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4인조 여성그룹, 빼어난 가창력-출중한 연주능력 겸비한 뮤지션!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낭중지추'(囊中之錐).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며 마치 주머니 속에 넣어 둔 송곳과 같아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이와 꼭 어울리는 여성 4인조 그룹이 가요계에 등장했다. 바로 바닐라루시가 그 주인공.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며 '천상의 목소리'로 이목을 끈 배다해가 속한 그룹이다. 여성 4인조(배다해, 오지연, 유혜라, 정소라)로 구성된 바닐라루시는 각각 연세대 성악과, 한예종 기악과 바이올린 전공, 경희대 기악과 첼로 전공 및 한예종 기악과 섹소폰을 전공한 재원들이다. 새로운 음악세계를 개척하는 '브랜드 뉴'(Brand New) 그룹 바닐라루시. 8월의 찜통더위가 잠깐 숨을 돌린 어느 날, 당당한 4명의 그녀들을 만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운명처럼 다가온 '남자의 자격'

실력파 그룹인 바닐라루시의 등장은 신선함으로 다가 온다. 최근 섹시 컨셉트 위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 그룹 홍수 시대' 속에 음악성을 바탕으로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점에서 호평이 자자하다. 바닐라루시는 외모와 퍼포먼스로 눈을 즐겁게 하려는 가요계의 트렌드에 지친 팬들에게 빼어난 가창력으로 시원한 청량음료 같은 상쾌함을 주고 있다. 바닐라루시의 리더 혜라는 "첼로, 바이올린, 색소폰 그리고 목소리. 악기도 잘 다루면서 외모도 괜찮은 사람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죠"라며 "더욱이 클래식에서 대중음악으로 전향한 사람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봅니다"라며 바닐라루시 결성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렵게 만나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그들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KBS 2TV '남자의 자격-남자 그리고 하모니'에 배다해가 출연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Think of Me'를 부르며 한마디로 '대박'을 쳤다. "매니저 오빠가 방송국에 갔다가 우연히 오디션 포스터를 보고 신청했어요. 그리고 서류전형에 합격했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정말이지 촬영인지도 몰랐어요." 수수한 모습을 보인 배다혜는 "셀프 메이크업 차림으로 갔는데 촬영인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날 방송에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박칼린 음악감독은 배다해를 향해 "목소리가 맑다"며 냉정하던 이전까지의 평가와 다른 우호적인 심사평을 남겼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바닐라루시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제부터가 진짜시작이다. 대중의 관심에 어떻게 화답하느냐가 숙제로 떠오른 것. 자신들만의 음악성과 대중성을 조화시켜 멋진 노래들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다.

# "무대에 너무 서고 싶어요"

음악성을 바탕으로 가요계에 당찬 도전장을 내민 바닐라루시는 여느 신인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예능이나 토크쇼에 나가 '가십걸'로 회자되는 길보다 '진정한 뮤지션'의 길을 걷기를 결심한 것이다. "저희 음악은 일렉트로닉입니다"라고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자신있게 밝힌 바닐라루시는 이어 "많은 분들이 저희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려 하십니다"며 "저희는 우리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는 중입니다"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바닐라루시는 "따라 부르기 쉽고 듣기 편안한 대중성을 가지고 새로운 느낌의 생명력을 불어 넣고 싶습니다"라며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이나 걸 그룹들에 밀리고 있어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실력이 있으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불철주야 연습에 한창이다.

수 많은 NG 끝에 얻는 한 컷과 같이 삶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계속되는 도전 속에 이제 막 '대중'이라는 주머니에 들어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바닐라루시. 하지만 이들은 대중의 관심을 음악이 아닌 다른 것으로 끌려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뮤지션'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어 그들의 실력이 더 빛나 보인다.

# 바닐라루시의 이름을 걸고서!

지구에서 50광년 떨어진 센타우루스 자리에 지름 4500km의 탄소 결정체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별 '루시'가 존재한다. 수 천억 조 캐럿에 달하는 이행성은 누구나 탐내는 다이아몬드의 완벽함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바닐라의 '부드러움'까지 더하고픈 욕심쟁이 뮤지션이 바로 바닐라루시다.

"우리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낯설어하지 않고 우리 재능과 음악을 사랑하고 우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 지는 것입니다." 소박한 듯 하지만 원대한 꿈이다. 바닐라루시라는 깃발 아래 모인 4명의 여인은 이제 바닐라루시라는 이름을 걸고 힘찬 비행(飛行)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일정한 틀과 기준 속에서 기량을 겨루는 클래식에 본적을 두고 있는 그들이기에 대중 음악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열정이 더욱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대 문호(文豪) 생때쥐베리는 자신의 저서 '어린왕자'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꼽았다. 바닐라루시라는 이름을 걸고 대중의 매료시키기 위해 나선 '브랜드 뉴'(Brand New) 그룹 바닐라루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도전'

1990년대 초반 '10대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와 이이들'은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후 가요계의 전설이 되었다. 이어 'S.E.S'나 '핑클' 등 원조 아이돌 그룹들은 '비주얼 가수'라는 비판 속에서도 가요계의 판도를 바꾸는 메가톤급 성공을 거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최근에는 판세가 바뀌었다. 걸그룹 카라는 일본 오리콘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소녀시대 역시 일본 열도 정벌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멋진 몸매를 갖춘 남성 아이돌 그룹이 소녀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솔직히 현재 가요계는 '아이돌-걸그룹 전성시대'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평균연령 27세. 아이돌보다 '언니돌' 내지는 '누나돌'이 어울릴 법한 바닐라루시의 도전은 어떤 면에서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수에게 '노래 잘하네요'라는 말이 칭찬이 되어버린 요즘. 노래는 기본, 거기에 첼로, 바이올린, 섹소폰 선율까지 더하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바닐라루시는 넘쳐나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레드오션 속에서 등장한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획일화된 가요시장에서 저희는 악기와 음악성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노릴 거예요"라는 당찬 포부가 웬지 귓전을 계속 맴돈다. 아마도 '노래 잘하는 가수'를 기다리는 바람이 커서가 아닐까 싶다.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도전'에 나서고 있는 '노래 잘하는 그룹' 바닐라루시가 틈새시장 장악을 거쳐 가요계 실력파 인기그룹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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