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우선주의 팽배와 상업주의에 물든 한국산악계

▲오은선 대장의 의혹은 한국 산악계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투데이코리아=양만수 기자] 산악인 오은선 대장의 '여성14좌 완등 기록'은 가히 자랑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 의혹이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자랑스러워할 수 없을 것 같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오은선의 칸첸중가 완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최초'라는 단어에 목숨을 건다. 이는 '오로지 1등만을 기억하고 2등은 쳐다보지도 않는' 좋지 않은 근성이 깔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에베레스트에 가장 먼저 올랐던 산악인 힐러리는 기억하면서 두 번째로 올랐던 등반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초의 14좌 완등자인 라인홀트 매스너는 기억하면서 두 번째 완등 산악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이 흐른 뒤 경쟁 상대였던 파사반과 오은선 중에 한 사람은 기억 되고 한 사람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또한 최악의 경우, 한 명은 사기꾼으로, 다른 한 명은 진정한 의미의 14좌 완등자로 기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최초보다는 정직한 산악인,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 더 나아가서 정직한 자연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소위 말하는 국격을 높이는,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산악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오은선 대장은 14좌 완등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카첸중가 등정에서 그는 아무런 증거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오로지 셰르파의 말에만 의존하고 있고 셰르파가 정상이라고 해서 정상에 선 것이라며 양심의 깃발을 칸첸중가에 꽂았다고 눈물로써 호소하고 있다.

프로페셔널 산악인이라면 그 흔한 GPS 기록기와 고도계 등을 통해서 정상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셰르파의 경우 정상 어택 성공의 경우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 경우가 많으니 고용된 셰르파의 말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현실이며 다른 두명의 당시 셰르파들은 정상이 아니였다고 상반된 증언을 하고 있다.

허영호 대장에 의해 제기된 의혹에 의하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무산소로 주파할 수 없는 구간을 오 대장은 올랐다. 또한, 오 대장은 무산소로 등정을 했다고 하는데 다른 해외 원정대의 증언에 의하면 산소 레귤레이터를 이용해서 산소 공급을 받으면서 등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마저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두 가지 이유에 의해서도 오 대장은 도덕성에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현대 세계 산악계의 흐름은 알피니즘이며 등반주의가 아닌 등로주의다. 즉 어디에 올랐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떠한 방식으로 올랐느냐가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등로주의를 혹자는 속결 최초를 추구한다고 할 수도 있으나 정직한 방식도 중요하다.

한국 산악인들이 히말라야에서 크게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알피니즘은 고사하고 어떻게든 산을 정복하고 그것도 쉬운 방법과 편법을 동원해서 빠른 시간안에 기록을 쌓아서 스펙을 관리하고 대규모 스폰을 받아서 대형 원정대를 꾸려서 한몫 잡아 보려는 상업성에 있다.

최초의 14좌 완등의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매스너의 경우도 알피니즘의 선구자이다. 그가 존경 받는 것은 그는 늘 홀로였고 혼자 정상에 올랐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서 이겨낸 인간 승리의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오르면서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서 호텔방에서 울던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산에 올랐다.

아무튼 오 대장은 카첸중가에 대해서 증명을 해야 하고 증명이 되지 않는다면 엄홍길이나 박영석과 같이 한번 더 갔다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위 선양이요. 정직한 대한민국 산악인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산은 정복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산을 정복하고 그 곳에 깃발을 누가 빨리 꼿느냐를 경쟁하는 스포츠가 고산등정이 아니다. 늘 겸허한 자세로 자연을 아끼고 자연의 외경스러운 모습에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을 돌아보는것이 진정한 등반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 대장이 베이스캠프에서 샴푸로 머리를 감고 또한 한국에서 비행기로 공수된 냉면과 간장게장으로 식사를 즐기면서 마치 공주 대접을 받으며 셀파가 뚤어놓은 길로 편안하게 로프에 의지해서 오르는 것은 상업적인 등산용품 회사의 광고 간판 밖에는 되지 않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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