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21살. 세계 주니어 여자 핸드볼 최우수 선수이자 소속팀 부산시설관리공사의 주축선수이며 차세대 대한민국 핸드볼을 이끌 거목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은비(21.부산시설관리공사)는 또래에 비해 이른 성공의 열매를 맛보고 있다.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으랴. 세상의 이치와 같이 이은비의 성공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하루 8~9시간의 연습과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플레이, '선수' 이은비이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여자' 이은비로서의 삶 등 그의 성공 뒤에는 많은 희생이 있었다.

시즌과 시합, 연습 등에 얽매여 있는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제약 중에 하나가 친구를 만나 그 날의 피로를 푸는 등의 소소한 일상일 것이다. 이은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연습 끝나고 7시나 8시 되어야 친구들 만날 수 있어요. 물론, 시즌 끝나고 말이죠"라며 수줍게 웃어 보이는 이은비다. 그는 이어 "친구들 만나면 3차까지 가요. 1차로 밥 먹고 2차로 노래방가서 미친 듯 놀고, 3차로 술도 조금 마시죠"라며 여느 21살 청춘과 마찬가지로 낮보다 더 뜨거운 밤을 보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일반인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부러운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학 다니는 친구들이 MT 가는 게 제일 부러워요"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물론 사회생활 먼저 시작해 돈도 벌고 좋지만, 대학에서 여러 가지 를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이 부럽긴 해요"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에 간다면 전공을 무엇으로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운동을 좋아하니 스포츠관련 학과에 진학해 공부해 보고 싶다"며 학업에 대한 의지까지 드러냈다.

이상형을 묻는 짓궂은 대답에도 이은비는 당찬 대답을 내놓았다. "김남일, 주진모, 장동건, 닉쿤이 이상형이에요." 21살의 숙녀답게 꽃미남들을 이상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내 또 다른 인물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신민아와 가인. 특이하게도 이상형으로 여자 연예인을 꼽았다. "둘 다 너무 예쁘고 프로답다"며 핸드볼 공처럼 통통 튀는 말을 건넸다.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하다 이은비는 자신의 핸드볼 인생의 이상형을 지목했다. "롤 모델로 코로사의 백원철 선배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상형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유동적인 사회와 문화현상을 인식하는 수단으로 본질적 가치와 보편적 기준에 근거하여 설정된 하나의 표준 개념을 '이상형'이라 명명했다. 김남일, 주진모, 장동건, 닉쿤, 신민아, 가인 그리고 백원철까지. 한국 '여자핸드볼의 미래' 이은비는 이상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드러냈다. 전국체전에서의 선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 그리고 해외 진출까지. 이은비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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