출석 체크) 스터디'를 하며 공부하는 것은 고시생들 사이에서 이미 일반적인 일이다.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11시가 되어서야 귀가한다. 놀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24세의 여대생에게는 무료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삶이 아닐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에 인기도 제법 많을 것만 같은데 언제나 수수한 옷차림의 화장기 없는 '고시생 모드'다.

“목표를 위해선 견딜 수 있어요. 오히려 공부에 오롯이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더 속상해요. 대입 후 곧 저의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미래에 대해 생각할 볼 시간이 필요했고 영어 공부의 필요성도 느꼈죠. 1학년을 마친 뒤 1년 간 휴학하는 동안 조지타운 대학에서 어학연수 코스를 등록했어요.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인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장차 나라의 브레인이 될 학생들을 보며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조지타운 대학은 미 전 대통령 클린턴이 졸업한 곳으로 미국 내 손꼽히는 명문사립학교이며 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육프로그램인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로도 유명하다. 조지타운 대학에서의 1년이란 시간은 그녀가 더 넓고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 함양을 가능하게 했다.

경영학과에서 공부해보고 싶단 희망을 갖고 있던 그녀는 미국의 몇몇 대학의 해당 학과에 지원했고 메릴랜드 대학, 인디애나 주립대, 퍼듀 등 유명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

“원래 저의 목표는 MBA였어요. CEO가 되어서 회사를 경영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부족한 영어 실력을 MBA수준에 걸맞게 향상시키려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입학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또 다시 진로를 놓고 고민하게 되었다. 비용의 문제, 정든 한국 생활을 포기해야하는 문제, 투자에 비해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 등등 여러 가지 고민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그녀는 미국의 대학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선택한 대안은 CPA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현직 회계사인 지인의 조언도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 그녀가 하는 일을 보며 회계사란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경영학과에서 전문화 된 한 분야가 회계학이잖아요. 한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이중전공하고 CPA를 딴다면 경영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단 저의 꿈을 어느 정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초기에 그리던 꿈과는 다른 길이긴 해요. 어쩌면 막연했던 처음의 꿈과 현실과의 타협선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회계 공부가 잘 맞고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CPA를 준비하고 있다. 고시생들 중에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둔 사람도 있고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다가 온 사람들도 많다.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과 착실한 보수가 카오스의 취업난 시대에 주는 마력 때문일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 시험 관리팀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CPA 1차 응시자 수는 08년 5,734명, 09년 8,431명, 10년 11,10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저의 결심에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문제가 작용하긴 했지만 안정성과 보수 때문에 무조건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을 보면 걱정도 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린 뒤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막상 공부를 하다보면 이게 아니라고 생각 하게 되면서도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게 고시이니까요.”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실무에 투입되고 싶다는 유아람씨는 인터뷰를 마친 늦은 시각에도 다시 독서실로 향했다. 그녀의 뒷모습은 꿈에 대한 희망으로 빛나 보였다. [한국기자아카데미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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