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전 해트트릭 폭발! 우아한 골잡이 '백작'

베르바토프 '붉은 장미전쟁'에서 해트트릭 작렬! 사진은 맨유 홈페이지 화면 캡처.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맨유와 리버풀의 '붉은 장미전쟁'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먼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강조한 바가 있는데, 정말 볼을 쉽고 예쁘게 차는 선수다. '백작'이라는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게 볼을 차는 게 정말 인상적이다.

리버풀전에서 베르바토프는 3골을 모두 그의 별명처럼 '우아하게' 터뜨렸다. 첫 골은 코너킥 상황에서 자신을 마크하던 페르난도 토레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보디 밸런스로 몸을 꺾으면서 머리를 갖다대어 성공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유연한 몸놀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장면이었다.

후반 중반에 나온 두 번째 골은 '환상적이다'라는 말과 함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묘기'였다. 우측에서 루이스 나니가 올려준 볼을 절묘하게 볼 컨트롤 한 다음, 지체없이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마치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의 '시간멈춤'처럼 베르바토프의 발 끝을 떠난 후 시간이 정지된 듯 리버풀 선수들은 얼어붙었다. '판타스틱', '아크로바틱'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번째 골은 먹이를 낚아채는 백조를 연상케했다. 우측에서 존 오셰이가 올린 크로스를 높이 솟구쳐 오르면서 머리로 받아 리버풀의 골 네트를 갈랐다. 리버풀의 핵심수비수 제이미 캐러거가 같이 떠봤지만 베르바토프의 고공비행을 멈출 수 없었다.

사실, 베르바토프는 지난 시즌 '먹튀'라고 불릴 정도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맨유 구단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였다. 골을 적잖이 뽑아냈지만, 큰 경기와 승부처에서는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었다.

이런 비판을 진화시킨 인물은 다름 아닌 맨유의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그는 "베르바토프는 여전히 우리의 공격수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베르바토프는 퍼기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올 시즌 맹활약을 펼쳐보이고 있다.

혹자들은 베르바토프를 '느리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맨유의 팀 스피드를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있지만, 올 시즌에는 이 부분도 상당 부분 극복했다. 맨유의 공격 속도와 공간 활용, 그리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영리하게 잘 체크하고 있다.

사실, 베르바토프는 스피드를 활용해 공을 차는 스타일이 아니다. '타이밍의 미학'을 바탕으로 '반 박자 빠르고 반 박자 느리게' 적절하게 이용해 상대를 침몰시킨다. 세계 최고 수준인 '퍼스트 터치' 능력을 바탕으로 슛까지 연결하는 속도는 전광석화 같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베르바토프의 이번 해트트릭은 개인뿐 아니라 맨유 팀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맨유는 최근 후반 막판 집중력을 잃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풀럼전과 에버턴전에서 어이없는 모습으로 후반 막판 동점을 허용했다. 리버풀과의 대결에서도 2골을 먼저 넣고도 동점까지 따라잡혔다. 베르바토프의 해트트릭 달성이 없었더라면,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맨유는 베르바토프의 '원샷원킬' 활약으로 웨인 루니의 부활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루니는 최근 '혼외정사'로 인해 맘고생이 심한 것처럼 보인다. 리버풀전에서 그의 플레이나 외모는 모두 '루니답지' 못했다. 루니의 부진 속에서도 베르바토프가 공격의 정점에 서서 좋은 역할 해주고 있다는 점이 맨유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우아한 골잡이 '백작' 베르바토프. 최근 베르바토프의 활약을 보니 이런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베르바토프(Berbatov)=BerbaTop!"

꼬리말. 이번 경기를 보면서 느낀 또 다른 부분은 맨유나 리버풀이나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첼시가 블랙풀을 상대로 즐기듯이 골 잔치를 벌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맨유와 리버풀은 여유를 잃은 모습이다. 맨유는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고, 리버풀은 토레스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맨유는 리오 퍼디낸드가, 리버풀은 디르크 카윗이 확실하게 복귀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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