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경기운영-체력 모두 에드가에게 완패!

<사진=셔독(www.sherdog.com)>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천재 파이터의 몰락인가.
영원히 챔피언 왕좌를 지킬 것만 같았던 비제이 펜(32. 미국)이 프랭크 에드가(29. 미국)에게 또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지난 29일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UFC 118 대회에서 펜은 무기력한 모습 끝에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수많은 전문가들도 펜이 두 번 연속 같은 상대에 패배하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펜은 지난 4월 UFC 112에서 에드가에게 판정으로 패하면서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내줬다. 이번 대회에서 지난 날의 패배를 설욕하고 타이틀을 되찾으려 했으나 에드가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타격에서 그래플링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펜이었지만, 에드가 앞에서는 기대만큼의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냉정히 평가해 에드가의 실력이 한 수 위에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펜은 에드가의 빠른 공격을 방어하기 바빴다. 에드가의 치고 빠지는 전략을 간파하는 듯 했으나 이렇다 할 공격루트를 찾지 못해 답답하게 경기를 펼쳐나갔다. 오히려 에드가의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시종일관 에드가에게 유린당한 펜은 마지막 5라운드에서 테이크다운에 성공하면서 기회를 잡았으나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그 동안 펜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체력문제가 나타나며 역전승에 실패했다. 오히려 상위 포지션을 에드가에게 내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점수를 만회하지 못한 펜은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라는 씁쓸한 결과를 맛봐야 했다.
라이트급에서 적수가 없었던 펜은 상위 체급 선수들과 맞붙을 정도로 놀라운 기량을 자랑하며 '천재 파이터'로 군림해왔다. 온순한 외모와는 다르게 거칠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옥타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 왔지만, 최근 들어 수비모드로 전환하며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자신이 치고 들어가기 보다는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를 두고 펜이 예전의 강력함을 잃었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펜은 수비적으로 전략을 짰다. 리벤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모습은 이해가 가지만, 승부를 적극적으로 걸지 못하는 인상이 강하게 들어 아쉬움을 느끼게 들었다. 예전의 강력한 모습을 잃은 채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자, 상대인 에드가는 더욱 힘을 냈다. 펜은 빠르게 치고 빠지는 에드가의 공격을 그대로 다 허용하기만 할 뿐이었다. 간혹 펜이 공격을 시도하려 할 때면 에드가가 적당히 빠져 펜의 힘을 뺐다. 전략에서도 에드가에게 패배하고 만 펜이었다.
테이크다운을 너무 쉽게 내준 것도 펜의 패착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레슬러 출신 에드가의 테이크다운이 강력했지만 펜 역시 수준급 레슬링 실력을 갖춘 터라 선제공격 시도가 없었다는 점이 또 한 번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습적인 관절기 공격과 파운딩을 적절히 피해냈지만 점수는 계속해서 내줄 수밖에 없었다. 밑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체력이 급격히 고갈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펜은 완벽히 패했다. 지난 4월 에드가에게 패하면서 타이틀을 빼앗겼다면, 이번에는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옥타곤에 올라왔어야 했다. 에드가는 옥타곤에서 8번의 승리 중 6번을 판정으로 따냈다. 그만큼 체력이 강한 선수다. 펜은 그런 에드가를 상대로 또 한 번 체력의 열세를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옥타곤을 떠나는 펜의 모습은 어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격투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최강의 파이터로 자리매김했던 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과연 펜이 다시 '천재파이터'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펜이 이번의 패배를 거울삼아 다시 한 번 '천재파이터'의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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