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생정치모임 '이계안 의원'

민생정치모임의 이계안 의원<사진>은 “판이 잘 안 짜진다”는 말로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대신했다.

정운찬 전 총장의 대선출마 포기선언 이후 범여권의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이다.

그동안 정 전 총장을 상수로 두고 '후보중심 통합론'에 기댔던 우리당은 물론이고, 정책을 중심으로 연대한 민생모임까지 향후 노선을 재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의원은 정 전 총장의 대안으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거론했다.

같은 CEO 출신에 그와 개인적인 친분도 있는 이 의원은 “문 사장이 5월 말경 자신의 그룹을 둘로 나눌 것”이라며 꽤 구체적인 계획까지 언급했다.

이 의원은 문 사장의 정치 참여를 전제로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최열(환경재단 대표) 등과 함께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어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사장의 대선출마에 대해서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과연 높은 기성 정치권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문국현의 상상력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문국현은 과연 정운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다음은 이계안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민생정치모임(이하 민생모임)은 애초 정책 중심의 느슨한 연대였다. 그 기조는 계속 유지되는 것인가.
▲현실과 이상이 다른 것 같다. 이상은 공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 만들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다. 17대 대통령 선거와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 17대 대통령이 승리해야 18대 총선도 성공한다며 전력을 다하는 그룹이 있다. 그러나 17대 승리하지 않아도 18대 선거를 어떻게 치르는가에 중점을 두는 그룹이 있는 것이다.

-민생정치 모임 내부에서도 그런 고민이 있나.
▲민생정치 모임은 그런 고민을 일정 부분 정리한 사람들이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18대 총선도 있다는 것이 민생정치 모임 다수의 생각이다. 또 하나, 기존 정치권인 '여의도판' 사람들끼리 이합집산하면 힘이 없다. 여의도 밖 사람과 연대해야 한다.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정운찬 전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미래구상, 전진코리아 등을 다 모으는 것이다. 여의도 밖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존 정치권의 벽이 높다는 것이다. 정운찬도 그랬다.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이 '원탁회의'를 제안했었다.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당시 시나브로 (이런 얘기가) 없어졌다. 그런데 다시 리바이벌 하자는 것 아닌가. 당시 아이디어 낸 그룹이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각각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마치 자기 구상인 것처럼, 거꾸로 먼저 제안한 것처럼 됐다. 이게 실패 원인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디어 낸 사람이 어떻게 신뢰하나. 정치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솔직하게 '이런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데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얘기하는 게 점잖은 거다. 근데 마치 자기가 인센티브 쥐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 곤란하다.

-범여권 대선후보와 개별적 접촉하고 있나.
▲그렇다. 맨 처음 (우리당을) 나와서 여의도 밖 사람들 중 자기가 제일 많이 모을 수 있는 그룹을 중심으로 맡기로 했다. 난 주로 경제계 인사를 만났다. 4월 20일 정운찬 전 총장과 둘이 점심을 먹었다. 그때 그가 '(정치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가 말할 때까지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 내가 그때 주문 한 게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도 불확실성이 제일 골치 아프다. 안 하면 빨리 말하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더니 후다닥 (대권도전 포기를) 발표하더라.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말할 줄은 몰랐다.

-정 전 총장과 그 전에도 자주 만났나.
▲그렇다. 정 전 총장이 정치세력화가 어렵다고 했는데 '우리가 문 열어 주겠다'고 했다. 정 전 총장이 그런 고민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5가지 원칙' 그때도 말 하더라. 자기가 20여 차례 강연을 했는데 그 정도 되면 지지율 3%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내가 웃으면서 그건 대선 나온다고 말하기 전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정 전 총장이 이렇게 됐으니, 남은 것은 문국현 그룹이다. 문국현 개인이 아니다.

-문국현 그룹이라 하면 누구누구를 말하나.
▲경제계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시민운동 같이한 사람들이다. 지난 목요일 문 사장을 만났다. 5월 말경에 자신의 그룹을 둘로 나누겠다고 했다. 순수한 NGO로 돌아갈 그룹과 정당을 만들어 참여할 그룹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출국해서 21일까지는 해외출장 계획이 잡혀 있다. 문 사장은 정운찬 전 총장과는 달리 그동안 내공을 쌓아온 사람이다. 교수그룹, NGO 그룹을 동원할 것이다. 혼자 이끄는 것이 아니라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최열(환경재단 대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어필하는 게 목표다. (그룹 안에서) 국민에게 제일 호응도가 높은 사람이 후보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단순히 선거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림자 내각(새도 캐비닛)'보다 더 큰 책임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서 정권을 획득하면 여기에 책임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여기에 포함시키고자 한다. 여의도 내에서는 천정배 의원에게 제의했다. 내게도 의원 자격이 아니라 CEO 자격으로 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정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했으니 문 사장에게는 호재가 아닌가.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정치판이 '제로섬'처럼 보이지만 '포지티브섬'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고건, 정운찬처럼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는 잠재적 후보군이 사라지면 독점적 시장 생긴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 사장에게도 유리한 것은 없다.

-문 사장이 대중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적인 경우로 보면, 작년 서울시장 선거 시작할 때 내 지지도가 0.5%, 강금실 전 장관이 19.5% 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2로 좁혀졌다. 난 인지도와 지지도가 함께 상승했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은 인지도 100%에서 출발했다. 문 사장이 스포트라이트 받으면 인지도와 지지도가 동시에 상승할 것이다. 속도의 문제다.

-정 전 총장이 대권포기 하면서 '비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 같다.
▲반대일 수 있다. 나도 28년 기업하다 국회의원 했다. 이를테면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처음부터 국회의원 배지 달지 않고 나왔으면 훨씬 쉬웠을 것이다.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을 뽑는다면 그런 가정이 옳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 10년 여러 도전을 잘 경영해서 새로운 역사를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 쌓아온 성적표는 필수조건이고 거기에 플러스 상상력이다.

-정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범여권에 미칠 영향은.
▲'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이는 그룹과 '인물 대망론'에 기대는 그룹이 크게 구별되는데 인물대망론 그룹에게는 큰 쇼크였을 것이다. '비전과 정책' 그룹도 결국 나중에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유망한 사람에게 우리의 꿈과 비전을 '세일'한다고 할 때, 그 시장이 좁아졌다고 볼 수 있다. 둘 모두가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당이 노선을 전환할까?
▲노선 전환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민생정치 모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취한 태도가 옳았던 것은 맞지만 비전과 정책만으로는 대통령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이념을 구현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점점 급해졌다.

-우리당이 해체할까?
▲해체 안 된다. 또한 선거 전략상 해체하는 것이 유리하지도 않다. 회사 구조조정 하려면 '굿컴퍼니'와 '배드컴퍼니'로 나누는데 배드컴퍼니가 남아있어야 모든 부실을 떨칠 수 있다. 누군가가 남아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관계가 모호해진다. 4.25 재보선을 보라. '노무현'이 아닌, '무(無)노'로 가니까 선거가 되지 않나. 어제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 옷 입고 있던 사람들이다. 굳이 해체하라 말라 말할 필요가 없다.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한 견해를 말해 달라.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지사 시절, 나도 평택 사람이니까 경기발전위원회 위원을 같이 한 적은 있다. 한나라당 탈당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국민에게 어필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도 탈당한 뒤 그런 것을 느낀다. 우리 지역에 가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형편없어도 탈당을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 왜 나왔냐고 한다. 이것이 국민의 일반 정서다. 손 전 지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 그러나 손 전 지사도 한나라당의 여집합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일정부분 통합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손 전 지사는 지난 문 사장의 출판기념회 때 일정을 다 취소하면서까지 참석한 바 있다. 이 둘이 연대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문 사장이 손 전 지사가 자기 테이블에 올라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서로 상생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둘은 서로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 손 전 지사는 김문수 지사와 함께 재야에서 제도권으로 넘어온 사람이다. 문 사장과 나는 기업에서 커온 사람이다. 배격은 않겠지만 둘이 금세 합쳐져 지배적인 세력이 된다거나 후보군에 두 사람만 남는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이상운 기자 photo98@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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