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전 멋진 왼발 발리슛 폭발! 전북 6강행 팔부능선

사진출처=전북 현대 모터스 홈페이지(http://www.hyundai-motorsfc.com).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이 전매특허인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잡아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표현이 바로 '그림 같은 발리슛'이다.

이동국은 9일 펼쳐진 2010 K-리그 25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작렬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14분 강승조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문전 중앙에서 왼발 시저스킥으로 연결하며 울산의 골네트를 갈랐다. 이동국의 왼발에 걸린 볼은 크게 원바운드 되면서 울산의 골키퍼 김영광의 방어벽을 넘어 골로 이어졌다.

사실, 전북은 이번 울산전이 고비였다. 최근 3경기에서 1무 2패로 무너지면서 6위까지 추락했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전에서 알 샤밥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전체적으로 팀 컨디션과 사기가 모두 떨어져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패한다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

반면에 울산은 4연승을 내달리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탄탄한 수비망은 물 샐 틈이 없었고, 오르티고사-고창현-김신욱으로 이어지는 공격력도 불을 뿜었다. 공수에 걸쳐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팀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홈 이점과 안정된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의 우세가 점쳐졌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전반에 다소 '전략적인 열세'의 모습을 보였다. 울산의 공격을 받아주면서도 결정적인 찬스는 내주지 않으며 후반 승부수를 예고했다. 그리고 후반 초반 강승조를 투입하더니, 강승조-이동국의 작품이 나왔다. '강희대제'의 용병술이 위기 상황에서 환하게 빛났던 것이다.

이날 이동국은 '한방'의 임무를 띄고 경기에 투입됐다. 팀이 수비쪽으로 엉덩이를 다소 뒤로 빼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릴 승부카드로 최전방에 섰다. 그리고 그는 주특기인 발리슛, 그것도 고난이도의 공중 시저스킥으로 결승골을 잡아내면서 최강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동국은 최근 부진했다. 지난 9월 4일 포항전에서 골을 터뜨린 이후 1달 이상 침묵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의 부진까지 들먹여지면서 '하락세'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팀도 이동국도 모두 위기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골은 이동국에게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갈 듯하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이동국은 멋진 중거리포와 발리슛으로 곧잘 신문 1면을 장식했다. 19세 이하 아시아청소년대회 결승 한일전에서 180도 왼발 터닝 대포알슛에 의한 결승골로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독일과의 평가전에서는 당대 최고 수문장이었던 올리버 칸을 얼어붙게 만드는 오른발 터닝 발리슛으로 전차군단을 격침시켰다. 이 외에도 발리슛으로 결정적인 골을 여러 차례 잡아내 '발리해서 생긴 일'이라는 메인 제목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과거 광주 상무 시절 이동국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 몸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당시 부진했지만, 골을 잡아내는 감각을 몸이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다시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거듭났다.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침묵으로 팬들의 많은 비판을 들었던 이동국이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번 발리슛 장면을 보면, 아직도 이동국의 몸은 골을 잡아내는 느낌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이동국은 후반 막판에 결승골 장면과 거의 똑같은 왼발 시저스킥 장면을 한 번 더 연출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라이언킹' 이동국의 마지막 전성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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