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커다란 변혁 속에서 우리나라가 세계화, 국제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어진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기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경우가 있어 매우 안타깝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제도는 앞으로 진행될 법률시장개방에 대처할 만한 전문지식을 갖춘 법률가 양성, 국민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는 양질의 법률서비스의 확대, 사법고시에 편중되는 우수인력의 분산, 법학교육의 내실화 및 법학교육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들에 의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로스쿨의 필요성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예로 들어 보겠다. 우리 주변의 의사들은 '의녀 대장금'처럼 모든 질병을 다 고칠 수 있는 만능의는 아니다. 그러나, 소아과, 정형외과, 외과, 내과 등 전공분야에 맞게 교육을 받고 그 전공에 맞춰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질환별 ·장기별로 전문분야가 독립·분과되는 등 전문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들은 질병에 맞게 병원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렇듯 모든 의사들은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법률서비스 시장은 어떠한가? 정해진 과목으로 사법시험을 치르고 나면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판사나 검사 변호사의 길로 나아간다. 대학에서의 법률교육은 더욱 심각하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법률가가 되기위한 교육을 받기보다 신림동에서 학원 강사의 수업을 들으며 오로지 시험합격만을 노리는 실정이다.

물론 사법시험을 치루고 현재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든 법조인들의 자질과 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우려하는 것은 곧 닥쳐올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법조인 양성 및 법학교육 시스템만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얼마 전 언론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초기에 한국협상단은 국내 유수의 '토종 로펌'에 국제통상 및 관련 법규의 해석 등 협상 전반에 관해 조언을 구했으나 이 로펌이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과 수준이 기대 이하라서 자문계약을 취소하고 미국의 로펌에 의뢰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또 다른 일간지의 설문조사 결과 30대 기업의 법무팀 중 국내 로펌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70점이고, 가능하면 외국 로펌에 의뢰하겠다는 기업도 70%나 됐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법조계가 국민과 기업들에게 제공해야할 서비스로 형사와 민사소송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자문과 국제소송, 인수·합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있는 법조인을 원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된다고 해서 당장 외국로펌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먼 미래를 보아야 한다. 로스쿨을 도입하여 대학교육과 법학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이를 통해 기본을 갖춘 예비법조인들이 각각 맡은 전문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연수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잘 양성된 법조인들이 하나 둘 모이면 우리 법조계는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국제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대국민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조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은 법조계의 기득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법률서비스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우리는 주어진 하나를 지키는 것보다 남은 아홉 개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법조계는 지금 가진 기득권을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포기하고 로스쿨을 도입하는 앞장서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주어진 도전에 대한 응전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이은영 의원(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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